'요가일래'에 해당되는 글 495건

  1. 2020.10.24 대학생이 되었는데 교재비 달라고도 안해서... 14
  2. 2020.07.11 유럽 고등학교 졸업시험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6
  3. 2020.07.08 유럽 리투아니아의 수능 영어시험은 어떠할까? 4
  4. 2020.06.17 한적한 발트해 모래해변에 갈매기를 묻어 주다
  5. 2020.05.06 아빠의 글씨와 한국소개를 미술 졸업작품으로 만들다 10
  6. 2020.04.29 성인된 딸 - 아빠, 이젠 내 영상 정리해줘~
  7. 2020.04.01 고3 딸이 만드는 렌틸콩 밥 간단하지만 맛나
  8. 2020.03.31 코로나 시국에 엄마, 아빠, 딸 중 누가 장보러 가야 돼? 5
  9. 2019.12.10 요가일래 국제자선바자회에 초대돼 노래하다 10
  10. 2019.11.07 딸 생일에 꽃 선물을 받았는데 아빠 거가 왜 작아 4
  11. 2019.08.19 요가일래 K-Pop 공연을 에스페란토로 하다 1
  12. 2019.04.27 30초 TV 광고 위해 12시간 촬영에도 신난 딸아이
  13. 2019.04.03 고2 딸이 등교 전 부엌에 남긴 쪽지 - 치아 씨 요리 1
  14. 2019.01.17 유럽 학생들 앱으로 수학 문제 풀어 버리네... 3
  15. 2018.12.26 유럽 고등학교 연극에 아리랑 노래를 부르다 2
  16. 2018.11.29 자궁경부암 백신 맞혔더니 다음 날 구토로 고생한 딸아이
  17. 2018.11.26 블랙 프라이데이 할인으로 성적 순위 들여다 보자는데... 1
  18. 2018.10.25 모델 아르바이트 여고생 딸, 소액 지폐 교환 싫어하는 이유 4
  19. 2018.09.28 요가일래 "바람이 잠든 곳으로 - 황후의 노래" 에스페란토로
  20. 2018.09.20 요가일래 외대 오바마홀에서 "세월이 가면"를 부르다
  21. 2018.06.09 출장에서 돌아오니 이미지 모델 된 딸아이 5
  22. 2018.05.11 고1 경제 과목 숙제가 상품 광고 제작하기 1
  23. 2018.04.03 길거리에서 한국인을 만나면 기분이 좋아~~~ 3
  24. 2018.03.23 딸 작품을 이해 못 하니 실망이지만 성공이다 2
  25. 2018.03.08 외식하고 싶은데 집 보고 싶다는 딸 때문에 ㅎㅎㅎ 2
  26. 2017.05.10 김밥 잘 만드는 이유 - 한국인 피가 있어서 1
  27. 2017.05.02 중3 생물 숙제가 인체 해부 모형 만들기라니... 2
  28. 2017.04.03 딸아이가 아빠를 더 좋아하는 이유는 9
  29. 2017.03.22 한국어 수업 후 생일축하 노래에 숨은 진짜 이유가 1
  30. 2017.03.02 등수는 신경쓰지 않고 노래만 부르면 돼 2
요가일래2020. 10. 24. 05:13

코로나바이러스 범유행은 많은 사람들에게 인생 진로를 아예 바꿔놓았다. 올 2월까지만 해도 딸아이 요가일래는 영국 유학을 목표로 공부했다. 지난해 12월 영국에서 예술사를 공부하기로 결정하고 1월부터 급하게 아엘츠(IELTS) 시험 준비를 했다. 2월 하순에 치런 아옐츠 시험에서 영국에 있은 모든 대학에 입학할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좋은 성적을 얻었다. 입학원서를 낸 여러 대학교로부터 비대면 인터뷰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런데 3월 초순부터 유럽 전체로 확산된 코로나바이러스로 집을 떠나서 총리까지 코로나바이러스에 걸려버린 영국에서 공부를 하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결국 유학을 포기하고 학부는 리투아니아 국내에서 공부하기로 했다. 전공도 예술사에서 철학대학에 속해 있는 사회학과를 스스로 선택했다. 

국가고등학교졸업시험이자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도 좋은 성적을 얻어서 법학이나 국제관계학, 국제경영학 등 다언어능력을 살려서 장래에 직업을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얻을 가능성이 높은 학과를 선택할 것을 부모로서 권했지만 "자기 인생길은 스스로 결정한다"라는 짧은 주장에 "그래 우린 너를 믿어"라고 답할 수 밖에 없었다.

리투아니아 대학 입학 전형은 두 가지다. 무료입학과 유료입학이다. 무료 최소 입학생수는 법으로 정해져 있다. 학과마다 무료 입학생수는 다르다. 요가일래는 무료입학 전형에 합격했다. 등록금, 기숙사비 등으로 걱정하지 않어서 좋다. 자녀가 대학교에 입학을 했는데 가계살림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아서 참으로 낯설다. 일전에 돈 이야기가 하도 없어서 물어봤다.

"한국에는 대학생이 되면 교재비도 솔찬하게 들어가는데 교재를 사달라고도 하지 않니? 교재 없이 수업을 하나?"
"살 필요가 없어. 학생들 모두 도서관에서 교재를 빌려."
"학생수가 수십명이 되는 학과도 있는데 그만큼 교재가 도서관에 다 있나?"
"다 있어."

며칠 후에 요가일래는 사회학과 1학년에서 배우는 심리학, 통계학 등 교재를 보여주었다. 


전부 헌책이다. 뒷표지를 보니 도서관 도서 일련번호가 붙여져 있다. 모든 교재를 이렇게 도서관에서 빌려서 앞으로 공부한다고 한다. 부모 입장에서는 정말 좋지만 책을 펴내 이것으로 가르치는 교수들은 부수입이 따로 없어서 어쩌지.... ㅎㅎㅎ




대부분 학생들은 컴퓨터 노트북에 기록하지만 직접 필기를 하는 것이 좋아서 큰 공책을 구입했다고 한다.



공책 뒷표지를 보니 가격이 적혀 있다. 공책 한 권에 3.5유로이니 한국돈으로 약 5천원 정도다. 대학생용 공책의 값을 처음 알게 되었다. 



"공책 산다고 돈을 달라고 하지 왜 안했어?"

"비싸지만 내 돈으로 샀어."

"그래도 공책 사 줄 여유는 있으니까 사달라고 해."

"괜찮아. 대학생이 됐으니까 이런 것도 이제 스스로 해결하도록 할게."


이렇게 자녀교육비에 걱정이 없는 곳에 살고 있다는 것에 깊은 감사를 느낀다. 세계 모든 나라가 적어도 국민의 교육과 의료를 책임져 주는 시대가 빨리 오길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20. 7. 11. 18:39

유럽은 예년 같으면 5월에서 6월에 한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에 해당되는고등학교 졸업시험이 끝난다. 올해는 예기치 않은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3월 13일부터 학교가 임시 폐쇄되었고 수업은 원격으로 이뤄졌다. 프랑스는 나폴레옹 이래 처음으로 졸업시험을 취소했지만 리투아니아는 이를 연기해서 6월 22일부터 7월 21일까지 한 달 동안 치르고 있다. 

리투아니아 고등학교 졸업시험은 두 종류다. 하나는 국가시험인데 이는 한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역할도 한다. 다른 하나는 학교시험인데 이는 졸업증명 여부만 결정한다. 두 시험 문제는 서로 다르다. 올해 리투아니아 수험생수는 2만6천여명으로 국가시험 응시자는 17,268명이고 학교시험 응시자는 8,511명이다. 

예년 같으면 한 교실에 14명이 같이 시험을 본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거리두기를 하기 위해서 9명이 본다. 여러 학교 출신들의 수험생들이 섞어 있다. 마스크 착용은 불필요하고 교실마다 소독제가 배치되어 있다. 

졸업증명서를 받기 위해서는 적어도 시험과목 2개에서 일정한 점수를 획득해야 한다. 의무과목인 리투아니아 언어와 문학과 선택과목 한 개다. 수험생들은 자유롭게 국기시험과 학교시험 중 선택할 수 있고 최대 7개 과목을 선택할 수 있다.   

대부분 16%만 맞아도 졸업 인정
생물, 화학, 물리, 지리, 역사, 수학, 외국어(영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독일어)는 과목별 16% 이상의 점수를 취득해야 한다. 정보기술은 20%, 리투아니아 언어와 문학은 30% 이상을 취득해야 졸업을 인정 받을 수 있다. 인문계열을 전공하려면 역사과목이 필수이고, 의학계열을 전공하려면 생물과목이 필수다. 딸아이 요가일래는 리투아니아 언어와 문학 외에 영어(관련글은 여기로), 수학, 역사를 선택했다.

6월 29일 리투아니아 언어와 문학 시험을 치러 가는 날이다. 전날 밤 아내가 아침에 일어나 요가일래에게 달걀 두 개를 삶아서 주라고 부탁했다. 시험을 치러 가는 날에 달걀?! 달걀에 대한 안 좋은 경험이 있어 주저되었다. 예전에 한국을 방문했을 때 비빔밥에 얹어진 달걀을 먹은 후 살모넬라균 식중독으로 아주 고생한 적이 있었다.

살모넬라균은 63°C의 온도에서 3분 30초 이상 조리하면 사멸된다고 한다[출처]. 유럽인 아내는 물이 끓기 시작한 후 5분 더 삶는다. 혹시나 해서 난 15분을 더 삶았다. 우유차와 함께 삶은 달걀 두 개를 식탁에 올려 놓았다.

“이거 먹고 4시간 동안 배가 안 고플까?” 
“양이 적지만 배가 빨리 고프지 않아. 그리고 시험 칠 때는 배가 좀 비워 있어야 좋아.”
"맞다."    


객관식은 없고 오로지 주관식 문제만
의무과목인 리투아니아 언어와 문학 국가시험은 어떠할까? 
먼저 네 시간(9시-13시)에 걸쳐 행해진다. 선다형과 진위형 문제 형태가 전혀 없다. 오로지 논술형 필기시험이다. 4개의 문제가 주어진다. 문학 문제 2개 그리고 추론 문제 2개다. 4개 중 한 문제만 선택해서 500 단어 이상으로 글을 써야 한다. 각각의 문제마다 예시된 국내외 36명의 작가 중 2명이 추천되어 있고 이 작가를 토대로 글을 써야 한다.


참고로 올해 문제는 다음과 같다
추론 필기문제
1. Kur yra riba tarp pokšto ir patyčių? 농담과 집단따돌림의 경계는 어디에 있나?
추천 작가 - Jurgis Savickis, Marius Ivaškevičius   
2. Ar menas gali paveikti tikrovę? 예술이 현실에 영향을 줄 수 있는가?
추천 작가 - Maironis, Vincas Mykolaitis-Putinas
문학 필기문제 
1. Švenčių reikšmė literatūroje 문학에서 축제들의 의미
추천 작가 - Kristijonas Donelaitis, Balys Sruoga.
2. Kartų santykiai literatūroje 문학에서 세대들간의 관계
추천 작가 - Jonas Biliūnas, Juozas Aputis.


요가일래가 시험을 치는 네 시간 동안 우리 부부는 어떤 일에도 쉽게 집중할 수가 없었다. 무사히 시험을 잘 치기를 염원하면서 시험을 끝내고 올 전화나 쪽지만 기다렸다. 드디어 쪽지가 왔다. 혹시나 하고 기대했던 예술에 관한 문제가 나와서 매우 만족스럽게 시험을 쳤다고 한다. 음악학교와 미술학교에서도 두루 예술에 대해 공부했기에 이 문제를 논하는 데에는 어렵지 않았다고 한다. 아내는 예술에 관한 시험을 치고 돌아올 요가일래를 위해 케익을 구워서 그 위에 MENAS(예술)라는 글자를 장식했다.


