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09. 3. 23. 07:11

생일이 무려 3개나 된다. 그래서 늘 이맘 때가 되면 모두가 헷갈린다. 어느 날에 초대해야지? 어느 날에 방문해야지?

먼저 여권에 적힌 생일은 2월 16일이다. 음력생일이 없는 리투아니아인들에겐 바로 여권상 생일이 생일이다. 특히 이날은 1918년 리투아니아가 제정 러시아로부터 독립한 날이라, 사람들이 기억하기에도 좋다. 이날 멀리 떨어져 있는 현지 친구들로부터 생일축하 편지를 받았다.

두 번째 생일이다. 사실 2월 16일은 음력생일이다. 그러니 이 생일은 매년 바뀌게 된다. 한국에 살 때는 이 생일을 생일로 했지만, 리투아니아에 살다보니 매년 바뀌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주위 사람들에게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태어난 해의 2월 16일은 3월 21일이었다. 3월 21일은 춘분이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 그리고 이제 낮이 점점 더 길어지는 봄의 시작일이다. 이 날이 생일이라 의미도 좋다.

2월 초순 올해도 네 식구가 모두 모여 어느 생일을 아빠의 생일로 할 것인지 대화했다. 결론은 여권상 2월 16일도 아니고, 음력 2월 16일도 아닌 3월 21일로 하기로 했다. 일곱살 딸아이 요가일래는 달력 3월 21일에 아빠 생일이라고 적었다.

그래서 2월 16일은 그냥 지나갔고, 3월 12일(음력 2월 16일)도 그냥 지나갔다. 생일 며칠 전 아빠 생일에 무엇을 할 것인지 나머지 식구들이 궁리를 했다. 아뿔사, 생일이 든 주의 목요일에 그만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콧물에 몸살......

결국 생일 전날 식구들에게 "몸이 아픈데, 올해는 아빠 생일이 없다. 필요하면 꽃피는 봄 5월 엄마 생일하고 같이 한다"고 선언했다. 매년 가까운 친척을 초대해 하던 생일 저녁식사는 감기로 무산되었다.

그래도 생일인데 리투아니아인 아내는 미역국을 끓였고, 하트 모양의 부침개를 만들었다. 경제력이 없는 요가일래의 최고 선물은 바로 직접 그린 그림이다. 올해는 그림을 종이 양면 다 그렸다. 이 정도 큰 하트라면 생일이 3개임에도 생일 파티 없이 보낸 올해가 전혀 아쉽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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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뒷면에 그린 그림 속에는 사랑으로 가득 찬 하늘에서 햇볕과 봄비가 내려 꽃이 피우는 장면이다. 춘분에 태어난 아빠에게 딱 어울리는 그림이라 마음에 쏙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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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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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생일 세 개는 우리나라에서도 챙기기가 어려울 텐데...
    부인과 아이와 초유스 님의 가족 사랑이 느껴지네요.
    생일 축하드려요!!^^

    2009.03.23 11:15 [ ADDR : EDIT/ DEL : REPLY ]
  2. 사랑이 듬쁙 든 글에 행복하셨을 것 같아요~
    저도 빨리 아빠가 되어 이런 기쁨을 누려봐야 할 것 같아요~

    2009.03.23 11:27 [ ADDR : EDIT/ DEL : REPLY ]
    • 감사합니다. 도꾸리님도 이제 아빠가 될 경우에 한 가지 조언하자면, 태어나는 아이에겐 한국말만 하세요. 엄마는 일본말만 하고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아이는 두 개의 모국어를 가지죠.

      2009.03.23 15:15 신고 [ ADDR : EDIT/ DEL ]
    • 조언 감사합니다~
      아이 교육, 사실 별 생각이 없었는데 요새와서 은근히 신경이 쓰이더군요..

      아무래도 초유스님이 말씀하신 것이 정답인 것 같아요~

      2009.03.23 19:33 [ ADDR : EDIT/ DEL ]
  3. 따님이 너무 귀엽겠어요..ㅎㅎ
    행복한 가정의 모습이 보입니다..
    생일 축하드립니다..^^

    2009.03.23 14:49 [ ADDR : EDIT/ DEL : REPLY ]
  4. 따님이 정말 귀엽습니다.^^
    생일 축하드립니다!

    2009.03.23 18:26 [ ADDR : EDIT/ DEL : REPLY ]
  5. 부러움

    어떤 생일 선물보다도 값어치고 있어 보입니다.
    귀한 딸 덕분에 평생 행복하시겠어요

    2009.03.23 21:55 [ ADDR : EDIT/ DEL : REPLY ]
  6. 스윗드림

    안녕하세요? 오른쪽 블로그글에 게시물이 떠서 클릭해서 들어와봤습니다. ^^ 딸아이가 참 예쁘네요..
    리투아니아 부인과 결혼하셨다구요? 저도 인도인 남자친구를 두고 있고, 결혼까지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 상황에서 초유스님의 결혼생활과 자녀가 더 눈에 들어오네요..

    그래서 저도 남자친구와 우리 아이 낳으면 어떻게 언어를 쓰고 가르칠까?하고 얘기하는데요....
    보니까 요가일래는 4개국어를 하네요?
    어떻게 하면 한국어와, 영어, 힌디어 등을 아이에게 잘 가르칠 수 있나요?
    보니까 한국사람은 한국어만, 다른 분은 자기 모국어를 가르치라고 적어놓으신 것 같은데, 제게도 한번 자세히 알려주실수 있나요? ^^

    참고로, 전 남자친구와 대화할때 영어로 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남자친구도 한국어 배울거고요..

    먼저 경험하신 경험자로서 좋은 조언 부탁드립니다. ^^

    그리고 요가일래 너무 예뻐요~^^

    2009.04.10 00:51 [ ADDR : EDIT/ DEL : REPLY ]
    • 이제야 답글을 보았습니다. 남자친구와는 결혼 후에도 계속 영어로, 아이와는 모태부터 무조건 한국어로, 아빠가 힌두어를 안다면 모태부터 무조건 힌두어로 끝까지 사용하시면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면 아기의 목국어는 두 개에다가 엄마와 아빠의 공용어 영어까지도 쉽게 배울 수가 있지요.

      2009.09.30 18:06 신고 [ ADDR : EDIT/ DEL ]
  7. 이우

    하트 부침개도 올려주시지 그러셨어요^^
    요가일래 그림도 예쁘고,
    아빠의 그림 해석도 멋지네요^^
    따뜻한 글 잘 보고 갑니다~~

    2009.09.30 16:38 [ ADDR : EDIT/ DEL : REPLY ]
    • 감사합니다. 하트 부침개는 엄마 검열에 걸려서 못 올렸습니다. 생일상이 너무 초라하다고... ㅎㅎㅎ

      2009.09.30 18:07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