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09.05.18 15:59

7살 딸아이 요가일래가 하도 졸라서 지난 일요일 사우나를 다녀왔다.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도 최신식 사우나장이 여러 곳에 있다. 대부분 다양한 사우나와 수영장, 특히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물미끄럼틀 등이 갖추어져 있다.

▲ 임풀스 수영장 내부 (사진 출처: impuls.lt)


이제 곧 여름에 오면 호수에 가서 수영을 많이 할 것이라고 말려보지만, "내가 시험에서 만점을 맞았으니 내 소원 딱 한 번만 들어줘야 해!"라는 딸아이 말에 그만 손을 들고 말았다.

집에서 가까운 사우나장에 가기로 했다. 가족 3인 입장권이 66라타스(3만3천원)였다. 들어가는 입구는 남녀가 따로따로이지만, 모두 수영복을 입고 사우나장에서 같이 만나는 구조로 되어있다.

아직 7살이라 딸아이를 혼자 놓아두지 못하고 우리 부부는 번갈아가면서 사우나를 해야 했다. 특히 한창 헤엄치기를 배우는 딸아이는 자기 키보다 깊은 물에서 수영배우기를 즐겨했다. 하다가 지치면 다양한 수압마사지를 할 수 있는 온탕에 들어가 쉬곤했다.

이렇게 딸아이와 둘이서 온탕에 있는 데 우리에게 계속 시선을 집중하던 한 여자가 갑자기 다가왔다. 그리고 말을 걸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거리를 좀 두고 말을 걸었다. 첫 물음은 "어이"라는 말이 "중국말인지 일본말이지 아느냐?"였다.

"얼마 전 마사지소에서 들은 말인 데 리투아니아어로 "터잎"을 "어이"라고 하더라. 이 말이 맞냐?"

별 양념가가 없는 말을 건넸다. 중국말과 일본말을 모른다고 해도 같은 말을 반복하면서 물어왔다. 그리고 거리를 좁히고 자꾸만 우리 바로 옆으로 다가왔다. 그 여자가 수영복 어깨끈을 자주 바르게 할 때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 지 난감했다.

마침내 딸아이와 피부를 맞닿는 거리까지 왔다. 사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걸지 않는 편이다. 이 경우는 아주 예외적인 경우이다. 걸어오는 말에 싫다고 갑자기 자리를 뜨기도 이상할 것 같아 딸아이가 중간에 위치하도록 무척 애를 썼다. 사우나실에 간 아내가 재빨리 돌아와 구원해주기를 간절히 바랬다. 

머리 속에는 1990년대 초 헝가리 부타페스트에 일어났던 일이 떠올랐다. 어느 날 공중 온천탕을 갔다. 넓은 탕 안에서 몸을 담그고 있는 데, 60대로 보이는 사람이 말을 걸어왔다. 부다페스트 출신인데 파리에 살면서 동양사상에 관심이 많아 인도와 티베트를 자주 왕래한다고 하면서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나도 티가 나지 않게 조금씩 오른쪽으로 피해갔다. 어느 새 탕 입구 계단까지 오자, 이제 피하기도 그렇고 했어 친구가 빨리 와주기만을 바랬다. 곧 마사지를 받으러 간 친구가 돌아오자 안도의 숨을 쉬고 잽싸게 그와 함께 뒤편에 있는 사우나실로 가버렸다.

사우나실에서 그 할아버지 이야기를 하는 순간 사우나실 문이 열리고 그 할아버지가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그는 내 곁에 앉더니 웃으면서 내 왼쪽 다리를 마사지하기 시작했다. 부탁도 하지도 않았는데, 더군다나 그를 피해 이 사우나실로 들어왔는데 이렇게 더 노골적이니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낯선 사람이 말을 걸어와 기분 좋을 때도 있지만 이렇게 난감하고 난처한 경우도 있다.

후기: 어제 있었던 이 일을 아내에게 이야기하지 않았다. 오늘 홈페이지로 설정된 이 블로그를 아내가 보더니 무슨 글을 올렸기에 동시 접속한 사람들이 수 백명이 되는가라고 물었다. 그때서야 어제 일을 이야기 했다. 아내는 멀리서 지켜보면서 "저 여자가 내 남편에게 무슨 수작을 부리나 지켜보고 있었지... ㅎㅎㅎ"라고 답했다. 아내가 빨리 오기를 무척 기다렸는데......  



