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여행/그리스2021. 6. 16. 14:06

유럽은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접종률이 높아갈수록 현저하게 새로운 감염자수 낮아지고 있다. 지금 살고 있는 리투아니아만 해도 강력한 방역조치하에서도 거의 매일 천명대였다가 이제는 수백명대로 떨어져 최근 백명대다. 서서히 6월부터는 식당을 비롯한 모든 경제활동이 대부분 자유롭게 이루어지고 있다. 단지 실내에서는 여전히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 되어 있다. 6월 7일부터 해외여행까지 할 수 있는 백신여권으로 통하는 백신접종 디지털증명서를 발급하고 있다.
 
6월 16일 현재 리투아니아는 백신 1차 접종자가 42%이고 2차 접종자가 28%다. 백신접종을 다 마치고 2주일이 지난 사람들은 유럽 여러 곳으로 여행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코로나바이러스 범유행으로 이동과 왕래에 제한을 받았던 깝깝한 일상생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사람들이 벌써 해외여행을 나서기 시작했다. 우리집도 예외는 아니다.
가족여행을 할 것인가, 부부여행을 할 것인가? 
남유럽에 6월에 갈 것인가, 7월에 갈 것인가?
행선지를 어디로 할 것인가?
 
7월이 되면 백신접종자가 많아서 유명관광지에 사람들이 몰릴 것이고 남유럽은 날씨가 더워서 여행이 아니라 고생만 할 것이다. 대학 1학년생 요가일래는 학년말 시험이 끝나지 않았고 2차 접종을 하지 않아서 합류가 불가능했다. 그래서 부모만 6월에 가기로 결정했다. 대학교 강의가 아직 끝나지 않아서 부부여행을 하는 것이 주저되었는데 딸의 한마디가 결정적이었다.
"내가 접종을 아직 다 맞지 않아서 못 가는 것이 아니고 나도 이제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가면 혼자 살아야 하니까 짧은 기간이지만 나홀로 살기를 해봐야 한다. 아빠가 엄마를 위하는 마음을 내어서 엄마하고 둘이서 다녀와라. 그리고 아빠 강의가 비대면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니 인터넷이 원활하게 되는 곳이면 어디든지 가능하잖아. 엄마하고 다녀와..."
 
행선지는 그리스 자킨토스로 정했다. 목요일 항공권을 구입하고 일요일에 출발한다. 그야말로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이 결정했다.  6월 13일 일요일 출발해 6월 20일 일요일 돌아오는 일정이다. 항공사는 헝가리 저비용 항공사로 유럽과 아프리카를 주로 취항하고 있는 위즈 에어(Wizz Air)다. 1인당 왕복 항공료가 75유로다. 다 알다시피 저가 항공은 선택사항에 따라 항공권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3시간 비행에 나란히 앉을 필요가 없다고 지정석을 따로 구입하지 않는다. 그냥 배정해주는 대로 앉기로 한다. 여행가방도 책가방 정도로 가볍게 해서 7킬로그램 미만으로 한다. 컴퓨터와 여러 충전기를 빼면 옷이 몇 가지에 불과하다. 마치 국내에서 하룻밤 이웃 도시를 다녀올 정도로 지참물을 챙긴다. 

 

항공권을 구입하자 항공사에서 그리스 입국에 대한 정보를 알려준다. 백신접종을 맞은 사람들은 먼저 리투아니아 정부사이트에서 디지털증명서를 발급 받아야 하고 그리스 정부사이트에 들어가 늦어도 출발 24시간 전에 승객위치양식(Passenger Locator Form: PIF)에 정보를 입력해야 해서 서류를 발급 받아야 한다. 해당 사이트는 다음과 같다.

https://travel.gov.gr/#/

정보를 기재하면 전자편지로 큐알(QR)코드가 있는 확인서가 온다. 이것이 없으면 그리스 입국을 할 수가 없다. 반드시 휴대전화에 저장하고 또한 인쇄를 해서 종이로도 지참하는 것이 좋다. 현재 코로나바이러스 범유행 상황에서 필요한 서류를 갖추기만 하면 대한민국 여권소지자도 그리스에 입국해 자가격리없이 여행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빌뉴스 공항에 도착하니 한산하다.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 이후 그리스 휴양지로 출발하는 첫 비행기에 올라타니 거의 만석이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2년만에 비행기를 타고 해외여행을 할 수 있는 감격적인 순간이다. 비행기에서 챙겨운 빵으로 식사를 하고 책을 읽다보니 그리스 자킨토스 공항에 도착한다. 같은 시각 전후로 도착한 비행기는 우리 비행기뿐이다. 

