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모음2008. 12. 28. 11:56

우리나라 신문에서는 외래어를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으나, 리투아니아 신문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햄버거”라 할만도 한데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자국어에서 만든 “메사이니스”라 부른다.

자국어 보호에 큰 힘을 쏟고 있는 리투아니아 사회에 몇 해 전 티셔츠에 적힌 외국어 즉 영어 문구가 사회적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바로 “Fu** me... I will make you famous"와 ”Fu** Me... I'm good"와 같은 영어 문구가 적힌 수입 티셔츠들이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 옷가게 “베로 모다”에서 팔리고 있었다.

문제의 발단은 한 어머니가 자신의 딸에게 줄 선물로 이러한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구입한 것에 있었다. 옷에 적힌 문구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그녀는 옷의 디자인도 마음에 들고 가격(29리타스: 만5천원)도 부담이 없어 기분 좋게 사서 집으로 가져왔다. 하지만 집에 돌아온 어머니는 옷에 적힌 문구가 무슨 뜻인지 궁금하여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보았다.

그 뜻을 알자 그녀는 황당함과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즉각 행동에 나섰다. 이러한 노골적인 성 유혹 표현이 적힌 티셔츠를 다른 부모들이 그 뜻을 모른 채 구입하지 말도록 해야 한다는 확신이 들었다. 왜냐하면 어떤 남성들은 이것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곧 국회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내었다. 많은 의원들이 “젊은 여성들의 가슴 위에 적힌 음란한 단어들은 공중도덕에 큰 타격이다. 우리는 공중도덕을 파괴하는 것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라고 동조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티셔츠 사건은 곧 리투아니아 언론들의 큰 관심을 끌었고, 표현의 자유와 공중도덕에 관한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이는 결국 그 옷가게와 티셔츠에 대한 아주 효과적인 광고를 해준 셈이 되었고, 티셔츠들은 잽싸게 팔렸다. 이 티셔츠들은 별다른 문제없이 이미 스칸디나비아와 서유럽 젊은이들에게 널리 팔리고 있는 옷으로 덴마크에서 가져 온 옷이었다. 하지만 보수적인 성향을 띠고 있는 리투아니아인들은 거부감을 나타냈다.

사건 이후 티셔츠는 리투아니아 번역문과 함께 팔렸다. “Fu** me”는 리투아니아어로 원래의 뜻과 전혀 다른 “나를 한번 사랑해”로 번역되었다. 한편 이 사건은 옷에 적힌 문구에 대한 관심도 아울러 불러일으켰다. 상인들은 재빨리 이 보다 훨씬 가벼운 문구를 넣어 옷을 팔기 시작했다. “웃어라, 그러면 온 세상이 너와 함께 웃을 것이야”, “방귀 뀌어라, 그러면 너 혼자 남을 것이야” 등등......

물론 이러한 엽기적인 문구가 담긴 옷을 살 것인가 말 것인가는 결국 소비자가 결정할 일이다. 하지만 외국어 문구를 빙자하여 그 뜻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옷을 사게 한 처사는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만하다.

“Fu** me... I will make you famous"가 적힌 티셔츠를 한국 젊은이들이 입고 거리를 나돈다면, 한국 사회가 어떤 반응을 보일 지 궁금하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