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여행/그리스2022. 9. 26. 02:50

그리스 크레타 여행기 9편에 이은 글이다.

무화과가 자라지 않는 북유럽 리투아니아에 태어난 아내는 무슨 연고인지 지중해나 중동에서 나는 무화과를 좋아한다. 막 익는 무화과는 비싸서 사 먹기가 주저되지만 건조된 무화과는 부엌 한 칸에 늘 자리 잡고 있다. 

 

8월 중하순 그리스에 오자마자 아내는 슈퍼마켓에서 무화과 열매를 찾는다. 아쉽게도 없다. 아직 무화과 수확철이 아니라고 믿으면서 단념한다. 하지만 고지대에서 자라는 조생종 무화과는 벌써 열매를 맺을만한데 말이다. 

 

야자나무 수천 그루가 자생해서 자라고 있는 바이 해수욕장(Vai Beach)에서 고우베스(Gouves) 숙소로 돌아오는 길이다.

 

삼거리에 허름한 노점(위치)이 하나 있다. 우회전을 해서 속도를 늦추고 노점을 보자 판매대에 무화과가 눈에 띈다.

 

"와, 저기 무화과다!"

"멈춰! 사야지!"

 

플라스틱 상자에 제법 되는 무화과가 담겨 있다. 한 상자에 4유로다. 

계산을 하려고 들어가니 상점을 지키는 할아버지가 환대를 하면서 싱싱한 오이를 소금에 찍어 주면서 먹으라고 한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싱싱한 오이를 설탕이나 꿀에 찍어서 먹는데 그리스 사람들은 소금에 찍어서 먹는구나...

 

오이를 먹으면서 살펴보니 여러 제품을 팔고 있다.

무화과 잼

수박

꿀라크

라크

올리브유 등등

 

"라크는 직접 제조한 것인가?"

"포도로 직접 만든 것이다."

 

 

그는 어느새 잔 두 개와 라크 병을 가져와 묻지도 않고 잔을 채운다.

한 손에는 오이를 들고 다른 손에는 라크 잔을 들고 "야마스"(건배)를 외친다.

 

건배까지 했으니 면세점에서 살 라크를 비롯해 올리브유를 이곳에서 산다.  

 

오이가 특이하다.

세 개가 나란히 붙어 있다.

 

"수박은 몇 유로?"

"수박은 그냥 가져가!"

"정말?"

"좋은 수박을 골라. 봉지에 넣어줄게."

 

물건값이 12유로다.

대부분 카드결제를 하므로 현금이 딱 맞게 있을지 지갑을 뒤져본다.

 

"현금이 11유로밖에 없네."

"괜찮아. 있는 것만 줘."

 

이렇게 흔쾌히 11유로만 받고 봉지 세 개에 우리가 구입한 물건을 넣어 건네준다.

우리는 차창밖으로 "감사하다"하고 그는 "그리스에서 좋은 여행 해"라고 답한다.

 

덤으로 받은 수박은 숙소에 와서 잘라보니 속이 잘 익고 맛있었다.  

노점상 그리스 할아버지가 이날 우리를 맞이하는 법이 내 마음 한 구석에 계속 울림으로 남아 있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크레타 여행기 10편 중 10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