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예년 같으면 5월에서 6월에 한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에 해당되는고등학교 졸업시험이 끝난다. 올해는 예기치 않은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3월 13일부터 학교가 임시 폐쇄되었고 수업은 원격으로 이뤄졌다. 프랑스는 나폴레옹 이래 처음으로 졸업시험을 취소했지만 리투아니아는 이를 연기해서 6월 22일부터 7월 21일까지 한 달 동안 치르고 있다.
이 졸업시험을 앞둔 6월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보니 요가일래는 집옷이 아니라 학교에 갈 때처럼 외출복을 입고 있었다.
"어디 나가려고?"
"아니."
"그런데 집옷이 아니고 외출복을 입고 있네."
"집옷을 입고 있으니까 집에 있는 같아서 공부에 집중이 잘 안 된다. 그래서 학교에 가는 옷을 입고 있으니 집이지만 학교에 있는 것 같아서 집중이 잘 된다."
외적 환경과 관계없이 집중할 수 있는 내공을 쌓아야 한다는 등 일체유심조라는 말을 일러주고 싶었지만 나름대로 확실한 이유로 그렇게 해서 마음을 잡으려고 하는 딸에게 "정말 좋은 생각이네"라고 답했다.
6월 22일 첫 시험을 치르는 날이다. 영어 시험이다. 구술시험과 필기시험이 각각 다른 날 치러진다. 이날은 구술시험이다. 시험장이 집에서 가까운 곳에 있어서 걸어서 혼자 갈 수 있지만 그래도 첫 시험이라 동행하기로 마음 먹었다.
"시험장까지 아빠가 데려다 줄게."
"아니야. 필요 없어. 혼자 갈 거야."
"이제 완전히 고등학교를 마치는 시험이잖아. 오늘만큼은 아빠가 데려다 줄게. 네가 초등학교 첫날부터 아빠가 4년 동안 꼬박 데려다주고 데려왔잖아. 한국 부모들도 자녀가 수능시험을 볼 때 가족이 시험장까지 보통 동행한다. 학교 시작일일처럼 학교 끝남을 알리는 날에도 내가 동행하는 것이 좋겠다."
"그런 이유라면 기꺼이 아빠하고 같이 갈게."
시험장인 학교가 눈앞에 보인다.
"자, 이제 여기서 헤어지자."
"학교 출입문까지 동행할 수 있다."
"아니. 여기부터는 혼자 생각을 정리하면서 갈게."
"그래. 그럼 시험 잘봐."
영어 구술시험은 수험생 2명이 동시에 시험관 2명 앞에서 약 30분 동안 치른다. 두 가지 주제를 가기고 첫 번째는 혼자 3-4분 동안 말을 하고 두 번째는 둘이서 4-5분 동안 대화를 한다. 주제를 혼자 연마하는 시간을 포함해서 구술시험은 약 30분 정도 소요된다.
참고로 리투아니아 영어 졸업시험 내용을 소개한다. 우선 리투아니아 졸업시험 시험지는 회수하지 않고 수험생이 가져간다. 영어 구술시험지는 총 두 장이고 각각 상단은 주제가 적혀 있고 하단은 수험생이 자신의 생각 등을 적을 수 있도록 비어 있다. 혼자 말하기 주제는 "전자책(E-books)"이다.
둘이 대화하기 주제는 "나의 세대(My generation)다.
구체적 문법 문항은 없다
7월 1일 필기시험은 장장 3시간에 걸쳐 치러졌다. 시험 구성은 이러하다. 듣기 30분, 읽기 60분 그리고 작문 90분이다.
듣기시험은 총 25개 문항으로 되어 있다. 1부는 10개 문항으로 상황별 다섯 개 대화를 듣고 A, B, C 중 정답을 고른다. 2부는 4개 문항으로 사회학자와의 인터뷰를 듣고 A, B, C 중 정답을 고른다. 3부는 5개 문항으로 어떻게 운동선수들이 최고의 성적을 내기 위해 노력하는 지에 대한 대화를 듣고 해당 답 하나를 고른다. 4부는 다른 세대들에게 지어진 이름들의 개요를 듣고 한 단어만 직접 써넣어 문장을 완성하는 것이다. 모든 듣기 시험은 두 번 녹음을 듣는다.
읽기시험도 총 25개 문항으로 되어 있다. 1부는 4개 문항으로 대학생들을 위한 아르바이트 일자리 대한 예시를 읽고 각기 해당되는 답을 고른다. 2부는 6개 문항으로 시드니에 대한 안내글을 읽고 예시된 6개 단어를 이용해 해당 문장에 맞도록 쓴다. 3부는 7개 문항으로 인간지식에 대한 기사를 읽고 중간중간에 빠진 문장을 예시된 문장 8개 중 맞는 문장으로 채워넣는다. 4부는 8개 문항으로 소행성에 대한 과학기사를 읽고 그 요약문에 한 단어만 추가해서 문장을 완성한다.
작문시험 1부는 이미 표를 구입한 행사가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취소되어서 매표소 담당자에게 80 단어 이상 편지를 쓰는 것이다. 2부는 최근 전세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가상 교실 수업에 대해 180 단어 이상으로 작문하는 것이다.