수학공식을 다 주고 풀게 한다 
세 시간 소요되는 수학 시험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사지선다형 10문항이고 2부는 단답형 12문항이고 3부는 답을 도출하는 과정까지 써야 하는 18문항이다. 전자계산기를 지참할 수가 있다. 

특이한 사항은 시험지와 함께 수학공식을 담은 종이를 주는 것이다. 수 많은 공식들을 일일이 암기해서 문제를 풀어야 하는 시험과는 확연히 다르다. 자연스럽게 외운 학생들에겐 별다른 의미가 없겠지만 그렇지 못한 학생들에겐 큰 도움이 되겠다. 암기 위주의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창의적 사고력을 키워주는 교육이 중심임을 알 수 있다. 특히 수학시험 3부는 답뿐만 아니라 답을 도출하는 과정까지 적게 해서 이를 평가한다.


시험지는 회수가 아니라 각자 가져 간다
다음은 역사시험을 소개한다. 이 과목 또한 세 시간에 걸쳐 치러진다. 총 51개 문항으로 되어 있다. 1번에서 25번까지가 사지선다형 객관식 문제다. 나머지는 제시된 다양한 역사적 자료와 자신의 지식을 바탕으로 작성해야 하는 주관식 문제다. 

한편 모든 시험과목의 시험지는 회수하지 않고 수험생들이 각자 가져 간다. 시험이 끝나고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친구들과 쉽게 답을 맞춰볼 수 있어서 좋다.  

이렇게  6월 22일부터 7월 7일까지 네 과목 시험을 모두 마쳤다. 시험성적 결과는 한 달 후에 나오고 이 점수를 토대로 리투아니아 대학 등에 입학하게 된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20. 7. 8. 21:22

유럽은 예년 같으면 5월에서 6월에 한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에 해당되는고등학교 졸업시험이 끝난다. 올해는 예기치 않은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3월 13일부터 학교가 임시 폐쇄되었고 수업은 원격으로 이뤄졌다. 프랑스는 나폴레옹 이래 처음으로 졸업시험을 취소했지만 리투아니아는 이를 연기해서 6월 22일부터 7월 21일까지 한 달 동안 치르고 있다.    

이 졸업시험을 앞둔 6월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보니 요가일래는 집옷이 아니라 학교에 갈 때처럼 외출복을 입고 있었다.
"어디 나가려고?"
"아니."
"그런데 집옷이 아니고 외출복을 입고 있네."
"집옷을 입고 있으니까 집에 있는 같아서 공부에 집중이 잘 안 된다. 그래서 학교에 가는 옷을 입고 있으니 집이지만 학교에 있는 것 같아서 집중이 잘 된다."

외적 환경과 관계없이 집중할 수 있는 내공을 쌓아야 한다는 등 일체유심조라는 말을 일러주고 싶었지만 나름대로 확실한 이유로 그렇게 해서 마음을 잡으려고 하는 딸에게 "정말 좋은 생각이네"라고 답했다.

6월 22일 첫 시험을 치르는 날이다. 영어 시험이다. 구술시험과 필기시험이 각각 다른 날 치러진다. 이날은 구술시험이다. 시험장이 집에서 가까운 곳에 있어서 걸어서 혼자 갈 수 있지만 그래도 첫 시험이라 동행하기로 마음 먹었다.

"시험장까지 아빠가 데려다 줄게."
"아니야. 필요 없어. 혼자 갈 거야."
"이제 완전히 고등학교를 마치는 시험이잖아. 오늘만큼은 아빠가 데려다 줄게. 네가 초등학교 첫날부터 아빠가 4년 동안 꼬박 데려다주고 데려왔잖아. 한국 부모들도 자녀가 수능시험을 볼 때 가족이 시험장까지 보통 동행한다. 학교 시작일일처럼 학교 끝남을 알리는 날에도 내가 동행하는 것이 좋겠다."
"그런 이유라면 기꺼이 아빠하고 같이 갈게."

시험장인 학교가 눈앞에 보인다.
"자, 이제 여기서 헤어지자."
"학교 출입문까지 동행할 수 있다."
"아니. 여기부터는 혼자 생각을 정리하면서 갈게."
"그래. 그럼 시험 잘봐."


시험지는 회수가 아니라 수험생이 가져간다
영어 구술시험은 수험생 2명이 동시에 시험관 2명 앞에서 약 30분 동안 치른다. 두 가지 주제를 가기고 첫 번째는 혼자 3-4분 동안 말을 하고 두 번째는 둘이서 4-5분 동안 대화를 한다. 주제를 혼자 연마하는 시간을 포함해서 구술시험은 약 30분 정도 소요된다.  


참고로 리투아니아 영어 졸업시험 내용을 소개한다. 우선 리투아니아 졸업시험 시험지는 회수하지 않고 수험생이 가져간다. 영어 구술시험지는 총 두 장이고 각각 상단은 주제가 적혀 있고 하단은 수험생이 자신의 생각 등을 적을 수 있도록 비어 있다. 혼자 말하기 주제는 "전자책(E-books)"이다. 


둘이 대화하기 주제는 "나의 세대(My generation)다. 


구체적 문법 문항은 없다
7월 1일 필기시험은 장장 3시간에 걸쳐 치러졌다. 시험 구성은 이러하다. 듣기 30분, 읽기 60분 그리고 작문 90분이다. 

듣기시험은 총 25개 문항으로 되어 있다. 1부는 10개 문항으로 상황별 다섯 개 대화를 듣고 A, B, C 중 정답을 고른다. 2부는 4개 문항으로 사회학자와의 인터뷰를 듣고  A, B, C 중 정답을 고른다. 3부는 5개 문항으로 어떻게 운동선수들이 최고의 성적을 내기 위해 노력하는 지에 대한 대화를 듣고 해당 답 하나를 고른다. 4부는 다른 세대들에게 지어진 이름들의 개요를 듣고 한 단어만 직접 써넣어 문장을 완성하는 것이다. 모든 듣기 시험은 두 번 녹음을 듣는다. 

읽기시험도 총 25개 문항으로 되어 있다. 1부는 4개 문항으로 대학생들을 위한 아르바이트 일자리 대한 예시를 읽고 각기 해당되는 답을 고른다. 2부는 6개 문항으로 시드니에 대한 안내글을 읽고 예시된 6개 단어를 이용해 해당 문장에 맞도록 쓴다. 3부는 7개 문항으로 인간지식에 대한 기사를 읽고 중간중간에 빠진 문장을 예시된 문장 8개 중 맞는 문장으로 채워넣는다. 4부는 8개 문항으로 소행성에 대한 과학기사를 읽고 그 요약문에 한 단어만 추가해서 문장을 완성한다. 

작문시험 1부는 이미 표를 구입한 행사가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취소되어서 매표소 담당자에게 80 단어 이상 편지를 쓰는 것이다. 2부는 최근 전세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가상 교실 수업에 대해 180 단어 이상으로 작문하는 것이다. 

영어시험 문항 어디에도 구체적인 문법, 예를 들면 맞는 전치사 고르기 등에 대한 문항이 없다. 이런 지식은 작문을 통해서 쉽게 알아볼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사실 요가일래는 영어 졸업시험을 치르지 않아도 되었다. 왜냐하면 영국 유학을 목표로 지난 2월 아이엘츠(IELTS, International English Language Testing System) 시험에서 아주 만족할만한 성적을 얻었기 때문이다. 리투아니아 대학입학시 이 성적을 리투아니아 방식으로 환산해서 인정해준다. 아쉽게도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등으로 대학진로를 바뀌게 되었다. 한편 아이엘츠 성적은 유효기간이 2년이지만 리투아니아 국가시험 성적은 평생 유효하다. 그래서 이번에 영어시험을 치르게 되었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20. 6. 17. 05:11

코로나바이러스 전염 확산을 막기 위해서 3월 초중순에 폐쇄했던 국경을 유럽 국가들이 하나둘씩 다시 개방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6월 3일부터, 프랑스는 6월 15일부터, 스페인은 6월 21일부터 외국인 입국을 허용하고 있다. 쉥겐협약 회원국가의 시민이나 거주권자들이 우선 혜택을 받는다.     

불가리아, 크로아티아, 슬로바키아 그리고 슬로베니아는 영국과 스웨덴 등 코로나바이러스로부터 아직 안전하지 않는 국가들을 제외한 나머지 유럽 국가들에 대한 입국 제한조치를 이미 해제했다.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그리고 에스토니아의 발트 3국은 6월 1일부터 유럽 국가들의 시민이나 거주자들의 입국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 관광객들이 빠르게 늘어나나 예년 수준으로 회복하기는 상당히 어려울 것이다. 리투아니아는 국내관광을 활성화시키 위해 이틀을 숙박하면 3일째 되는 날의 숙박료를 정부가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올 여름철은 국내여행이 대세일 수밖에 없다. 발트 3국 친구들은 벌써 자신들의 국내여행 소식들을 사회관계망을 통해 올리고 있다. 여름철 최고의 여행지로 에스토니아는 패르누(Pärnu), 리투아니아는 팔랑가(Palanga) 그리고 라트비아는 유르말라(Jūrmala)가 꼽힌다. 

번잡한 인산인해 해수욕장을 선호하지 않을 경우 위 세 곳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인적이 드문 모래해변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예를 들면 유르말라 마요리(Majori) 기차역 주자창에서 128번 도로를 따라 30km를 이동하면 클랍칼른치엠스(Klapkalnciems) 마을이 나온다.  


도로변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해변을 향해 걸어가면 낮은 모래언덕을 만난다. 생명력이 강한 풀과 꽃이 자라고 있다.  
 

노란 꽃은 발트해 동쪽 모래해변에서 흔히 발견되는 염소수염꽃(tragopogon pratensis, showy goat's-beard, meadow salsify, or meadow goat's-beard)이다. 영어로 일명 Jack-go-to-bed-at-noon(낮잠 자러가는 잭)이다. 


모래가 훤히 다 보이는 수심이 얕은 바다가 인상적이다. 
수영하기 위해서는 한참을 들어가는 수고를 감내해야 한다. 


하지만 잔잔하고 얕은 바다는 어린 자녀들과 함께 하기에 딱 적합히다. 


끝없이 길쭉하게 모래해변이 펼쳐져 있다. 달리기나 자전거타기로 30여km를 계속 동쪽으로 이동하면 유르말라가 나온다. 


그런데 좌우를 둘러보면 바위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리투아니아(해안선 총길이 94km)와 마찬가지로 라트비아(해안선 총길이 500km)도 거대한 해안 바위절벽은 없다. 지형이 대체로 사질토로 되어 있다.  


고개를 돌려 해변 모래바닥으로 내려다보니 죽은 갈매기 한 마리가 눈에 들어온다. 아직 부패되지 않았고 몸집이 비교적 작다.


이를 어찌할꼬?!
그냥 못 본 척하고 갈 수도 있겠다. 
하지만 곧 부패가 되면 벌레들이 모여들고 냄새도 날 것이다. 
주위를 살펴보니 사람들의 발자국도 여기저기 있다.

"아빠, 저 갈매기 불쌍해서 어떡하지?"
"죽은 생명이지만 우리와 인연이 되었으니 묻어주는 것이 좋겠다."
"알았어. 우리 같이 모래를 파자."
"그래. 우선 양지바른 자리를 고르자."
"아빠, 이렇게 하니 옛날 우리 집 햄스터를 묻어준 일이 생각난다."
"이럴 때 늘 아빠가 하던 말 기억나?"
"기억나지. 살아있는 모든 것은 때가 되면 죽는다."
 
