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페란토2008.11.05 06:19

최근 시골 고향에서 고기계 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는 리투아니아 퇴임 기계학 교수를 취재하려 다녀왔다. 만남 인사를 마친 후 그의 첫 물음은 리투아니아인 아내와 집에서 의사소통을 위해 사용하는 언어가 무엇인가였다. 모국어가 서로 다른 부부에게 제일 궁금한 중 하나가 "저들은 부부 사이, 자녀와 부모 사이 도대체 무슨 언어로 의사소통할까?"이다.  

의사소통 언어가 “에스페란토”라 답하니 "아직도 에스페란토가 살아있냐?"며 놀라워했다. 에스페란토를 모르는 사람들도 많지만, 오래 전 에스페란토를 알던 사람들 중에도 에스페란토가 벌써 죽은 언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에스페란토는 우리 집 공용어로 매일 살아 숨 쉬고 있다. 우리와 같은 에스페란토 맺어진 다문화가정이 세계 도처에 있다.

집에 돌아와서 편지를 확인하니 반가운 소식이 하나 있었다. 바로 한국의 젊은 에스페란토 사용자들이 누리망에 퍼져 있는 에스페란토 안내 동영상에 한국어 자막처리를 완성했다는 것이다. 정부가 선봉에 서서 한국어보다 영어를 강화시키고, 부모들이 영어 발음을 위해 자녀에게 혀 수술까지 시키는 사회에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에스페란토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는 데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낸다.    

에스페란토는 자멘호프(1859-1917)가 1887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발표한 세계 공통어를 지향하는 언어이다. 변음과 묵음 등이 없어 적힌 대로 소리 내고, 품사어미와 강조음 등이 규칙적이어서 익히기 쉽다. 에스페란토 사용자들은 "1민족 2언어 주의"에 입각해 언어 같은 민족끼리는 모국어를, 다른 민족과는 에스페란토를 사용하는 것을 지향한다.

자멘호프가 태어난 옛 리투아니아 대공국령인 지금의 폴란드 비얄리스토크는 당시 여러 민족들이 각기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이로 인해 의사소통이 쉽지 않았고, 민족간 불화와 갈등이 빈번했다. 자멘호프가 모든 사람이 쉽게 배울 수 있는 중립적인 공통어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하고, 유럽 여러 언어들의 공통점과 장점을 활용해 규칙적인 문법과 쉬운 어휘를 기초로 에스페란토를 창안한 이유다.

"지금 처음으로 수천 년의 꿈이 실현되기 시작했다. 여기 프랑스의 작은 해변도시에 수많은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모였다. 서로 다른 민족인 우리는 낯선 사람으로 만난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자기 언어를 강요하지 않고 서로를 이해하는 형제로 모였다. 오늘 영국인과 프랑스인, 폴란드인과 러시아인이 만난 것이 아니라, 바로 사람과 사람이 만났다."
1905년 제1차 세계 에스페란토 대회에서 행한 자멘호프의 연설은 한 세기가 흐른 지금에도 여전히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영어몰입교육이 판치는 한국 상황에서는 힘들겠지만, 한번 에스페란토를 배워보고자 하는 사람은 한국에스페란토협회(02-717-6974)나 에스페란토문화원(02-777-5881; 010-3340-5936)에 문의하면 안내를 받을 수 있다. 한편 http://lernu.net/에서 직접 배울 수도 있다. 현재 한국외국어대, 단국대, 원광대 등에 에스페란토 강좌가 정식으로 개설돼 있다. 한국어 자막이 되어 있는 아래 에스페란토 안내 동영상(E@I www.ikso.net 제작)을 통해 더욱 생생하게 에스페란토를 알아볼 수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어느 날 우리 집 탁자에 체코, 스위스, 스웨덴, 폴란드, 불가리아, 헝가리, 리투아니아,
          한국에서 온 8명 친구들이 의사소통 장애 없이 에스페란토로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있다.

1편: 에스페란토는 모든 것에 적합한 언어이다

2편: 에스페란토는 많은 특색을 가진 언어이다

3편: 에스페란토는 다양한 방법으로 사용되는 언어이다

4편: 에스페란토는 배울 수 있고, 배울만한 언어이다

5편: 에스페란토는 다양한 운동을 지닌 언어이다

6편: 에스페란토는 미래의 언어이다


* 관련글: 통역 없는 세상 꿈 이루는 에스페란토
               서로 말이 다른 8명이 무슨 말로 대화할까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