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09. 1. 26. 15:58

일곱 살 딸아이 요가일래는 최근 3주간 멀리 여행을 다녀온 후 부모 곁에 자주 있으려고 한다. 어제 저녁 내내 딸아이는 심심하다며 아빠와 같이 놀기를 졸라댔다. 여행한 후는 그 여행한 댓가로 미룬 일거리로 평소보다 훨씬 바쁘게 지낸다.

하지만 핑계로 거절하기엔 너무한 것 같았다. 그래서 같이 놀기로 작정을 하고, 컴퓨터 의자를 엄마가 에게 건넸다. 가위 바위 보 놀이를 하자고 하니 시시하다고 거절했다. 무엇으로 놀까?

요가 동작 하나로 시작했다. 두 팔꿈치로 온몸을 지탱하는 동작이다. 그리고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 등등 요가일래의 상상대로 한참 동안 사실 놀이가 아니라 육체적 운동을 했다. 엄마는 딸아이를 힘들게 하지 말라고 아우성치고, 딸아이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아빠와 같이 한다고 항변했다. 

쉬는 사이에 딸아이는 소파에 앉아 뜬금없이 한국에 관한 이야기를 읊어갔다. 최근 브라질 여행을 다녀온 엄마가 브라질에 관해 사람들에게 얘기하는 것처럼 요가일래는 6개월 전 방문한 한국에 관해 아빠에게 줄줄이 말하기 시작했다.

다문화가정의 딸인 요가일래가 말한 한국에 대한 단상은 아래와 같다.

"이젠 한국에 가고 싶지가 않아. 왜냐하면 너무 더워. 밖에 조금만 나가도 땀이 나고, 또 땀이 나잖아. 내가 비행기에 내려서 밖에 나가니까 너무 더운 공기가 다가와서 깜짝 놀랐다. 그리고 한국에는 침대가 없잖아. 바닥에 자는 것이 싫어."

"한국에서 싫은 것 말고 좋은 것은 없었니?"

"좋은 것도 정말 많았지. 한국에는 전등 불빛이 하얀 색이어서 좋았어(형광등불). 언니들도 아주 예뻤지. 사람들이 친절한 것도 좋았고. 아참, 맴맴맴~ 매미 소리는 정말 좋았어. 빗소리도 좋았고, 비가 오는 풍경도 아름다웠고, 특히 비가 올 때 나는 (상쾌한) 냄새가 너무 좋았어. 방충망 사이로 들어오는 시원한 바람도 좋았다. 그리고 한국의 초록색 교통신호등에 숫자가 나타나는 것도 좋았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나무가 아주 아름다워."

"좋은 것이 참 많은 데 한국에 다시 가고 싶어?"

"가고 싶지만, 더운 여름엔 정말 가고 싶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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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 팔로 온 몸을 지탱하고 있는 일곱 살 요가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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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년 8월 제주도. 더운 여름 날씨로 무척 고생했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