이렇게 딸아이 요가일래와 함께 갈매기를 묻어주기로 한다.


바닥이 모래이니 무덤파기가 수월하다.


갈매기를 묻고 난 다음 요가일래는 조약돌을 모아 묘 위를 장식한다. 
유럽 사람들은 봉분을 쌓지 않고 땅위를 평평하게 한다.   
  

넓적한 나무조각은 묘 앞 상판석을
나뭇가지는 묘비석을
조약돌 장식은 왕생극락을 비는 염주를 떠올리게 한다.  


갈매기의 육신은 이제 모래 속 고이고이 잠들어 있지만 
그의 영혼은 날아다니는 저 갈매기처럼 훨훨 날아가길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20. 5. 6. 05:01

북유럽 리투아니아에 살고 있는 요가일래는 일반학교를 다니면서 음악학교 8년 과정을 마쳤다. 음악학교는 일반학교 수업 후 일주일 3일 다닌다. 동시에 두 학교를 다니느라 또래 아이들보다 자유로운 시간이 적었는데도 곧 이어서 미술학교를 다니고 싶어했다.

미술학교는 4년 과정이고 입학시험을 거쳐야 한다. 대체로 1년 예비과정을 다닌 후 입학시험을 치고 들어간다. 다행히 예비과정 없이 합격해서 입학했다. 초반기에는 미술 역사 등을 비롯해 미술의 다양한 분야를 두루 다 배운다.

미술학교 졸업학년에 다닐 때 어느 날 요가일래는 어린 시절 한국의 고향집 사진과 리투아니아어 배울 때 사용한 책이나 연습책을 보여 달라고 했다.

"왜 그런 것이 필요해?"
"그냥 한번 궁금해서 보여 달라고 했어."
"한번 찾아볼게."

앨범을 뒤져 어린 시절 고향집 사진 한 장 그리고 20년 전 리투아니아어를 공부할 때 사용한 연습책을 찾았다. 그 연습책에는 연필로 쓴 내 글씨가 선명하게 남아 있다.

"자, 여기 있다."
"우와, 정말 오랜 된 것이다. 내가 잠시 빌려갔다가 돌려줄게"

그렇게 두 물건을 한동안 잊고 있었다. 드디어 지난해 5월 미술학교에서 졸업전시회가 열렸다. 당시 발트 3국을 돌아다니면서 한국인 관광객들을 안내하느라 요가일래 졸업전시회에 가볼 시간이 없었다. 나중에 전시회가 끝나고 집으로 가져온 작품을 보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왜일까?
졸업작품의 동기(모티브, motive)가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그냥 궁금하다면서 빌려간 것이기 때문이다. 요가일래 전공은 리놀륨 판화(리노컷 리노판화 linocut, linoleum etching)다.


 요가일래의 판화 전시품은 모두 여섯 점이다.


아래 사진 왼쪽 하단에 있는 것이 작품의 동기를 암시하는 것이다.  


이는 2002년 빌뉴스대학교에서 리투아니아어를 배울 때 사용한 연습책의 일부다.  


요가일래는 아빠가 쓴 "AR?..."가 마음에 들어서 이것을 그대로 작품으로 만들어내었다. AR는 "까?"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리투아니아어 의문사다.  


리투아니아어 수업 시간에 "한국에는 저수지와 호수도 많이 있다"라는 아빠의 한국 소개글에서 착안해서 "저수지와 호수"라는 작품을 만들었다.    


이어서 "한국에는 사계절이 있다"라는 아빠의 한국 소개글에서 착안해서 아래 작품을 만들었다. 겨울은 -, 봄은 ~+, 여름은 +, 가을은 ~- 그리고 순환은 원으로 표현했다. 


여름과 겨울로 변해가는 중간과정에 있는 봄과 가을을 표시하기 위해 ~(물결, 흐름)을 사용한 것이 인상적이다. 이 작품명은 "봄"이다.       


아빠가 쓴 글씨 중에 "Kur?"가 마음에 들어서 아래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글씨뿐만 아니라 의미가 깊다고 한다. 리투아니아어 "kur"는 문장에 따라서 "어디서, 어디에, 어디로"라는 뜻을 모두 다 담고 있다. 

이 작품을 보고 있으니 "인생은 어디서 와서 어디에 있다가 어디로 가는가"라는 본질적인 물음이 절로 떠오른다. 확실한 물음의 밝은 흰색과 불확실한 대답의 어두운 검은색이 잘 어울린다.  


"한국의 지형은 북쪽(š)과 동쪽(r)에 산이 많고 남쪽(p)과 서(v)쪽에는 평야가 많다"라는 아빠의 한국 소개글에서 착안해서 아래 작품을 만들었다. 산은 곡선으로 평야는 직선으로 표현했다. 


한국에서 어릴 적 살던 아빠의 시골집이다.  


찍어 놓은 사진으로밖에 졸업전시회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것이 몹시 아쉽다. 아무런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가져간 아빠의 오래된 물건에서 착안해서 졸업작품을 만들 생각을 하다니... 특히 자기의 근원 중 하나인 한국을 아빠가 리투아니아로 작문한 글에서 착안해서 이를 작품화한 것은 아빠에겐 크나큰 선물이자 감동 그 자체이다.

"아빠의 글씨와 한국소개를 졸업작품화해줘서 고마워~~~"
"미술학교에 보내준 것에 내가 고마워 해야지."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20. 4. 29. 04:21

코로나바이러스 전염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 중 하나로 리투아니아는 3월 13일부터 5월 11일까지 임시로 학교가 폐쇄됐다. 딸아이 요가일래는 고등학교 3학년생이다. 6월 초순경 고등학교를 졸업한다. 현재 학교 수업은 모두 온라인 원격으로 진행되고 있다.

일전에 요가일래는 아빠에게 과제를 하나 주었다. 자기와 관련된 유튜브 영상 100여개를 이젠 정리해 달라는 것이다. 블로그에 자녀 이야기를 게재하는 사람들은 언젠가 한번쯤 겪을 수 있는 일일 것이다.


2006년 9월 7일에 유튜브를 개설했다. 그동안 누적조회수는 640만 정도이고 구독자는 현재 2994명이다. 블로그는 2007년 11월에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지금껏 13년 동안 블로거 활동을 하면서 최고 전성기는 티스토리에서 다음 블로거뉴스로 글을 보낼 때라 생각한다. 특히 2009년 초에는 내 글 중 여러 개가 동시접속자가 10,000-25,000명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니 그때가 정말 전설 같은 시기였다.
 

유튜브와 블로그 활동 초기에는 딸아이 요가일래가 성장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적지 않게 게재했다. 그때도 미성년자 딸의 영상이나 사진을 올릴 때 아내의 동의를 얻어서 올려야 했다. 요가일래가 자라자 이제는 그의 동의까지 얻어야 했다. 올리고 싶었는데 동의를 얻지 못해 못 올린 이야기도 수두룩했다. 성장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관련글의 수는 줄어들었다.

코로나19로 학교에 가지 않게 되자 여유로운 시간이 평소보다 많아졌다. 그래서 요가일래는 유튜브에 올라온 자기 관련 영상들을 하나하나 점검했다. 요가일래는 지난해 말 성인이 되었다. 리투아니아는 만 18세가 되는 생일이 성인 기준이다. 이제 성인의 눈으로 볼 때 어린 시절의 영상 속 장면 중에 쑥스러운 것도 있고 너무 유치한 것도 있었을 것이다.


"아빠, 내가 며칠 동안 
아빠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목록을 만들어 봤다. 
내가 그 목록을 보낼테니까 
그 영상들은 다 비공개로 해줘."
"알았다. 목록을 보내라."

그런데 보낸 목록 중에는 비공개로 하기에는 좀 아쉬운 영상도 적지 않았다.


"아빠가 보니까 조회수가 아주 많은 영상도 있다. 
특히 블로그 글 속에 포함된 그런 영상들은 
비공개로 하기엔 좀 아쉽다."
"그래서 어떻게 하고 싶어?"
"그런 영상들은 비공개가 아니고 
미등록이나 공개로 해서 
연결을 시켜 놓는 것이 좋겠다."
"알았어. 
아빠도 양보했으니 나도 양보해야지."

요가일래가 10살 생일을 맞이하자 태어난 때부터 그때까지 찍은 사진 수천장 중에 추억거리가 될 만한 사진들을 150초 영상에 담아서 선물을 해줬다.


이젠 성인으로 다 자라버렸으니 아버지와 딸 사이의 추억거리도 사라지는 듯하다. 만 20세가 되면 영상이 아니라 이 블로그 속에 등장한 아버지와 딸 사이의 이야기를 추려서 아주 극소수 한정판으로 책을 만들어서 선물할지 고려하고 있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20. 4. 1. 17:51

리투아니아는 2월 28일 첫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나온 후 3월 중순부터 그 숫자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급기야 리투아니아 정부는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해 격리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그 하나로 모든 교육기관이 3월 13일부터 기약 없는 임시 휴교다.

음악학교에서 일하는 아내도 재택근무한다. 정상근무하듯이 온라인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고등학교 3학년 졸업반인 요가일래도 온라인으로 집에서 수업을 듣는다. 4월 중순에 있는 첫 졸업시험 과목인 영어 시험도 무기한으로 연기된 상태다.

장보러 가는 것을 제외하고는 세 식구가 하루 24시간 꼬박 함께 집에 머무른 지 벌써 20일째다. 다행스럽게 평소에 거의 각자가 식사를 알아서 해 먹어서 음식을 준비하는 데에는 식구간 갈등은 없다. 아침은 일어나는 시간이 각자 다르기 때문에 알아서 챙겨 먹는다. 점심도 저녁도 배고픈 시간이 각자 다르니 스스로가 알아서 해 먹는다.

그렇지만 같이 먹을 때가 있거나 아니면 다른 식구를 위해 많이 해서 남겨 둘 때도 종종 있다. 어제 하루는 요가일래와 비슷한 식사 시간이었다.

"아빠, 내가 오늘 렌틸콩 밥을 해서 먹을 건데 해 줄까?"
"좋지. 렌틸콩이 혈당을 낮추는 데도 좋고 심혈관에도 좋다고 하더라."  
"내가 손가락을 다쳤으니까 나중에 씻는 데 좀 도와줘."
"알았어."

요가일래가 즐겨 먹는 렌틸콩 밥 요리하기는 아주 간단하다. 

먼저 고구마를 깨끗하게 씻는다. 
고구마는 리투아니아에서 자라지 않는다. 주로 스페인에서 재배된 수입농산물이다. 그래서 감자보다 훨씬 비싸다. 보통 1킬로그램당 감자는 0.3유로고 고구마는 2유로다. 6-7배 가격차다.


씻은 고구마를 4등분한다.
기름을 바른 철판 우에 놓는다.
뚜껑으로 철판을 덮고 고구마를 익힌다.  


렌틸콩을 4번 정도 물로 씻는다.



한국에서 사용하는 돌솥을 이용해서 약 15-20분 정도 렌틸콩을 삶는다.
물이 서서히 증발되면서 렌틸콩이 삶아진다.    


양과 염소 우유로 만든 치즈다. 그리스산 치즈다.


이렇게 해서 
주황색 고구마 
하얀색 치즈
녹갈색 렌틸콩 요리가 완성되었다. 