Posted by 초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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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추천 감사했읍니다.
    재미난 이야기라 후속편도 기대되는군요.

    2009.05.18 16:59 [ ADDR : EDIT/ DEL : REPLY ]
  2. 제목보고 사우나하는데 여자가 들어온줄 알았습니다 ;;
    잘못하면 오해를 살만한 일이었네요 ^^

    2009.05.18 20:18 [ ADDR : EDIT/ DEL : REPLY ]
    • 아하, 그럴 수도 있겠네요. 특히 남녀를 구별짓는 사우나라면 그럴 확률이 높겠네요.

      2009.05.18 20:31 신고 [ ADDR : EDIT/ DEL ]
  3. 하하하

    너무 귀여운 남편이시군요. ^^

    낯선 여자의 출현에 당황해하며 아내만 오기를 기다리는 남편이라... ^^

    행복하세요^^

    2009.05.18 23:41 [ ADDR : EDIT/ DEL : REPLY ]
    • 지천명을 눈 앞에 두고 마당에 "귀여운"이라는 말을 들으니 기분이 짱이네요... ㅎㅎㅎ 좋은 하루 보내세요.

      2009.05.19 10:41 신고 [ ADDR : EDIT/ DEL ]
  4. ?

    제목이 좀 어법에 안 맞다고 해야할까요...
    이상합니다.

    사우나에서 다가오는 여자로 난감했던 일.

    => 사우나에서 접근해왔던 여자때문에 난감했던 일.

    이것이 좀 이해하기 좋은 제목 같습니다.
    원래의 제목은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어요.

    여자로 '인해' 라는 단어가 빠져있어서,
    글쓴이가 여자인데 그런 여자로 '오해받아서'
    난감했다는 것인지... 그런 생각이 들게 되죠.

    그리고 다가오는' 이라는 표현도 현재진행 같은 느낌이라서 시제도 좀 이상하고요. 지금 다가오고 있는 중인
    것 같은데 난감했다라고 해서 시제가 뒤섞인 표현입니다.

    전 국문학자도 아니고 국어 맞춤법이나 문법에 큰
    관심은 없지만... 여튼 보기드물게 어색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런 것을 갖고 뭘 그러냐고 할 수도 있지만...
    제목이 이상해서 눌렀거든요;

    2009.05.19 01:40 [ ADDR : EDIT/ DEL : REPLY ]
    • nomi

      별로 이상하지 않는데요, 전.
      오히려 영어문법체계를 한글에다가 적용시켜서 어법이 틀리다는 둥.. 지적을 한 부분이 더 이상합니다. 솔직히.

      '여자로' 라는 말에는 '-로'라는 격조사로 인해서, '때문에'라는 말이 함축되어있습니다. 국어문법에선. 굳이 '때문에'라는 단어를 일일히 쓰지 않습니다, 영어문법처럼. 영어문법에서 Because, due to, for, since, 뭐 이런 말을 꼬옥 써줘야겠죠. 조사라는 개념이 없으닌깐요.

      시제를 말씀하셨는데요. 영어문법에서는 시제통일 안시키면 큰일 나지만, 한글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여기서 '다가오는'는 형용사처럼 쓰인거라고 이해하면, 굳이 시제를 맞출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2009.05.19 03:46 [ ADDR : EDIT/ DEL ]
    • 의견에 감사드립니다. "때문에"는 "로"도 충분히 이유를 나타내줍니다. 그리고 현재형이 과거형보다 현장감이 더 살아나서 선택했습니다. 앞으로 제목 설정에 더 유의하겠습니다.

