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09. 3. 31. 11:32

어제 초등학교 1학년 딸로부터 '할아버지' 소리를 들었다.
머리카락이 벌써 하얗게 된 것 때문이 아니다. 그렇다면?

딸아이를 학교에서 데리고 집으로 왔다.
3층에 위치한 아파트를 올라올 때마다
딸아이는 코앞에 있는 집으로 빨리 가고자
빠른 걸음으로 계단을 올라간다.
뭐, 덕분에 딸아이이가 현관문을 열어주는 셈이다.

어제는 곧바로 집으로 들어가지 않고
3층에서 2층을 막 올라오는 아빠에게 한 마디 했다.

"아빠는 할아버지다!"
"왜? 네가 시집가야 아빠가 할아버지가 되지!"
"아니, 아빠가 할아버지처럼 힘없이 걸으니까!
아빠, 나처럼 운동 많이 해야 돼!"

학교에 갔다 숙제하고 TV 보고, 혼자 놀다가 심심할 무렵인 저녁이 되면
딸아이는 컴퓨터에 하루 종일 앉아 있는 아빠에게 와서 운동하자고 보챘다.

얼마 전 학교 체육시간에 줄넘기를 한부터 요즈음은 줄넘기를 자주 한다.
때론 원불교 좌산 상사님이 지은 "건강관리의 요제" 책을 펴놓고 
그 안에 있는 몸동작을 따라 한다.
때론 딸아이가 주도하는 다양한 몸동작을 같이 한다.

일전에 딸아이는 앉아서 다리를 힘껏 벌리고
손으로 반대편 발가락 잡기 운동을 열 번하자고 했다.
동작 빠른 딸아이가 10번을 먼저 하고
나중에 마친 아빠에게 외친 말이 압권이었다.

"아빠, 창피하지도 않아? 내가 나이가 더 어린데
10번을 했으면, 아빠는 20번, 30번 더 해야지!"
"10번 하자고 해놓고서는 왜 아빠에게 창피를 주니?!"

거실에 있던 엄마 왈:
"맞다! 맞아! 7살 딸아이와 똑 같이 운동한다면, 효과가 어디 있겠나?"
 
비록 창피한 아빠가 되었지만,
이런 딸아이와 함께 살게 된 것에 대한 행복감이 온몸으로 전율되는 순간이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