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09. 4. 13.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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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한국을 떠나 유럽에 살게 되었다. 동유럽에서 여러 해를 살면서 가장 먹고 싶은 음식 중 하나가 라면이었다.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동유럽에서는 라면 자체를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이후 라면이 세계적으로 확산되자 이곳 대형가게에서도 라면을 살 수가 있었다.

당시 태국, 베트남, 중국, 심지어 독일이나 러시아 등지에서 생산된 라면들이 진열장을 차지했다. 라면이 먹고 싶어 국적 불문하고 이 라면 저 라면 사서 먹어보았다. 대부분 느끼해서 두 번은 살 수가 없었다. 양념과 면 모두 한국에서 먹던 그 라면 맛이 아니었다. 그래서 한 동안 라면과 담을 쌓을 수 밖에 없었다.

어쩌다가 라면이 생기면 아까워서 두고 두고 먹기도 했다. 한국에서 돌아올 때 라면박스는 필수품이 되었다. 하지만 어느 때부턴가 매운 맛에 먼저 위가 거부감을 나타내었다. 그리고 이 매운 라면을 끓일 때에는 기침이 콜록콜록 나오고, 먹을 때에는 콧물이 흘려내렸다. 그 후론 매운 라면 대신 맵지 않는 라면을 찾게 되었다. 너구리 라면이 그 중 하나이다. 이 라면은 딸아이도 그대로 먹는다.
 
지난 3월 한 지인이 라면 한 박스를 선물로 주었다. 원조 표시가 되어 있는 바로 그 때 그 라면이었다. 라면을 가장 많이 먹었을 때가 고등학교 때이다. 야간 자습를 하기 전 친구들과 함께 학교 앞 라면집으로 향하는 것이 일과였다. 이 라면 봉지를 보자 70년대 말 라면집과 학창 시절이 눈 앞에 아른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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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라면은 부활절 휴가로 다른 식구들은 처가집으로 가고 홀로 집에 남아 있는 며칠간 좋은 먹거리가 되고 있다. 후르륵 소리에 옛 추억이 깨어나는 듯하다.

언젠가 라면을 물이 끓을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찬물에 넣어서 끓였다. 맛이 다르지 않기에 그 후부터 이렇게 찬물과 함께 동시에 끓인다. 확인해 보지 않았지만, 이렇게 하면 혹시 가스값이 더 절약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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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글: 50년 전 북한 고아들을 그리워하는 체코 할아버지

Posted by 초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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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국에서 유명한 라면집들은 그들만의 독특한 라면 끓이는 비법이 있는데, 그 중 한 곳이 찬물에 면을 바로 넣고 끓이더라구요. 더 쫄깃해서 손님들이 좋아한다고 합니다.
    라면 봉지에 보면 물 기준이 각기 다릅니다. 다들 500cc 정도라서 대충 하면서도, 불안해서 스프부터 넣고 간 맞추는데, 찬물에 바로 넣고 끓여서 맛있는 분은 이미 라면 끓이기의 달인이십니다. ^^

    2009.04.14 09:13 [ ADDR : EDIT/ DEL : REPLY ]
  2. qoren

    찬물에 끓이면 더 쫄깃한 이유가...
    물이 팔팔 끓을때 라면을 넣으면 순간적으로 물의 온도가 떨어집니다.
    그런데 물이 팔팔 끓고 있었기 때문에 면의 바깥 부분은 순식간에 익어버리죠.
    따라서 물이 다시 끓기까지 안쪽은 그대로 있고 바깥쪽은 익어서 붏기 시작하죠.
    그래서 안쪽까지 익을때 까지 끓이다보면 바깥쪽은 퍼져버립니다.
    (물론 퍼진 라면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죠~~^^;;)
    찬물에 면을 같이 넣고 끓이면 물의 온도가 높아지면서
    그 열이 면의 안쪽까지 골고루 퍼질 시간적인 여유가 생기기 때문에
    면의 바깥쪽과 안쪽이 골고루 퍼져서 쫄깃하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면을 더 쫄깃하게 먹고 싶다면 끓은 중간중간에 한번씩
    면을 젓가락으로 건져서 흔들어 주면서 식혀주면 더 쫄깃해집니다.
    그 이유는 면이 공기와 닿으면 순간적으로 수분이 증발하면서 식게 되죠.
    하지만 면의 안쪽은 이미 열로 인해서 익고 있기 때문에 면의 바깥쪽과 안쪽의 익는 차이를 줄일 수 있습니다.

    음... 한가지 더...
    이것도 면을 건져서 식혀주는 것과 같은 개념인데요...
    면만 끓일때 - 국수면발이나 스파게티면 등을 삶을때 - 는 면을 넣고 물을 끓일경우
    그 양이 너무 많으면 물이 끓는 시간이 너무 오래걸려서 면이 퍼질 수가 있습니다.
    따라서 이 경우는 끓는 물에 면을 넣되 물이 끓어서 거품이 올라오면 찬물을 미리 준비했다가 부어서 물의 온도를 낮춰줍니다.
    이렇게 되면 면 바깥쪽과 안쪽의 온도를 비슷하게 유지시킬 수가 있어서 면을 씹을때 쫄깃하게 먹을 수 있습니다. ( 단 이 경우 단단한 스파게티면 등은 괜찮은데 국수처럼 가늘고 무른 면은 퍼질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합니다. )

    음... 아무튼 면의 종류에 따라서 약간씩 차이가 있습니다만
    쫄깃한 맛을 유지하는 관건은 면의 겉표면과 안쪽을 어떻게 하면 고루 익히는가 하는 것입니다.

    2009.04.15 11:24 [ ADDR : EDIT/ DEL : REPLY ]
  3. ^^

    오호 좋은정보 하나 얻어갑니다ㅎㅎㅎ 라면을 좋아하는데 저렇게 끓여먹어봐야겠어요~

    2009.04.15 21:50 [ ADDR : EDIT/ DEL : REPLY ]
  4. 박혜연

    우리나라는 어딜가도 분식집에서도 라면팔고 심지어 떡볶이집이나 김밥집에서도 라면요리는 필수적이구 게다가 일본식라면집까지 있으니 행복하겠지만 거기 리투아니아는 먹을것자체가 마땅하지 않으니까 어쩔수없겠죠?

    2011.06.29 11:59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