      2009.05.19 10:40 신고 [ ADDR : EDIT/ DEL ]
    • ???

      momi 님의 답글이 이해가 되지 않네요

      (받침 없는 체언이나 ‘ㄹ’ 받침으로 끝나는 체언 뒤에 붙어)
      1 움직임의 방향을 나타내는 격 조사.
      어디로 가는 것이 좋겠어요?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고 했다.오늘 광주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서울로 오너라.사장은 간부들을 회의실로 불렀다.
      2 움직임의 경로를 나타내는 격 조사.
      서울에서 대구로 해서 부산에 갔다.바람이 나뭇가지 사이로 빠져나간다.범인이 뒷길로 빠져나갔다.
      3 변화의 결과를 나타내는 격 조사.
      영희가 현숙한 처녀로 성장했다.체온이 드디어 37도로 떨어졌다.진눈깨비가 비로 변하였다.얼음이 물로 되었다.
      4 어떤 물건의 재료나 원료를 나타내는 격 조사.
      나무로 집을 짓는다.이 안경은 유리로 만들어서 무겁다.
      5 어떤 일의 수단·도구를 나타내는 격 조사.
      과일을 칼로 자르다꿀로 단맛을 낸다.복잡한 계산은 계산기로 합니다.제주도까지 비행기로 얼마나 걸리나?그 회사는 새 기술로 재기에 성공했다.이번 방학에는 기차로 외갓집에 갈 계획이다.그 문제는 가능하면 대화로 해결합시다.
      6 어떤 일의 방법이나 방식을 나타내는 격 조사.
      우리는 연필을 낱개로도 판다.그는 큰 소리로 떠들었다.밧줄을 30미터짜리로 준비해라.입장권을 한 사람 앞에 두 장꼴로 나누어 주었다.
      7 어떤 일의 원인이나 이유를 나타내는 격 조사. ‘말미암아’, ‘인하여’, ‘하여’ 등이 뒤따를 때가 있다.
      이번 겨울에는 감기로 고생했다.갑작스러운 폭우로 농작물이 떠내려갔다.이 고장은 사과로 유명하다.작은 실수로 말미암아 큰 사고가 났다.오해로 인하여 싸움이 벌어졌다.그 사람은 퇴근 후에도 회사 일로 바쁘다.
      8 지위나 신분 또는 자격을 나타내는 격 조사.
      그는 부잣집의 막내로 태어났다.그 여자는 현모양처로 가정을 지켰다.그는 이 학교 교사로 있다.우리 좋은 친구로 지내자.우리는 그를 대표로 뽑았다.
      9 시간을 나타내는 격 조사.
      오늘 이후로 규칙적으로 생활하겠다.그는 봄가을로 보약을 먹는다.
      10 시간을 셈할 때 셈에 넣는 한계를 나타내는 격 조사.
      서울에 온 지 올해로 십 년이 된다.자동차 면허 시험을 보는 것이 오늘로 세 번째이다.
      11 특정한 동사와 같이 쓰여 대상을 나타내는 격 조사. ‘하여금’을 뒤따르게 하여 시킴의 대상이 되게 하거나, ‘더불어’를 뒤따르게 하여 동반의 대상이 되게 한다.
      나로 하여금 정의와 진리를 위해 헌신하게 하소서.너로 더불어 이 과업을 완수하고자 한다.
      12 (‘―기로 …하다’ 구성으로 쓰여) 약속이나 결정을 나타내는 격 조사.
      그와 내일 만나기로 약속했다.마당에 화초를 심기로 결심했다.다시는 그러지 않기로 부모님 앞에서 맹세했다.

      이중에7번에 어떤 일의 원인이나 이유를 나타내는 격조사가 이글의 제목의 ~로의 쓰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여자로 난감했다가 맞는 표현일까요?
      위에서 보듯이 ~로가 때문에로 쓰일 경우에는 뒤에 동사가 오는 경우에 ~로가 쓰입니다. 뒤에 형용사가 오는 경우에는 때문에가 쓰입니다
      다가오는 여자때문에 두려웠다
      다가오는 여자때문에 피곤하다

      등등이 예지요
      난감하다는 형용사입니다. 그래서 다가오는 여자로가 아니라 다가오는 여자때문에가 맞는 어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09.05.19 10:49 [ ADDR : EDIT/ DEL ]
  5. 사모님 내공이 보통이 아니시네요 ㅎㅎ
    거기에 똑똑하고 야무진 따님까지 부럽네요~~
    타국에서 건강하시고 항상 행복하시길~~

    2009.05.19 02:22 [ ADDR : EDIT/ DEL : REPLY ]
  6. 헷갈려요.