분이 가득한 렌틸콩
단맛이 나는 고구마
새콤하고 짭짤한 치즈가 함께 한 그릇 한 개를 싹 비웠다.
아빠보다 더 건강식을 해서 먹는 딸이 부럽기도 하다. ㅎㅎㅎ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20. 3. 31. 18:27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바이러스는 세계보건기구(WHO)가 3월 12일 코로나19 범유행(팬더믹)을 선언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결국 전개되고 말았다. 중국과 한국의 확진자수의 순위가 각각 1위와 2위로 고정되다시피 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유럽 국가와 미국의 확진수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 이미지 출처 image source: https://www.worldometers.info/coronavirus

북유럽 리투아니아는 2월 28일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3월 30일 전국 확진자수가 491명이고 사망자는 7명이고 완치자는 1명이다.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는 확진자수가 230명이다. 현재 빌뉴스 인구는 58만명이다. 빌뉴스의 인구밀도는 제곱킬로미터당 1392명이다. 인구대비 확진자수 비율은 0.04%다.   

* 이미지 출처 image source: http://delfi.lt

서울은 확진자수가 434명이다. 현재 서울 인구는 970만여명이다. 서울의 인구밀도는 제곱킬로미터당 만6천명이다. 인구대비 확진자수 비율은 0.0045%다. 


빌뉴스와 서울의 인구수와 인구밀도 등을 감안해 확진자수 비율을 비교해보면 한국과 서울이 얼마나 코로나19에 대응을 잘하고 있는 지를 쉽게 알 수 있다. 세계가 깜짝 놀라고 한국의 모범적 코로나 대처법을 배우고자 할 수밖에 없다.     

* 이미지 출처 image source: http://www.seoul.go.kr/coronaV/coronaStatus.do

리투아니아는 4월말이나 5월초에 확진자수가 절정에 달하고 이후 하향곡선을 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3월 27일 기타나스 나우세다 리투아니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화 통화를 해서 한국의 효과적인 코로나 대응조치를 높이 평가하고 한국의 경험을 배우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리투아니아 정부는 코로나바이러스 전염 확산을 막기 위해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해 3월 16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미 3월 13일부터 모든 교육기관은 임시 휴교다. 식품점 등을 제외한 상점 영업금지, 외출자제, 외출시 마스크 착용, 타인과 2미터 이상 거리 유지, 사회적 거리두기 등이 행해지고 있다.

우리 집은 일주일에 한 번꼴로 슈퍼마켓에 간다. 온라인 주문배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지만 기회가 없다. 주문할 때마다 주문이 폭주해서 더 이상 주문을 받을 수가 없다는 안내문만 뜬다. 식품점도 가족당 한 사람만 가는 것이 좋다.

* 코로나 시국에 물품들은 뜨거운 물로 비닐봉지를 먼저 씻고 말려 냉장고에 넣는다.

우리 집 식구는 현재 세 명이다. 슈퍼마켓에 갈 때 둘이 나가야 한다. 자가격리를 하다시피 하니 차를 끌고 나갈 일이 없으니 자동차 밧데리가 자연 방전이 되어 약해진다. 그래서 한 사람은 슈퍼마켓에 들어가 물품을 사고 한 사람은 시동을 끄지 않은 차에 남아 있어야 한다.  

부엌에서 아내와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내가 슈퍼마켓에 들어가서 식품을 살까?"라고 내가 물었다.
"아니. 내가 여자니까 물품을 고르면서 위생에 더 주의할 수 있어."
"나도 마스크 착용은 물론이고 1회용 장갑을 끼고 주의할 수 있어."
"나이가 많을수록 더 위험하다고 하니 조금 어린 내가 들어갈게."
"같은 50대잖아. 내가 들어갈게."
"혈액형과도 관련이 있다고 해. A형이 O형보다 더 많이 감염되었다고 해."
"그래?"
"당신 혈액형이 뭐야? 난 O형이야."
"난 A형이야."
"그럼 내가 들어갈게. 당신은 차에 그냥 앉아 있어."

이 대화를 듣고 있던 딸 요가일래가 자기 방에서 부엌으로 들어왔다.
"내가 들어갈게."
"왜?"
"어린이와 젊은이의 감염률이 상당히 낮다고 해. 내가 우리 집에서 제일 어리잖아."
"안 돼. 너는 지금 고등학교 3학년이잖아. 졸업시험도 있잖아. 그냥 집에 있어."
"그러면 아빠가 슈퍼마켓에 들어가지 말고 엄마가 들어가는 것이 좋겠어."
"왜?"
"통계적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검염률과 사망률이 더 높다는 기사를 읽었어. 그리고 아빠는 당뇨가 좀 있고 혈액형도 A형이잖아."

이렇게 해서 이날 슈퍼마켓은 아내가 들어가서 식품을 구입하고 나는 차에서 기다렸다. 가족의 배려하는 마음에서 가족애를 진하게 느껴보는 순간이었다. 아래 영상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격리조치 후 빌뉴스 구시가지 모습니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9. 12. 10. 05:46

11월 하순부터 1월 초순까지 북유럽 리투아니아는 크리스마스 명절 분위기로 가득 차 있다. 대부분의 도시들은 11월 30일 토요일 저녁 도심 광장에서 성대하게 크리스마스 점등식을 가졌다. 

이날 오후 내내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 (구)시청사에서는 제 17회 국제 크리스마스 자선바자회가 열렸다. 이 행사는 매년 빌뉴스국제여성협회와 주리투아니아 외교커뮤니티가 공동으로 개최한다. 아래 사진은 국제자선바자회 개장 테이프를 자르는 장면이다. 리투아니아 대통령 영부인, 빌뉴스 시장, 여러 외국 대사들이 참가했다.

* 사진출처 image source: https://www.kaledossostineje.lt/ 

이 국제자선바자회에는 40개 이상의 주리투아니아 외국 대사관, 국제학교 그리고 국제기구 등이 참가해 자신들이 준비한 책, 그림, 예술작품, 크리스마스 기념물 등을 판매했다. 이날 판매대금은 고아원, 양로원 등 리투아니아 10개 사회복지단체에 기증된다.    

* 요가일래와 리투아니아 대통령 영부인 디아나 나우세디애네(Diana Nausėdienė)

이 국제자선바자회에 요가일래가 초대를 받아 국제어 에스페란토로 번역된 "유럽의 중앙에서"라는 리투아니아 가요를 불러 좋은 반응을 얻었다. 요가일래는 노래를 끝낸 후 리투아니아 대통령 영부인과 인사하는 기회도 갖게 되었다. 
 

위 영상은 바자회가 열리는 소란한 실내 장소에서 촬영된 것이다. 가사를 선명하게 듣고자 하는 사람을 위해 아래 영상을 올린다. 이 영상은 리투아니아 텔레비전 방송국이 촬영한 영상이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9. 11. 7. 05:54

여기 유럽 사람들은 자기 생일을 기점으로 해서 나이를 계산한다. 생일이 지나서야 한 살을 더한다. 11월 5일 딸아이 요가일래는 만 18세로 이제 성년이 되었다. 따로 성년식이 없다. 보통 생일이 있는 주말에 친구나 친척이 모여 식사하면서 축하한다.

어렸을 때는 부모가 생일을 챙겼으나 16살부터는 스스로 생일 잔치를 어떻게 할 지를 계획하고 있다. 열살이 되었을 때는 출생부터 10살이 될 때까지 찍어 놓은 사진 수 천 장 중에서 골라 영상을 만들어 줬다. 



요가일래가 성년이 되는 기념으로 우리 가족은 얼마 전 지중해 몰타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몇 주 전부터 요가일래는 친한 친구들을 초청해 함께 잔치할 레스토랑을 찾아서 여기저기 발품을 팔고 있다. 음식값이 예상보다 비싸서 고민한다. 이번 토요일에는 친구들과 일요일에는 일가 친척들과 함께 잔치를 열 것이다.   

"그 동안 아빠가 조금씩 모아둔 용돈이 있으니 음식값 걱정하지 말고 친구들과 함께 성년 생일 잔치를 해라."

11월 5일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시간인데 요가일래는 돌아오지 않았다. 평소보다 늦게 집에 돌아온 요가일래는 양 손에 꽃다발을 들고 집에 들어왔다. 


"이거는 엄마에게."


"이거는 아빠에게."


"날 낳아 줘서 고마워."
"그런데 아빠 꽃다발이 왜 더 작아?"
"날 낳을 때 엄마가 더 고생했잖아!"
"그래 맞아. 아빠 거라고 챙겨 줘서 고맙다."  

우리도 선물을 준비했다.


장미꽃 열 아홉 송이, 케익 그리고 노트북... 
참고로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살아있는 사람에겐 짝수로 꽃 선물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열 여덟 송이가 아니라 열 아홉 송이를 준비했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9. 8. 19. 05:33

이번 여름 우리 집 최대 소식은 요가일래의 K-Pop 노래 공연이다. 

* 사진 (상과 하): 신대

지난 7월 국제어 에스페란토 행사 "발트 에스페란토 대회"(55aj Baltiaj Esperanto-Tagoj)가 리투아니아 중부 도시 파내베지스 (Panevėžys)에서 열렸다. 37개국에서 450명이 참가했다. 이 중에 한국 참가자는 39명이었다. 이 대회 중 요가일래는 한국에서 온 전통악기 연주자 2명과 협연해서 에스페란토로 노래 공연을 했다.

* 사진: 신대

지난 해 폴란드 포즈난에서 열린 아르코네스 행사에서 선보인 요가일래의 노래 공연이 좋은 반응을 얻었고 이에 리투아니아 에스페란토 협회의 초청으로 이번에 공연을 하게 되었다. 이번 공연의 주제는 한류였다. 한류열풍에 발맞추어 한국 드라마, K-Pop, 게임 테마곡 등을 한국 전통악기 연주와 함께 에스페란토 관객들에게 선보이는 것이었다. 

그 동안 한국 드리마를 즐겨 보고 케이팝을 즐겨 들었던 요가일래가 노래를 선곡했고, 대금연주자이자 작곡가 성민우가 이를 대금(성민우 연주)과 피리(김율희 연주) 등 한국 전통악기에 맞춰 편곡했다. 에스페란토로 노래 번역은 초유스가 했다.

* 사진 (상과 하): Gražvydas Jurgelevičius - 대금연주자 성민우와 피리연주자 김율희


* 사진: Gražvydas Jurgelevičius - 대회 조직위원장과 아리랑 춤을 선사한 한국인들과 함께

리투아니아 참가자들을 위해 리투아니아에서 널리 불려지고 있는 노래 두 곡도 불렀다.

* 사진: 신대성 - 공연 후 많은 사람들이 축하해줬다.

한국어 노래 가사를 에스페란토로 번역하는 데 온갖 정성을 쏟았고 요가일래 공연에 큰 응원을 했는데 아쉽게도 여름철 관광안내사 생업으로 공연에 참석하지 못했다. 공연 말미에 요가일래는 아버지에 대한 감삿말을 잊지 않아서 큰 위안이 되었다이날 공연을 담은 영상을 몇 개 올린다. 모든 공연 영상은 아래에서 볼 수 있다. 

 

 

수천명이 참가하는 세계에스페란토대회에서도 멀지 않은 장래에 요가일래가 케이팝 공연을 에스페란토로 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많은 성원 부탁드려요~~~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9. 4. 27. 06:36

지난 3월 딸아이 요가일래에게 텔레비전 광고 출현 섭외가 들어왔다. 아직 미성년이라 부모의 동의가 필요했다. 늦은 오후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장장 12시간 촬영 작업에 나섰다. 철야 촬영이라 학교에서 돌아온 후 잠깐 잠을 자 두었다.