 

늘 그러듯이 입국시에 한국 국적을 가진 나와 유럽연합국 국적을 가진 아내는 줄을 다르게 설 줄 알았는데 여기는 구분이 없다. 내 입국심사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조금 늦어질 수도 있으니 아내에게 먼저 나가서 기다리라고 한다. 그런데 내 심사속도가 훨씬 더 빠르다. 백신접종증명서, 여객위치정보확인서, 리투아니아 거주증 그리고 한국여권을 보여주면서 "리투아니아에 살고 있는 한국 국적자다"라고 덧붙인다. 한국이라는 말에 입국심사관이 엄지척을 하면서 "한국에 가봤는데 정말 좋았다"라고 답하면서 여권상 얼굴대조도 없이 그냥 통과시킨다. 

 

이렇게 공항을 빠르게 빠져 나와 반대편 길건너에 있는 렌트카 사무실로 이동한다. 자킨토스 공항에서 나와서 오른쪽으로 쭉 이동해서 돌아가야 한다. 종합보험을 포함해서 7일 렌트카 비용이 260유로다. 아주 사무적인 말투로 직원이 서류작업을 한다. 역시 기존 경험자들이 남긴 댓글에 나와 있듯이 종합보험에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추가적인 보험에 들 것을 권한다. "나도 직원이라 이 말을 의무적으로 해야한다"고 솔직하게 말한다. 사전 정보를 알고 있던 우리는 이를 단칼에 거절한다. ㅎㅎㅎ 직원과 함께 렌트카 상태를 점검한다. 사진과 영상으로 꼼꼼하게  차 상태를 촬영한다. 

 

숙소는 공항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다. 숙소(Zante Atlantis)에 도착하니 마스크를 쓰고 있는 직원이 반갑게 맞이한다. 해변에서 800미터  떨어져 있긴 하지만 호텔 외관이 아주 깔끔하고 주차장도 아주 널찍하다. 직원은 조용하면서 침착한 어투로 설명을 이어간다. 일반적 절차에 따르면 제일 먼저 여권을 건네 받아서 숙박부에 적는 것인데 이 일을 하지 않는다. 그럼 어떻게?

바로 큐알코드 안내판을 일러주면서 큐알코드를 스캔해서 정보를 입력하면 된다. 휴대전화가 없다면 어떻게 하나? 이 또한 코로나시대의 한 변화일까? 다른 호텔도 이 방법으로 숙박접수를 할 수 있으니 그리스 여행에 앞서 큐알코드 읽기 앱을 설치해서 오는 것이 좋겠다. 방당이 아니라 개인별로 큐알코드로 숙박자 정보를 기재해야 한다. 접수를 마치자 환경세를 현금으로 내달라고 한다. 부킹닷컴에서 이미 환경세를 포함해서 지불을 했다고 해도 계속 현금으로 내달라고 한다. 그래서 부킹닷컴의 인쇄된 예약서를 보여주고서야 일이 마무리된다. 환경세는 1박당 방수로 낸다. 현재 1.5유로다.

접수를 마치고 방에 들어가니 물 한 병과 포도주 한 병이 우릴 환영하고 있다. 발코니를 포함해 22평방미터다. 널찍하기보다는 길쭉해서 약간 비좁은 느낌이 든다. 수영장이 내려다보이는 발코니다. 

 

지중해 바다를 안 본 지 오래되어 먼저 바닷가로 향한다.  일몰 무렵이라 그래도 사람들이 있을 줄 알았는데 그야말로 텅빈 해수욕장이다. 수영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바닷물에 발을 담그니 따뜻하다. 바다를 좋아하는 아내는 이내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물 속으로 들어간다.

 

"마치 따뜻한 차를 몸이 마시는 듯하다"라는 아내의 첫 말에

"아, 이제 1주일 동안 영락없이 해수욕장 휴대품 파수꾼이 되는구나!"로 답했다.

 

알고보니 이  자킨토스 섬이 바로 송중기와 송혜교가  출연한 "태양의 후예" 촬영지다. 앞으로 여러 회에 걸쳐 자킨토스 여행에 대해 글을 쓰고자 한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자킨토스 여행기 1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