영어시험 문항 어디에도 구체적인 문법, 예를 들면 맞는 전치사 고르기 등에 대한 문항이 없다. 이런 지식은 작문을 통해서 쉽게 알아볼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사실 요가일래는 영어 졸업시험을 치르지 않아도 되었다. 왜냐하면 영국 유학을 목표로 지난 2월 아이엘츠(IELTS, International English Language Testing System) 시험에서 아주 만족할만한 성적을 얻었기 때문이다. 리투아니아 대학입학시 이 성적을 리투아니아 방식으로 환산해서 인정해준다. 아쉽게도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등으로 대학진로를 바뀌게 되었다. 한편 아이엘츠 성적은 유효기간이 2년이지만 리투아니아 국가시험 성적은 평생 유효하다. 그래서 이번에 영어시험을 치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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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공책도 비싸더라구요 잘 보고 갑니다.~
2020.10.09 08:41 [ ADDR : EDIT/ DEL : REPLY ]감사합니다. 즐거운 주말 맞이하시고 보내세요.
2020.10.09 19:43 신고 [ ADDR : EDIT/ DEL ]대학시절에 샀던 비싸고 두꺼운 교재들을 아까워 쌓아놓았다가 결국은 고물상아저씨에게 몇만원에 팔았던 기억이 있어요. 그 어마어마한 돈을 주고 산 책들을 그냥 무게로 달아서 오만원도 안되는 돈으로 가져가 버릴때의 허무함과 분노를 잊을수가 없습니다....
2020.10.09 19:41 [ ADDR : EDIT/ DEL : REPLY ]그런데 이제 아들도 자기가 산 교재를 처분하기 아까우니 방에다 쌓아두고있는데, 결국은 버릴거라 생각합니다.
이쯤되니 교재를 사라고 하는 교수들에게 화가 나더군요.
우리나라도 도서관에서 교재를 빌려 썼으면 좋겠어요.
교수님이나 출판사에게는 안 좋지만 도시관에서 대여하는 것이 여러 가지 면에서 좋은 듯합니다.
2020.10.09 19:45 신고 [ ADDR : EDIT/ DEL ]학비 무료 TO는 국공립외에 사립도 있는건가요?
2020.10.10 01:34 [ ADDR : EDIT/ DEL : REPLY ]사립까지 무료 시스템이 있다면 신기할듯하네요
제가 알기로는 사립 대학교에도 적용되는데 차액만 부담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국립대학교 무료입학 학생 등록금으로 2000유로를 국가가 지원을 합니다. 그런데 사립대학교 등록금이 3000유로이다면 사립대학교 입학학생은 1000유로만 내면 됩니다.
2020.10.10 19:02 신고 [ ADDR : EDIT/ DEL ]그렇군요. 발트3국은 다 그런 시스템인가 궁금하네요. 따님께서는 어떤 길을 가더라도 잘할거라 생각됩니다.
2020.10.11 00:11 [ ADDR : EDIT/ DEL ]라트비아와 에스토니아는 내국인에게는 무료, 외국인 유학생들에게는 유료로 알고 있습니다. 리투아니아는 내국인에게는 무료와 유료 를 병행하고 있고 외국인 유학생들은 전액 유료입니다. 좀 더 자세한 정보를 알고 싶으면 여기 도움되는 사이트 하나: https://www.educations.com/study-guides/europe/study-in-estonia/tuition-fees-13578
2020.10.11 15:29 신고 [ ADDR : EDIT/ DEL ]비밀댓글입니다
2020.10.13 02:23 [ ADDR : EDIT/ DEL ]자랑스러운 요가일레 대학생 된 것을 축하해요.
2020.10.10 12:30 [ ADDR : EDIT/ DEL : REPLY ]즹부가 출판사를 많이 지원해야겠네요. 하여튼 참 좋은 나라입니다.
2020.10.10 15:33 [ ADDR : EDIT/ DEL : REPLY ]안녕하세요, 옛 생각에 리투아니아 검색을 하다 이런 블로그가 있는 줄은...

2020.12.14 14:28 [ ADDR : EDIT/ DEL : REPLY ]2017년에 빌뉴스 대학에서 교환학생을 다녀왔는데 따님이 학교에서 받은 서적에 붙어있는 VU 비블리오테카 스티커가 참 눈에 익숙하네요. 훌륭한 학교에 진학하신 따님이 많이 자랑스러우실 듯 합니다
코로나 시국이다 보니 좋았고 힘들었던 리투아니아 기억이 많이 나는 때입니다. 상황이 진전되고 저도 언젠가는 다시 빌뉴스를 찾아가고 싶네요. 오늘은 블로그 글 보면서 많이 힐링하고 가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교수님들 교재 부수입 얘기에 빵 터졌습니다 ㅎㅎㅎㅎㅎㅎ 대학시절 저희 에스페란토 교수님도 직접 집필하신 교재로 가르치셨는데 수업첫날 부끄러워 하시며 책을 사야한다고 말씀하시던 귀여운(?) 모습이 간만에 떠올라 신나게 웃었네요 ㅎㅎㅎㅎ
2020.12.25 13:41 [ ADDR : EDIT/ DEL : REPLY ]요가일래양 대학 무료과정 입학을 축하드립니다!!
저도 두 개 국가에서 일을 하고 사회를 겪어보니 확실히 취업과 생활을 생각하면 진로에 관해 최선생님 부부의 말씀이 맞다는 생각이 들지만, 학부전공이 전부가 아닐수도 있고 또 요가일래양 능력이 워낙 다방면으로 남다르게 출중하니 분명 여기저기서 모셔가려는 능력있는 졸업생이 될거라 예상합니다. 코로나가 여전히 꺾일줄을 모르고 있는데 최선생님 그리고 가족분들 모두 안전하고 건강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도 늘 건겅하시고 새해에도 좋은 일들이 많길 바랍니다.
2020.12.27 19:28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