* 함께 광고에 출현한 동료들 (제일 왼쪽이 요가일래)


첫 방송 광고 출연이라 과연 어떤 광고 내용일까 궁금했다. 촬영 후 3주가 지나 4월 23일부터 앞으로 3개월 동안 텔레비전 광고가 진행된다. 통신회사 비테(Bitė)의 충전식 선불 심 카드 "라바스(Labas)" 광고다. 



무제한 용량을 무료로 스냅챗, 페이스북, 메신저, 바이버, 와츠앱을 사용할 수 있어서 청소년들과 학생들이 주로 사용하고 있다. 아래 동영상이 바로 지금 방송되고 있는 TV 광고이다. 




어른들이 바라는 좋은 대학교에 가기 위해 오직 공부에 모든 것을 쏟았던 것이 내 고등학교 시절이었다. 리투아니아에서 고등학교 2학년생 딸아이 요가일래는 이렇게 스스로 일거리를 찾아 재미나게 용돈을 버는 모습을 지켜 보니 참 부럽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9. 4. 3. 04:42

흔히들 고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특히 어머니는 학생보다 더 힘이 든다고 한다. 유럽에 살고 있는 덕분에 우리 부부는 이 점에 대해서는 거의 부담이 없다. 딸아이 요가일래는 지금 고등학교 2학년생이다.

우리는 요가일래가 초등학생일 때가 제일 힘들었다. 아침마다 더 일찍 일어나 아침밥을 챙겨주고 학교가 1킬로미터 내에 있지만 데려다 주고 데려 와야 했다. 중학생이 된 후부터 우리 부부는 딸아이의 등교에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하지 말라고 했기 때문이다.

"그 동안 엄마 아빠가 나를 학교 보내는데 고생했다. 이제부터 내가 스스로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냥 더 주무세요."

그후 딸아이는 몇 차례 학교에 늦은 적이 있었다. 이때 "왜 늦잠을 잤니? 왜 학교 생활을 소홀히 하니?..."이라고 야단치지 않았다. 본인 스스로 왜 학교에 늦게 가면 안 좋은지를 스스로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편 학교 생활에 충실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여러 사정으로 늦잠을 잘 수밖에 없는 경우도 생기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내 전화기에 깨우기를 입력해 놓았다. 요가일래가 등교하려고 준비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을 경우 깨우기 위해서다. 그렇게 서너 번 깨워서 "아빠가 최고야. 정말 고맙다"라는 말을 들었다. 

"이제부터 아빠가 일어나서 깨워야겠다."
"안 돼!!! 아빠가 깨우면 내가 아빠에게 의지하려고 하기 때문에 스스로 생활 하기가 더 힘들어져. 절대 깨우지 마세요."

요가일래는 스스로 일어나 아침까지 챙겨 먹고 학교로 간다. 얼마 전 아침에 일어나 부엌으로 가보니 냄비에 쪽지가 붙여져 있었다. 내용인즉 "엄마, 아빠 마음에 들지 모르겠다. 치아 사이로 끼어들기 때문에."


냄비 뚜껑을 열어보니 마치 봄날 연못가에 뭉쳐 있는 올챙이알 같았다. 처음 보는 음식이다. 한 숟가락 입안에 넣고 씹으니 톡톡 터졌다. 이 재미로 그만 반을 다 먹어버렸다. 이게 대체 뭘까....



아내에게 물어 보니 나에게 정체불명인 이 음식은 요즘 요가일래가 건강식으로 먹는 치아 (chia) 씨다. 처음 듣는 이름이라 인터넷 검색을 해니 치아 씨는 칼슘, 항산화제, 철분, 섬유질, 칼륨 등 영양분이 풍부하다. 아래는 요가일래가 재래시장에서 한국돈으로 6천원을 주고 구입한 치아 씨 400그램이다.



치아 씨 100그램에 내포되어 있는 영양분은 지방 34그램, 탄수화물 3.6그램, 섬유질 32.6그램, 단백질 23그램이다. 그리고 오메가 3이 20그램, 오메가 6이 7그램이다. 이 좋은 건강 음식물을 치아 사이로 낀다는 우려감으로 안 먹는다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듯하다. 

맛있다고 하니 요가일래가 정식으로 치아 씨 요리해주겠다고 했다. 바로 그날이 왔다. 치아 씨로 음식을 만드는 모습으로 사진으로 찍어 주기도 했다. 아래는 요가일래의 치아 씨 요리법이다.

1. 1인당 한 끼 치아 씨 양은 35그램이다.



2. 1인당 우유는 약 200그램이다.



3. 치아 씨와 우유를 냄비에 넣고 약한 불에 끓인다.



4. 냄비 바닥에 눌지 않도록 자주 숟가락으로 저어 준다.



5. 조금씩 뻑뻑해진다.



6. 끓어 오르면 불을 끈다.



7. 불을 끈 후 10분 정도 놓아 둔다. 



8. 그 사이에 치아 씨 음식 위헤 올릴 것을 챙긴다. 후라이팬으로 사과를 조금 익힌다.



9. 뻑뻑해진 치아 씨 요리를 숟가락으로 푼다.



10. 그릇에 담는다.



11. 치아 씨 위에 익힌 사과, 잣, 대추야자, 탕콩버터 등을 얹는다.



이렇게 딸아이 덕분에 난생 처음 치아 씨 음식을 먹게 되었다. 적은 양을 먹어도 포만감을 느껴 한동안 배고픔을 잊었다. 이제부터 요가일래가 치아 씨 음식을 만든다면 치아에 낀다는 걱정을 제쳐 두고 언제라도 배급 받을 준비가 되어 있다. 톡톡 터지는 맛이 지금도 입안에 돈다. ㅎㅎㅎ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9. 1. 17. 07:55

고등학교 2학년생인 딸아이 요가일래가 어제 모처럼 이른 오후에 집으로 돌아왔다. 늦은 점심을 기다리면서 수학 숙제를 먼저 하고 있었다. 학교 공부나 성적에 대해서는 부담감을 주지 않으려고 한다. 고등학생이 된 딸아이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제 네가 고등학생이 되었다. 아빠는 네가 항상 좋은 성적을 받아야 한다든지 학교 반에서 상위권에 들어야 한다든지 좋은 대학교에서 공부를 해야 한다든지 그렇게 강요하지 않지만 네가 스스로 이 시기의 공부가 참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확신하길 바란다."

"잘 알아. 스스로 알아서 해볼게."


어제 방문을 두드리면서 허락을 받아 요가일래 방으로 들어갔다. 계산기와 전화기를 공책 옆에 두고 열심히 수학 문제를 풀고 있었다. 



"아빠 내가 뭘 하나 보여줄까?"

"뭔데?"

"잘 봐!"


요가일래는 전화기에서 앱를 열더니 수학 문제 하나를 카메라로 찍었다. 그렇더니 앱이 문제를 풀고 답을 내주었다.



"우와~ 정말 신기하다. 그런데 이렇게 해서 숙제를 다 해버리면 스스로 계산할 수 있는 것을 배울 수 없고 또한 스스로 답을 찾았다는 기쁨도 느낄 수 없겠다."

"난 모든 문제를 다 그렇게 안 해. 내가 세 번을 먼저 스스로 풀어 보고 그래도 어려워서 답을 얻지 못하면 그때 이 앱을 사용해."

"그래 스스로 원칙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아빠, 이 앱이 정말 좋아. 답을 얻지 못 했을 때 도움이 된다. 답이 나오는 과정까지 자세히 설명해 준다. 이 앱을 잘 활용하면 선생님에게 물어 볼 필요도 없고, 학원에 갈 필요도 없고, 가정 교사도 필요 없어."

"정말이겠다. 친구들이 이 앱을 가지고 있어?"

"우리 반 친구들이 다 가지고 사용해."


세상이 참 많이 변하고 있다. 사람이 아니라 앱이 수학 문제를 풀어준다. 이러한 기술 발달로 이제 끙끙거리며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지 않아도 되고, 정답을 얻지 못했다고 선생님에게 꾸지람을 들을 일도 없어진다. 



며칠 전 지인이 한 말이 떠오른다. 그의 고등학생 아들이 늦잠을 자서 첫 교시 수학 수업을 듣지 못하게 되었다. 그는 아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오늘 네가 배울 수학 문제를 푼 사람들이 세상에 수백만 명이나 된다. 굳이 네가 풀 필요는 없다.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학교에 가."



수학 앱이 문제를 풀어 자세하게 설명까지 하면서 답을 내주니 참으로 편리한 시대다. 이런 기술을 선용할 수 있는 인성이 바탕이 되어야겠다. 혹시 사람보다 더 훌륭한 인성을 지닌 로봇이 만들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8. 12. 26. 06:16

연말이 다가온다. 유럽 학교는 여름 방학과 같은 긴 겨울 방학이 없다. 단지 크리스마스를 맞아 1주일 내지 2주일 정도 짧은 방학이 있다. 크리스마스를 맞이할 주에 학교는 대체로 여러 문화 행사를 개최한다.

요가일래가 다니는 고등학교는 대륙별 주제로 한 연극 경연 대회를 열렸다. 요가일래가 속한 반은 아시아 대륙 주제를 선택했다. 반 소속 모든 학생들이 참가했지만 아버지가 한국인이라서 주도적인 역할을 요가일래가 맡았다. 대본을 구상하고 쓰는 일에서 연극 연습까지...

내용은 이렇다. 신문사 편집장에게 마로코 폴로가 자기가 체험한 아시아 나라들에게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인도 이야기 때에는 인도 노래에 맞춰 반 친구들이 커버댄스를 쳤다.


히말라야 이야기 때에는 부다와 수도승이 등장했다.


한국 이야기 때에는 막걸리가 등장했다. 막걸리는 물병에 우유를 붓고 그 안에 쌀을 넣어 만들었다. ㅎㅎㅎ 그리고 아리랑을 노래했다.


여섯 반이 참가한 경연 대회에서 요가일래 반이 최우수상을 받았다. 상 받은 것도 축하하지만 자기의 정체성 일부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이를 연극에도 멋지게 표현한 요가일래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한복에다 아리랑 노래 때문에 최우수상을 받게 되었다고 반 친구들이 추켜세웠다고 한다. 아래는 아리랑을 부르는 영상이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8. 11. 29. 05:44

딸 가진 부모로서 고민거리가 하나 있다. 바로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힐 것인지 안 맞힐 것인지이다. 널리 알려져 있듯이 자궁경부암은 전 세계적으로 여성에게 발병하는 가장 흔한 암 중 하아이다. 자궁경부암 백신은 자궁경부암의 원인인 인유두종 바이러스(HPV)를 가짜 바이러스로 만들어 면역 반응을 유도한다. 
 
만 9-26세 여성이고 최적 접종 시기는 15-17세라고 한다. 예방 접종으로 암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을 맹신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과 주변 또래 여자 아이들도 대개 백신을 맞기 때문에 결국 맞히기로 했다. 마침 딸아이가 지난 17세가 되었다. 

리투아니아는 9세 아이에게만 무료 접종이 이루어지고 그 외는 유료이다. 지난 1월 종합진료소에 백신 예방접종을 문의하니 당장 백신이 없으니 기다리라고 했다. 그래서 지금까지 10개월을 기다렸다. 물론 개인병원에서도 접종을 받을 수 있지만 가격 차이가 많이 났다. 종합진료소는 한 번 맞는데 107유로(총 321유로, 한국돈으로 약 40만원)이고, 개인병원은 170유로다. 세 번을 맞아야 한다. 2개월 후 두 번째, 그 다음 6개월 후 세 번째 예방접종을 받는다. 

