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여행/그리스2022. 9. 26. 02:49

그리스 크레타 여행기 8편에 이은 글이다.

지중해 여행에서 먹는 즐거움을 우선으로 꼽는 사람도 있다. 이와는 달리 아내는 일광욕하고 수영하는 것을 우선으로 하고 나는 가급적 많이 걷고 보는 것을 우선으로 한다. 가족여행 중 음식기행은 늘 뒷전이다. 그러니 평이 좋은 맛집을 굳이 일부러 찾아가서 음식을 주문해 먹는 일은 우리와는 거리가 멀다.

 

배가 많이 고플 때 주변에 있는 깔끔한 식당에 들어가 자기 취향대로 음식을 주문해서 먹는다. 조식을 넉넉하게 호텔 식당에서 먹으니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조금씩 허기를 느낀다. 늦은 오후에 점저(점심 겸 저녁)를 먹으니 굳이 저녁 식사가 필요하지 않다.

 

7박 여행 중 유일하게 두 번 가서 식사를 한 식당(2 FRiends)이다. 

 

그리스 음식은 내 입맛에 딱 맞다. 짜지도 않다. 난 해물스파케티를 좋아한다. 음식값은 세지 않다. 지역과 식당에 따라 다르지만 크레타에서 본식이 대체로 8-15유로 정도다. 

500cc 생맥주 가격은 3-6유로다. 북유럽에서는 맥주만 달랑 가져다 주는데 그리스는 감자과자 등을 덤으로 가져다준다. 그리스 여행 중 알코올 함유량이 4.7%인 미토스 맥주를 즐겨 마신다.

 

여러 번 그리스 여행을 해서 얻은 경험은 음식량이 상당히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큼직하고 맛있는 감자튀김이 남기 일쑤다.

 

그리스를 처음 여행했을 때는 예의와 호기심으로 전식, 본식, 후식을 다 시켜서 먹었다.

몸집이 크고 식탁에서 많은 시간을 즐겨 보내는 유럽인들에게는 적합하겠지만 

몸집이 작고 식당 한 곳에 정적으로 지긋이 앉아 있지 못하는 우리에게는 그 음식량이 과할 정도로 많았다.

 

 

돈도 돈이지만 음식을 남기는 것이 영 마음에 내키지 않았다.

숙소로 돌아오며는 소화제를 먹곤 해야 했다. 

 

이런 경험을 한 후부터는 음료와 더불어 적당한 본식 하나만 주문한다.

식당 종업원들은 이를 전혀 괘념치 않는 듯 흔쾌히 주문을 받고 봉사를 해준다.

 

거의 대부분 식당에서는 본식만 시켰는데도

종업원들은 본식을 기다리는 동안 전식 같은 음식을 무료로 가져다준다.

구운 빵이나 마늘빵에 올리브유나 식당에서 직접 만든 양념 버터가 딸려 온다.

 

본식을 먹고 나면 후식 같은 과일(포도나 수박 등) 한 종류나 튀김과자를 가져다주는 식당도 있다.

 

흔히 계산서와 함께 라크를 유리병이나 잔으로 준다.

라크(라키 raki - 튀르키예, 그리스, 발칸반도에서 널리 마시는 과일 증류주)는 보통 알코올 함유량이 45도인데 서너 잔 마셔도 취하지 않는 듯하고 다음날 일어나도 그 전날 마셨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ㅎㅎㅎ

 

 

이번 여행에서 먹은 음식이다.

양파, 토마토, 상추, 올리브 열매 등 엉성하게 보이는 샐러드이지만 참으로 맛있었다.

 

숯불에 구운 돼지고기도 맛있고 감자도 맛있었다. ㅎㅎㅎ

 

해물 스파게티다. 보기에는 양이 많지 않을 것 같지만

먹어도 먹어도 접시 밑이 보이지 않는다.

 

생선모둠이다.

생선이 작고 잔가시들이 많아서 먹기에 불편했다.  

 

쌀밥 생각이 나서 주문한 해산물 리소토.

이번 여행에서 가장 주문 실패한 음식이다.

특히 밥이 설익었다.

 

닭고기다.

날개와 다리 8조각이다.

눈은 다 먹을 수 있다고 장담하지만

위는 다 받아주지 않는다. ㅎㅎㅎ

 

아내가 아이스크림도 나오는 본식을 주문했다. 

아내에게만 혼자 유리잔 아이스크림을 먹게 할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종업원이 유리잔 아이스크림을 하나 더 가져와 내 앞에 놓는다!!!

 

"아이스크림 하나만 주문했는데..."

"같이 먹으라고 덤으로 주는 거."

"에프하리스토(Efharisto 감사합니다), 에프하리스토!"

"파라칼로 (Parakalo 천만에, 제발)"

 

나이 든 종업원이 이렇게 우리 부부에게 감동을 선사해 준다.

우린 "아, 이것이 그리스구나!"라고 다시 한번 확신하게 된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크레타 여행기 10편 중 9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