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21. 12. 2. 17:43

북위 55도에 위치한 리투아니아 빌뉴스는 근년에 그렇게 눈이 많이 내리지 않는다. 예전에는 보통 10월 초순에 첫눈이 내린다. 올해는 11월 하순에야 첫눈이 내렸다. 첫눈은 소리없이 내려 흔적없이 사라졌다. 11월 마지막 토요일 올해 두 번째로 눈이 내렸다.
 
아침에 일어나니 하늘에서 하얀 눈이 쏟아지고 있다. 오늘은 눈 오는 도시 풍경을 카메라에 담아야 하지 하면서 서둘러 집을 나선다. 구시가지 시작점으로 갈수록 눈송이는 줄어들고 기온은 조금씩 더 올라간다. 붉은 지붕 위로 펑펑 쏟아지는 풍경을 떠올리면서 집을 나섰는데... 어찌하랴! 지금 있는 그대로 카메라에 담아본다.
 

 

이렇게 30여분을 빌뉴스 구시가지 이곳저곳을 걸으면서 대성당 광장에 도착한다. 넓은 광장에는 200 평방미터 거울로 장식된 높은 크리스마스 트리가 우뚝 서 있다. 이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드는데 들어간 비용은 8만 9천 유로 (약 1억 2천만 원)이다.
 

크리스마스 마켓 상점을 따라서 광장 오른쪽 가장자리 가운데 있는 목재 구조물로 발걸음을 옮긴다. 

 

멀리서 측면에서 바라보니 유모차가 안에 있다. 

 

누군가 눈비를 피하기 위해서 유모차를 세워놓은 것이겠지라고 하면서 다가가본다.     
  
 
그런데 구조물 바로 앞에서 보니 삼각형 끈으로 묶어 출입을 막고 있다. 아, 누군가 놓고 간 것이 아니라 아기예수 탄생 마구간(표준어는 마굿간이 아니고 마구간)을 장식하고 있는 유모차임을 알게 된다.
 
올해 대성당 광장 마구간 장식은 전나무 가지, 촛대 네 개 그리고 유모차가 전부다. 엄청난 규모의 크리스마스와 상당히 대조적이다. 

 

빌뉴스 아기예수 탄생 마구간 장식을 영상에도 담아본다.   

 

 
보통 크리스마스 마구간은 여물통(구유)에 누워 있는 아기예수 그리고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성모 마리아, 동방박사 등 여러 조각상으로 아주 장엄하게 장식되어 있다. 여물통을 모르고 자라는 아이들은 유모차에서 탄생을 더 실감하고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본 아기탄생 마구간 중 이것이 가장 소박하고 기발하다. 1회적 행사에 엄청난 돈을 들여서 조성하는 마구간의 화려한 장식보다는 현대적 의미를 부각시키려고 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다. 광장 오른쪽 가장자리 구조물로 발걸음을 옮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소박하고 검소한 마구간 화두가 내 머리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