    근데 왜 여자가 다가왔다가 할아버지의 등장은 뭔가요? 헷갈리는데요?
    할아버지가 접근한거였나요? 으헉~~~

    2009.05.21 14:38 [ ADDR : EDIT/ DEL : REPLY ]
    • 군인 대기자

      여자가 다가온건 이때 일,
      할아버지가 다가온건 옛날 일 이지요..
      보다보니 12시가 넘었네요.. 글 재밌게 봅니다ㅋ

      2010.04.08 00:49 [ ADDR : EDIT/ DEL ]
  7. 답답하군

    바보같은 사람. 자기 의사표현 하나 제대로 못하고.
    저런 심각한 상황은 자기 의사 표현을 그정도 참았으면 좀 하라고.
    소심하고 답답하기는 정말. 쯧.

    지난번 다른글에도 보니까 사람들 외국인들 페스티벌에서 카메라 삼각대로 놓고
    많이 찍다가 다른 사람들이 이상하게 봐서 후다닥 도망치듯이 아무 말 안하고 왔다는
    또 항상 보면 뭔가 비굴하게 엔딩을 하고 퇴장 한다니까.

    답답하겠지 하긴 진짜 동유럽에서 한국 남자가 살아가려면. 근데 뭔가 진짜 짜증나고 답답하다.
    한국와서 살았음 얼마나 편하고 다 맞춰지고 좋았을텐데.
    내 알바 아니고.. 남의 삶이니까..

    반말해서 죄송해요. 근데 아저씨는 왜 저런 중요한 상황이야기를 부인한테는 안해놓고
    기분 나쁘고 짜증났던걸 블로그에만 해놓고. 개인사생활이니까.
    근데 듣는 사람 가만 님 글 읽다보면 속터지는 경우가 한두번이 아님.

    뒤땅 까놓고 정작 앞에선 입 뻥끗 한마디도 못해놓고 말이야!!!!!!!!!! 자네 답답해.

    2012.01.29 19:46 [ ADDR : EDIT/ DEL : REPLY ]
  8. ㄴㅇㄹ

    가만 보면 제목 자극적으로 해놓고 사람들 조회수 클릭하는 재미로 맛들렸나봐요.
    알고보면 나름 위험하고 당황스런 상황에서 진짜 찌질한 동양 남자 식으로 입뻥끗도 안하고
    (못한건지??) 그래놓고서 여기서 하소연하고 궁시렁은..

    이담에 그런 답답하고 저런 상황이면 싫은으면 싫다고 단호하게 말을 해!!!

    아휴 답답해 진짜.

    2012.01.29 19:48 [ ADDR : EDIT/ DEL : REPLY ]
    • 왠 열ㅋㅋ

      왠 열폭이여.ㅉ 그러니까 니가 거기까지..^^

      2012.06.05 00:31 [ ADDR : EDIT/ DEL ]
  9. @@

    윗분들 너무 흥분하시네요.

    아마, 글쓴이가 남자분이신데... 처음 보는 사람이 사우나에서 다가와서 당황하신듯 합니다.

    특히나 그 다가옴이 약간 성적인 긴장감을 유발시키는 늬앙스여서 더욱 황당하셔서 글쓰신듯 한데....

    그런 일을 대놓고 말씀하시지 못하고 담담하게 감정에 치우치지 않게 쓰시느냐 다른 분들이 헷갈리

    신듯 한데요????

    그리고 후반부에 나오는 할아버지가 이 분한테 다가온 것도, 그 할아버지는 동성애자이시고

    원나잇을 하려는 목적으로 이분한테 접근하신듯 하네요

    제가 듣기론 유럽쪽에선 한때 게이들이 섹스상대를 찾기 위한 장소로도 이용했다고 들었어요.(남자가

    사우나에 가는 경우는 그런 목적으로도 가는 거라고... <<< 지금은 안 그렇겠죠?? 저도 들은 얘

    기,,)


    하핫~ 자칫 잘못하면 모르는 분과 이상하게 엮일뻔 했네요 ^^;


    2013.07.05 22:27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