* 자궁경부암 백신 가디실 9와 1회 백신 접종 비용 영수증 (주사 2.30유로 + 백신 104.89유로) 

주사 맞기를 좋아하는 딸아이도 선뜻 동의했다. 학교 친구들도 그리고 언니도 맞았기 때문에 더 쉽게 응할 수 있었다. 드디어 백신을 확보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지난 월요일 학교 등교하기 전일찍 종합진료소에 가서 백신을 맞았다. 

자궁경부암 백신은 프랑스에서 제조된 가다실 9 (gardasil 9)였다. 곧 바로 이날 학교로 갔다. 하루 종일 주사를 맞은 부위가 뻐근하고 아팠다. 그래도 참을만 했다. 이렇게 월요일은 큰 걱정거리 없이 넘어갔다. 

화요일 아침에 평상시처럼 등교했다. 그런데 2교시 수업이 끝난 후 딸아이로부터 전화가 왔다.

"속이 메스껍고 힘이 빠져서 수업 듣기가 힘들어."
"그럼 조금만 더 있어보고 계속 그러면 집으로 와."

이렇게 집으로 돌아온 딸아이는 왼쪽 부위 허리 통증도 있다고 했다. 이 통증은 접종 맞기 며칠 전부터 있었다. 다행히 최근 한국을 방문했을 때 지인이 파스 한 통을 선물로 주었다. 난생 처음 보는 파스였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꽤 유명한 파스다(일본 국민 파스 - 샤론 라스. 나만 모르고 있었네 꼴이다. ㅎㅎㅎ). 즉효는 기대하지 않지만 일단 심리적인 효과는 있을 것 같아 파스를 붙여 주었다. 이 경우를 미리 알고 선물을 하셨나... 



이날 오전 11시에 집으로 돌아와 딸아이는 내내 침대에 누워 잠만 잤다. 저녁 무렵 수학 과외 선생님이 올 시간이었다. 여전히 속이 메스껍지만 공부는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수학 선생님이 거의 집에 도달할 쯤 일이 터졌다. 참았던 메스꺼움이 결국 구토로 이어졌다. 수업 중에 또 토할 수 있을 같아서 선생님을 돌려보내야 했다. 선생님이 헛걸음을 하게 되어 미안했다.

화요일 늦은 밤에야 구토 증세가 조금씩 사라지고 안정을 되찾았다. 수요일 학교는 가지 않기로 서로 의견을 모았다. 백신 예방접종을 맞은 후 거의 24시간 만에 나타난 증세로 이를 백신 부작용으로 100% 단정짓을 수는 없겠다. 하지만 딸아이는 평소 음식 등으로 구토 증세를 일으킨 적이 없는 것으로 봐서 백신 부작용의 개연성이 높은 듯하다. 앞으로 있을 두 번째과 세 번째 접종은 특별한 부작용 없이 잘 넘어가길 바란다.

한편 호주에 살고 있는 큰 딸도 26살에 이 백신을 맞았다. 첫 번째 백신 접종은 병원 인근 약국에서 직접 150달러를 주고 백신을 구입해서 병원에서 맞았다. 두 번째에도 의사가 똑 같은 처방을 해서 인근 약국에서 백신을 직접 구입하려고 갔으나 백신이 없었다. 병원에 돌아가니 병원이 확보하고 있는 백신을 일단 무료로 맞혀 주었다. 세 번째도 두 번째와 같은 일이 반복되었다. 의사는 나중에 백신을 구입해서 병원에 가져오라고 했다. 결국 큰 딸은 한 번 비용으로 3차까지 백신 접종을 마쳤다. 특별한 부작용은 일어나지 않았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8. 11. 26. 07:00

11월 초순 한국을 2주 동안 방문하기 전 
고등학교 2학년생인 딸아이에게 동행할 것을 제안했다.
예전 같았으면 쉽게 응했을 것인데
이제는 "학업" 등으로 가지 않기로 했다.

리투아니아는 고등학교 2학년과 3학년 내신 성적이
대학교 입학에 반영되어 학교 생활이 중요한 시기다.

리투아니아는 자녀들의 학교 생활과 시험 성적을 
인터넷 사이트에서 학부모들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성적이 안 좋아 부모에게 혼날 것이 두려워서
성적표를 찢거나 태운 후 잃어 버렸다고 하는 
고전적인 거짓말을 더 이상 할 수가 없다.

한국에서 돌아온 후 어느 저녁 시간에 딸아이에게 물었다.
"아빠가 뭐 하나 물어도 돼?"
"그렇지."
"요즘 학교 공부하기가 좀 어렵지?"
"정말 어려워서 힘들어."
"이제 2년만 고생하면 되겠다."
"아빠가 진짜 뭘 물어보려고 하는 지 내가 다 안다. 
내가 공부 잘하고 있는 지를 물어보려고 했지?"
"그래."
"공부가 어렵지만 내가 잘해야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내가 잘하려고 하니까 아빠는 그냥 나를 믿어줘."
"알았다."

일반 학교 수업에다 
미술 학교 수업에다 
모델 아르바이트에다가
거의 쉴 틈이 없는 딸아이가 안쓰럽다.
그래서 공부에 대한 참견으로 스트레스를 주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딸아이의 학교 생활과 시험 성적을 볼 수 있는 
사이트에 아내가 종종 들어가 학업 성적을 조회해 본다. 
여러 해 전까지만 해도 과목별로 그리고 전과목 합계로 
학급에서 자녀의 성적 순위가 몇 번째인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이것이 유료다.

지난 목요일 저녁 아내가 조용히 물었다.
"블랙 프라데이 할인으로 딸아이 성적 순위를 조회할 수 있는데 우리 해볼까?"
"우리는 성적 순위 조회를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딸아이 성적만 알면 되지
누구와 비교해서 나온 결과인 
반에서 몇 등이다는 굳이 알 필요가 없겠다.
딸아이에게 꼭 이겨야 한다는 경쟁심, 
너와 나를 경계 짓는 상대심 
그리고 우쭐함이나 의기소침의 우열심을 부추기고 싶지는 않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블랙 프라이데이는 11월의 넷째 주 목요일인 추수감사절 다음날로
미국에서 연중 가장 큰 규모의 쇼핑이 이루어지는 날이다.

 
참고로 성적 순위 등을 볼 수 있는 
학업 결과 분석 조회는 1년 비용이 12유로다.
블랙 프라데이 할인으로 9.99유로다.
이런 것까지 블랙 프라데이 할인을 하다니 놀랍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8. 10. 25. 17:43

요가일래는 "초유스 동유럽" 블로그의 일상 이야기를 통해 접해온 사람들에게 낯익은 이름일 것이다. 이제 한국으로 치면 고등학교 2학년생이고 만으로 16살이다. 지난 5월 모델 에이젠시를 혼자 찾아가 모델 지원서를 제출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조금씩 사진사(포티스트)나 분장사(메이크업 아티스트)로부터 모델 요청이 들어왔다[관련글: 출장에서 돌아오니 이미지 모델 된 딸아이].  

리투아니아는 만 16살이 되면 부모 동의 없이 일을 할 수 있다. 이제 학교 공부가 아주 중요한 시기이다. 고등학교 2학년과 3학년 성적이 대학교 입학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한편 요가일래는 방과 후 다니는 미술학교 졸업반생이기도 하다. 이런 바쁜 와중에서도 요즘 모델 아르바이트를 활발히 하고 있다. 

"모델 아르바이트 힘들지 않아? 아빠가 너에게 용돈을 충분히 줄 수 있는 형편이 되잖아."
"아니야. 스스로 돈을 벌 수 있으면 벌어야 돼. 용돈을 달라고 하면 괜히 아빠를 고생시키는 것 같아서 내 마음이 아파."
"우와~ 정말?!"  


* 모델: 요가일래 Jogailė Čojūtė

* 분장: Egle Make up 

* 사진: Rimgaudas Čiapas photography 


* 모델: 요가일래 Jogailė Čojūtė 

* 분장: Samanta Sakalauskaitė 

* 사진: Gintautas Rapalis


* 모델: 요가일래 Jogailė Čojūtė 

* 분장: Indrė Paulina / MAKEUP YOUR LIFE Stilius 

* 사진: Deimantė Rudžinskaitė


* 모델: 요가일래 Jogailė Čojūtė 

* 분장: 

* 사진: 


* 모델: 요가일래 Jogailė Čojūtė 
* 사진: Irmantas Kuzas


* 모델: 요가일래 Jogailė Čojūtė 

* 분장: Egle Make up

* 사진: Rimgaudas Čiapas 


일전에 소액 지폐를 많이 받은 적이 있어서 딸에게 물었다.

"아빠가 받은 이 소액 지폐를 네가 가지고 있는 고액 지폐와 교환하지 않을래?"

"안할래."

"왜? 너한테 소액 지폐가 더 필요하잖아."

"작은 돈은  더 빨리 그리고 더 쉽게 써버리게 되잖아."

"그래. 네 말이 맞다. 작은 것을 가볍게 여겨 함부로 하기가 더 쉽지. 네가 모델로 버는 돈은 당장 써버리지 말고 차곡차곡 모아두는 것이 좋겠다."

"그렇게 하고 있어. 걱정하지마. 내가 알아서 할게."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8. 9. 28. 03:55

폴란드 포즈난에서 매년 9월 에스페란토 예술 행사가 열린다.올해는 한국에서 대금 연주자 성민우(마주 MAJU)와 가야금 연주자 조영예 그리고 독일에서 활동하고 있는 성악가 오혜민이 참가해 "Pacon kune"(함께 평화를)라는 주제로 한국 음악을 선보여 큰 호응을 얻었다.

* 사진: Gražvydas Jurgelevičius

 

이날 요가일래도 이 한국 음악 공연해 참가해 "바람이 잠든 곳으로 - 황후의 노래"를 에스페란토로 불렸다. 한국어 가사 번역은 최대석(초유스)이 했다.(에스페란토로 어떻게 들리는 지 궁금하시는 분은 아래 동영상을 보세요.)

 

바람이 잠든 곳으로
- 황후의 노래


바람에 날려 여기로 왔네
저 달빛 속에 머물렀네
구름은 모두 저편에 멀어지네
참았던 눈물 바다로 떨어지네

닿을 수 없었던 너
내 곁에 있는데
내 마음이리도
왜 이리 서글퍼지는 건지

저 하늘이 내려준 우리의 인연은
바람이 잠드는 그곳으로

이제는 건널 수 없는 강물
후회해도 이젠 소용없어
따스한 너의 두 손을 잡아도
두 눈가에 슬픔만이 가득하네

닿을 수 없었던 너
내 곁에 있는데
내 마음 이리도
왜 이리 서글퍼지는 건지

저 하늘이 내려준 우리의 인연은
바람이 잠드는 그곳으로

후회하지마 힘들어도 

이제는 가야만 하네 
그 먼곳으로

닿을 수 없었던 너
내 곁에 있는데
내 마음 이리도
왜 이리 서글퍼지는 건지

저 하늘이 내려준 우리의 인연은
구름이 잠드는 그곳으로
Kie dormas vent’
– Kanto de la imperiestrino


Jen alvenis mi laŭ la venta flu’.
Restadis mi en tiu luna lum’.
Malproksimen tien iras la nubar’.
Tenita longe larmo falas al la mar’.

Apud mi ĉeestas vi,
neatingebla vi.
Ho kial tamen tristas, 
tiel tiel tristas mia kor’?

Destinita de l’ ĉiel’ aldrivas nia am’
al tiu loko, kie dormas vent’.

Netranseblas nun tiu ĉi river’. 

Nun estas tro malfrue por bedaŭr’. 
Kvankam viajn varmajn manojn tenas mi, 
la du okuloj plenas sole de malĝoj’. 


Apud mi ĉeestas vi, 
neatingebla vi. 
Ho kial tamen tristas, 
tiel tiel tristas mia kor’? 


Destinita de l’ ĉiel’ aldrivas nia am’ 
al tiu loko, kie dormas vent’. 


Bedaŭru ne plu! Eĉ malgraŭ peno 
devas mi ekiri nun 
al la fora lok’. 


Apud mi ĉeestas vi, 
neatingebla vi. 
Ho kial tamen tristas, 
tiel tiel tristas mia kor’? 


Destinita de l’ ĉiel’ aldrivas nia am’ 
al tiu loko, kie dormas vent’.

26_kie_dormas_vent.pdf
다운로드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8. 9. 20. 17:03

매년 각국을 돌아가면서 열리는 세계에스페란토대회가 
2017년 7월 한국외국대학교에서 열렸다.
61개국 1174명이 참가한 대회 개회식 중  

 

요가일래가 "마주"(MAJU)와의 협업으로 한국 노래 "세월이 가면" (최명섭 작사, 최귀섭 작곡, 박보람 노래)를 불러 큰 호응을 얻었다. 


그 동안 이 노래를 에스페란토로 번역하고자 했으나 차일피일 미루다가 최근에야 번역을 마쳤다. 언젠가 이 노래를 한국어가 아니라 에스페란토로 들을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  


세월이 가면

그대 나를 위해 웃음을 보여도
허탈한 표정 감출순 없어

힘없이 뒤돌아서는 그대의 모습을
흐린 눈으로 바라만보네

나는 알고있어요 우리의 사랑이
이것이 마지막이라는 것을

서로가 원한다 해도 영원할 순 없어요
저 흘러가는 시간 앞에서는

세월이 가면 가슴이 터질듯한
그리운 마음이야 잊는다해도

한없이 소중했던 사랑이 있었음을
잊지말고 기억해줘요

세월이 가면 가슴이 터질듯한
그리운 마음이야 잊는다해도 

한없이 소중했던 사랑이 있었음을
잊지말고 기억해줘요.

Tempo pasos nur


Kvankam vi elmontras rideton ja por mi,
sentiĝas senespera mieno.


Returnas kaj foriras vi silente, senforte;

mi rigardas vin nebulokule.


Plene mi komprenas jam, ke do por nia am'

ĉi tio estas lasta renkontiĝo.


Eĉ malgraŭ la dezir' de ni ne eternas amo ĉi 

ja antaŭ fluiranta tiu horo.


Tempo pasos nur; degeligi povos vi

la sopiregon disrompigan al la kor'.


Tamen vi ne forgesu kaj memoru por ĉiam':

senlime kara estis la am'.


Tempo pasos nur; degeligi povos vi

la sopiregon disrompigan al la kor'.


Tamen vi ne forgesu kaj memoru por ĉiam':

senlime kara estis la am'.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8. 6. 9. 04:29

* 친구 Ema Vai가 최근 찍은 준 사진


지난 5월 어느 날 딸아이 요가일래가 어딘가에 다녀왔다.

"오늘 어디 다녀왔다."
"어디?"
"모델 에이전시"
"왜?"
"모델 지원서에 신청하고 왔다."
"혼자?"
"그렇지. 나 이제 만 16살이야. 혼자 할 수 있어."
"뭘 했는데?"
"여러 자세로 사진을 찍었고 내 연락처 등을 남겼다."

그렇게 시간이 흘렸다.  

요가일래는 또래 아이에 비해 키가 작은 편이다.

"다른 아이들처럼 키가 쑥쑥 자랐으면 좋겠다."
"안 될거야."
"왜?"
"딸은 아빠보다 키가 더 크지 않는다고 해."
"그래?! 그렇다면 (아빠인) 내가 키가 작아서 미안해~~~"
"괜찮아.. 그렇다고 아빠를 이제 바꿀 수가 없잖아. ㅎㅎㅎ"

사실 나도 키가 작아서 어머니가 좀 안스러워하던 때가 있었다.
"네가 키가 조그만 더 컸더라면..."

며칠 전 출장에서 돌아오니
요가일래가 이미지 모델로 활동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소식들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분장사(메이크업 아디스트)들이 연락와서 
두 차례 이미지 모델로 서 신문에도 나왔다.    


사진: J.Stacevičiaus | 사진출처: image source 


지난 금요일에는 지원자 30명 중 최종 모델 한 명에 선정되어 

황급히 분장 장소로 나갔다.

이번에는 어떤 얼굴로 변신해서 돌아올까?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8. 5. 11. 05:41

토요일 낮잠에 푹 빠져 있었다.
누군가 초인종을 누르기에 그만 무시하고 더 자버릴까...
식구 모두가 집에 있을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초인종 소리가 점점 길어져 
어쩔 수 없이 눈을 비비면서 현관으로 가야 했다.
토요일 추가 수업을 마치고 돌아온 아내였다.

아내에게 물었다.
"요가일래는 어디 갔지?"
"미술학교에."
"왜?"
"친구와 경제 과목 숙제하러 간다고 하고 갔어."
"아니, 미술학교에서 왜 경제 과목 숙제를 하지?!"
"돌아오면 직접 물어봐."

고등학교 1학년생 경제과목 숙제가 참 특이하다.
경제와 예술을 연결해서 상품 광고 동영상을 제작하는 것이다.
요가일래의 학교 생활을 지켜보니 
많은 숙제들이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럿이 협력해서 하는 것이다.
이번에도 세 명이 공동으로 하는 숙제다.

주제를 정하고
각본을 짜고
동영상을 찍고
배경음악을 찾고
편집을 하고
수업시간에 발표를 하고....

미술학교에 다니는 요가일래는 상품을 그림붓으로 정했다.
그림을 그리는데 붓이 낡아서 제대로 그릴 수가 없었다.
이때 친구가 새로운 붓을 가져다 주어 
만족스럽게 그림을 다 그릴 수 있게 되었다.


상품명 막스 코헨도
붓 10개 사면 물감 선물!!!



어도비 프리미어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을 조금 설명해주자
요가일래는 금방 익숙해지면서 아래 광고 동영상을 만들었다.



이렇게 창의적이고 상호협력을 꾀하는 숙제를 내주다니
40여년 전 내 고등학교 시절과는 완전 천양지차로구나....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8. 4. 3. 04:52

일전에 늦은 오후 
빌뉴스 시내 중심가에서 
아내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마침 그 무렵 딸아이 요가일래도 친구들과 함께 시내에 있는 시간이라 
집으로 오는 길에 태워서 같이 오려고 했다.

쪽지로 연락하니
정말 재미난 한국인 아저씨를 만나고 있다는 쪽지가 날아왔다.



나중에 혼자 집으로 돌아온 딸아이는 사진을 보여주면서 얘기했다.

"친구와 걸어가는 데 
주황색 옷을 입은 아저씨가 
영어로 길을 물었다. 
그런데 아저씨가 내 눈동자 색깔을 보더니 
리투아니아 사람인냐고 물었다.
반은 한국 사람이라고 했더니 
그때부터 한국말로 쭉 얘기했다."



요가일래 말에 의하면
이 분은 유럽 여행을 하시는 중인에
요일마다 색깔이 다른 옷을 입고 다닌다고 한다.
요가일래는 자기가 이제껏 만나본 한국인 중 이 분이 가장 재미난 분이라 한다.
유럽 여행 잘 마치시길 바란다.


"길거리에서 한국인을 만나 한국말을 하면 기분이 좋아~~"
"그게 다 네가 한국말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일이지."
"그래 맞아. 아빠가 나에게 준 한국말 선물 꼭 잊지 않을게."

아래는 최근 요가일래가 부른 노래 동영상이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8. 3. 23. 06:58

우리 가정의 의사소통 창구는 주로 페이스북이다.
가족 대화창을 만들어 수시로 소식을 전하고 있다.
학교에서 무엇을 하는지 식당에서 무슨 음식을 먹는지 등등

일전에 미술학교에 다니는 요가일래가 
작업하고 있는 작품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무슨 주제로 그리고 있는지 물어보려다가 
대화창의 내용이 많아 위로 올라가버려 기회를 놓쳤다.


어제 오후에 미술대학교에 갔다온다고 하면서 집을 나갔다.
그리고 얼마 후 페이스북에 사진이 올라왔다.
전시실 모습이다. 




일전에 페이스북에 올라온 요가일래의 그림이 완성되어 벽에 걸려 있다.


오늘은 꼭 물어와야지...
집으로 돌아온 요가일래에게 물었다.

"무슨 그림 작품이가?"
"측면 자화상이야."
"추측은 하지만 깊이 이해하기는 좀 어렵다."
"아빠가 딸 그림 작품을 이해 못 하다니 정말 실망이다."
"그래도 좀 설명해봐!"
"상중하 얼굴과 머리카락이다. 
하는 태극기 속 빨간색과 파란색이고
중은 초록색이고
상은 노란색이고 눈은 초록별이다.
머리카락은 막대기 세 개이다.
다시 말하면 
노란색, 초록색, 빨간색은 리투아니아 국기색이고
밑에 있는 빨간색과 파란색 물결과 막대기 세 개는 한국 태극기에 있는 것이다.
초록별은 우리 집 공용어 에스페란토 상징이다."
"우와~ 어떻게 그런 내용을 다 측면 자화상에 담았니! 멋지다."
"작가는 그림에 비밀을 숨긴다. 아빠가 몰랐으니 내가 성공했네!!!"

기회가 되면 요가일래에게 태극기의 심오한 내용을 알려줘야겠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8. 3. 8. 08:30

아내가 일 나가 늦은 저녁에야 돌아오는 월요일에서 목요일까지 
대체로 세 식구 가족 식사 준비는 집에 있는 내가 한다.
거창한 음식은 할 수 없고 
기껏 밥을 짓고 국 하나 끓이는 일이 전부다.

이것마저 가끔 힘들 때가 있다.
다른 식구들을 위해 따로 식사를 준비하지 않아도 되고
혼자 해먹기가 귀찮으면 집 근처 중국집에서 혼밥을 하곤 한다. 

이 중국집은 
점심메뉴를 점심만이 아니라 하루 종일 제공한다.
괜찮은 가격으로 한 끼를 편하게 해결할 수 있다.


국 하나에 야채 샐러드, 밥, 고기로 구성된 접시 하나다. 
가격은 4.5유로. 0.5센트는 봉사료로 남겨 놓는다.




엊그제 한국의 한 지인으로부터 페이스북 실시간 쪽지를 받았다.
먹음직한 아래 음식 사진도 첨부되었다.



마침 식구들을 위해 밥을 해야 할 시간이었다.
맛있는 한국 음식을 본 터라  
밥하기가 썩 내키지 않았다.

그래서 학교에서 돌아오지 않고 있는 
딸아이에게 쪽지를 보냈다.


아침 8시에 학교로 가 저녁 8시에 돌아오니
딸아이는 12시간 집을 비웠다.


"집 보고싶다"라는 딸아이 말에 
애궁~~~ 
그만 외식하고픈 마음을 삭제하고 쌀을 씻어야 했다. 

(아래는 아내와 딸아이가 모처럼 함께 한 노래 영상.)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7. 5. 10. 05:02

호주에서 일하고 있는 큰딸 마르티나가 3개월 휴가를 받아서 8개월만에 집을 방문했다. 공항에 환영을 가는데 그냥 가는 것보다 장미꽃 다발을 사기로 했다. 꽃 살 일을 잘 챙기지 않아서 장미꽃 한 송이 가격도 몰랐다.

"이 장미꽃 얼마?"

"한 송이에 2유로."

"저 장미꽃은 1유로 20센트."

 

 

장미꽃 한 송이에 2500원이라니 깜짝 놀랐다.

 

"어디에서 온 꽃?"

"네덜란드"

 

집에 없어서 생일을 챙겨주지 못했으니 나이만큼 장미꽃 송이를 구입했다. 

 

 

예기치 않은 꽃선물에 큰딸은 몹시 기뻐했다.

 

 

이어서 가까운 친척들을 초대해 모임을 가졌다. 손쉽게 만들 수 있고, 또한 사람들이 좋아하는 김밥을 만들기로 했다. 이 담당은 한국인인 내 몫이었다. 그런데 작은딸 요가일래가 자기가 만들겠다고 선뜻 나섰다.  

 

 

"김밥 만들기가 재미있어?"

"그럼, 재미있지."

"참 잘 만든다."

"왠지 알아?"

"만들기를 좋아하니까."

"왜냐하면 내 몸에 한국인 피가 있기 때문이야."

 


좋거나 잘하는 것은 다 "한국인 피"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딸아이에게 부끄럽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다. 요가일래는 김밥 두 줄을 따로 챙겨놓았다,

 

"왜 따로 챙기지?"

"학교에 가져가 친구들과 나눠 먹으려고."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7. 5. 2. 05:32

한국으로 치면 중학교 3학년생인 딸아이 요가일래가 얼마 전 방에서 손뼈 모형을 열심히 만들고 있었다.

"뭐하니?"
"숙제하고 있어."
"무슨 숙제인데?"
"생물."
"우와~~ㅍ힘들지 않아?"
"아니, 재미 있어."

딸아이는 생물을 좋아한다. 리투아니아 중학교 생물책을 한번 대강 훑어보니 마치 인체 의학개론 책처럼 보였다. 어려워 보여서 배우고 싶을 마음조차 일어나지 않을 듯했다.

어느날 딸아이는 농담처럼 말했다.
"내가 나중에 의학을 공부하면 아빠가 좋아하겠지?"
"물론이지. 먼저 서양의학을 공부하고 나중에 동양의학을 좀 더 공부하면 참 좋겠다."
"내가 정말 의학을 공부하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다 해줘야 돼!"
"뭐 아직 시간이 많으니까 생각해보자."


요가일래는 모형을 다 만든 후 부위별로 뼈이름을 붙였다. 숙제는 새벽 한 시에야 끝났다. 내 어린 시절엔 시험에 나올 수도 있는 뼈이름을 연습장에 반복으로 쓰면서 힘들게 외웠을 법하다. 

그런데 리투아니아 학생들은 이렇게 여러 시간 손뼈 마디마디를 직접 만들면서 그 이름을 자연스럽게 익히는구나! 그리고 그 성취감으로 의사가 되고 싶다라는 마음까지도 낼 수 있구나!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7. 4. 3. 06:28

다행스럽게도 요가일래는 조석문안과 출필고반필면(出必告反必面 (나갈 때 반드시 아뢰고 돌아와 반드시 얼굴을 보인다)에 길들여졌다. 학교에서 다녀온 후 가끔 대화를 나눈다. 

* 어느덧 중학교 3학년생이 되어 버린 딸아이, 자립심을 키우겠단다

1. 응답하라를 보고 이게 좋았어 
최근 요가일래는 집으로 돌아와서 학교 친구에게 한국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봐라고 권했다고 했다.

"왜 권했는데?"
"내가  응답하라 1988를 보면서 느낀 것이 몇 가지 있다."
"뭔데?"
"첫째는 가족을 사랑하는 것이고, 둘째는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고, 셋째는 공부를 잘 하는 것도 좋지만 공부를 잘 못해도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이고, 넷째는 노력하면 된다는 것이다."
"아빠는 드라마를 그냥 보는 데 너는 어떻게 그렇게 정리를 잘하네. 그 중에서 제일 좋은 것은 뭔데?"
"가족 사랑이다. 친구가 1회와 2회를 보았는데 벌써 눈물을 흘렸다고 했어. 한국 사람들은 가족을 아주 사랑해."
 
2. 아빠를 더 좋아해
"내가 좀 나쁘지만 솔직히 말하면 아빠를 더 좋아해."
"왜?"
"예를 들면 아빠는 '했어?'라고 물어보고 엄마는 맨날 '해라!'라고 해."
"'했어?'와 '해라!'가 그렇게 엄마 아빠를 갈라놓니?"
"맞아. 엄마는 자꾸 나에게 뭐 하라고 하는데 이제 나는 자립할 수 있는 나이잖아. 자꾸 그러면 내가 엄마에게 의존하게 되잖아. 그렇게 되면 내가 자라면 내 삶을 살기가 힘들어. 내가 직접 계획을 세우고, 시간을 사용할 수 있잖아. 그래야 내가 나중에 스스로 살아갈 수가 있지..."
"야, 너무 거창하다. 그래도 엄마는 너를 위해서 그렇게 하는 것이지. 엄마 눈에 아직 네가 스스로 잘할 수 없어 보이니까 뭐하라고 하겠지. 네가 엄마를 좀 더 이해하면 좋겠다."

3. 아버님, 아버지, 아빠 중 어느 것을
"아빠를 어떻게 불려야지? 아버님, 아버지, 아빠?"
"네가 편하는 대로 해."
"이번 여름에 한국에 가면 한국 사람들 앞에서는 아버님이라고 불려야겠다."
"왜?"
"내가 아빠를 존경한다는 것이 보이니까."
"존경은 마음으로 하는 것인데..."
"그러면 아빠라고 부를께."
"왜?"
"아빠는 세상에서 제일 친한 내 친구니까 편하게 부르는 것이 제일 좋겠다."
"그래 우리는 친구지."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7. 3. 22. 08:07

한 해에 생일을 세 번 맞는다. 첫 번째는 여권상 생일이고 두 번째는 여권상 생일의 음력일이고 세 번째는 여권상 생일의 양력일이다. 한국 사람이 아니고서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올해는 살아온 세월의 첫 번째 숫자와 두 번째 숫자가 같다. 유럽인들이 크게 생일을 챙기는 기념일이다. 1월부터 아내는 종종 어떻게 생일을 보낼 것인지 물었다. 생일 챙기기에 무관심하자 무조건 하나를 선택하라고 강요하다시피 했다.   

1. 일가 친척을 초대해서 식사 하기
2. 가족 해외여행 하기

어느 하나도 선택하지 않았다. 첫 번째 생일에는 다음 생일도 있으니 그냥 넘어가자 했고, 두 번째 생일에는 또 다음 생일도 있으니 그냥 넘어가자 했고, 세 번째 생일에는 내년 생일도 있으니 넘어가자라고 했다. 생일을 거의 챙기지를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가족은 가장의 생일인지라 뭔가로 기념을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두 개 중 하나인 아주 오래 된 17인치 모니터가 지난 해 고장이 나서 더 이상 사용할 수가 없게 되었다. 주로 번역 작업을 하는 데 세로로 돌리기(비봇 pivot) 기능이 있는 24인치 모니터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곤 했다. 기념으로 이것을 사고 싶었다. 새로운 전자제품 구입에 인색한 아내도 선뜻 동의했다. 마음 변하기 전에 바로 어제 인터넷으로 주문해버렸다.

학교에서 돌아온 딸아이는 현관문에서 불렸다.
"아버지, 아버지, 우리 아버지"
"어서 와. 왜?"
"빨리 여기 와봐."
딸아이는 노란 꽃 세 송이로 생일을 축하해주었다.

* 주말에 올 새 모니터(화면 속 사진)와 딸아의 노란 색 꽃선물


어제 화요일 저녁 대학교에서 한국어 수업이 있었다. 앞 강의가 아직 끝나지 않아 학생들이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무엇인가 서로 대화하더니 내가 나타나자 조용해졌다. 한 학생이 물었다.

"선생님 생신이 언제예요?"
"생일?! 난 생일이 없는데."
갑자기 뜬금없이 생일을 물었다.   
 
1시간 반 수업이 끝나면 학생들은 재빨리 강의실을 빠져나가는데 어제는 달랐다. 모두가 자리에서 거의 동시에 일어나더니 한 학생이 또 물었다.

"선생님, 오늘이 생신이시죠?"
"아니, 어떻게 내 생일을 다 알았지?"라는 되물음에 학생들은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생신 축하합니다. 생신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고마움을 전하면서 자꾸 의문이 생겼다. 페이스북에 적힌 생일은 벌써 지났는데 어떻게 학생들이 알았을까...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식구들에게 깜짝 기쁨을 알렸다.

"학생들이 어떻게 내 생일을 알고 생일축하 노래를 한국어로 불러주었어."
"아빠, 사실은..."
"뭔데? 말해봐."
"아빠 학생들 중 하나가 우리 반 친구의 친구인데 내가 우리 반 친구에게 부탁했다. 자기 친구에게 오늘 우리 아빠 생신인데 학생들이 축하 노래를 불러주면 좋겠다라고 했어."
"뭐라고? 네가 다 연출한 거야!"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7. 3. 2. 08:10

지난 토요일 아내가 근무하는 음악학교가 주관하는 리투아니아 전국 음악 경연대회가 열렸다. 다양한 분야에서 학생 60명이 참가했다. 요가일래도 참가했다. 보통 전공 선생님들이 반주를 하는데 이 대회에서는 학생들이 반주를 한다. 감기가 다 낫지 않았음에도 참가해 노래를 불러야 할 상황이었다. 요가일래 순서가 끝나자 다 끝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집으로 돌아가고자 했다. 돌아오는 길에 딸아이와 대화를 나눴다. 



1. 나쁜 음식 안 사려고 돈을 안 가지고 다녀
"우리 큰 가게에 가서 과일이라도 살까?"
"그래."
"그런데 아빠가 지갑을 집에 놓고 왔다. 너 혹시 돈 있나?"
"없지."
"가방 속 지갑에 돈이 정말 없나?"
"없어."
"그래도 약간의 돈을 비상금으로 가지고 다니는 것이 좋지 않을까?"
"안 돼."
"왜?"
"배고프면 학교에서 나쁜 음식을 사 먹을 수도 있으니까."

'돈이 있거나 없거나 사먹고 싶은 마음을 아예 내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 좋겠다'라고 일러주고 싶었으나 나쁜 음식을 사먹지 않으려는 딸아이의 방법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침묵으로 답했다.

2. 등수에 신경쓰지 않아
"이번 경연대회에 1등, 2등, 3등이 있나?"
"아마 있을 거야. 그런데 난 신경쓰지 않아."
"왜?"
"스트레스 받고 싶지 않으니까."
"그래 맞다. 등수를 생각하지 않고 그냥 부담없이 노래 부르는 것에 만족하면 좋지."


3. 한번 울어봤는데 정말 돼
"아빠, 요즘 한국 드라마 보는데 나도 배우가 될 수 있을까 한번 실험해봤어."
"어떻게?"
"그냥 한번 울어봤는데 정말 내가 울었어."
"배우가 되려면 감정표현과 감정조절이 중요하지. 그런데 너 생물학자가 된다고 했잖아."
"와, 꿈이 또 바꿨다. 이제 내 계획은 배우가 되는 것이다. ㅎㅎㅎ"
"지금 한국 드라마 보니까 그런 생각하지 또 자라면 변화할 수 있겠다."
"그렇지만 계획을 세웠으니 노력해야지."

모처럼 딸아이와 이런 대화를 나누니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너무 짧은 듯했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