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20. 10. 23. 05:53

일전에 북유럽 리투아니아 지방도시에 살고 있는 리투아니아인 장모님댁을 다녀왔다."내일 아침 날씨가 좋은데 버섯 채취하러 가고 싶어요.""좋지.""그물버섯이 아직 있으면 참 좋겠어요.""내가 그물버섯이 많이 있는 곳을 알고 있으니 같이 가보세."
그물버섯은 학명으로 볼레투스 에둘리스(boletus edulis)고 포르치니(porcini)로 널리 알려져 있다. 여기 사람들은 이 버섯을 최고로 꼽는다. 향과 질감이 좋다. 연하면서 쫄깃하다. 바로 아래 사진 속 버섯이 그물버섯이다. 이 버섯을 잔뜩 기대하면서 아침 일찍 일어나 소나무와 전나무가 울창한 숲 속을 이리저리 헤맸다.    

 

그런데 아쉽게도 그물버섯 한 송이도 찾을 수 없었다. 인적이 있는 것을 보니 하루 전이나 우리보다 일찍 누군가 채취하고 갔을 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9월 하순이라 벌써 버섯철이 지난 것일 수도 있겠다.

 

그냥 포기하고 돌아가려고 하는 찰나에 "마지막으로 저 전나무 숲으로 들어가보자"하면서 장모님이 앞장을 섰다.

      

"와~~~ 이리로 오게."

"그물버섯이요?"

"아니. 다른 버섯."

 

푹 쌓인 전나무 솔잎과 이끼 위에 버섯이 지천에 깔려 있었다. 

 

 

"버섯 이름이 뭐예요?

"Ruduokė 혹은 rudmėsė."

 

이 버섯을 채취하는 모습을 4K 영상에 담아봤다.

 

 

처음 듣는 이름이라서 구글 검색을 해보니 이 버섯의 학명은 lactarius deliciosus (lactaria deliciosa agaricus deliciosus)이고 영어로는 saffron milk cap 혹은 red pine mushroom이다. 한국어로는 붉은젖버섯이다. 주름살을 살펴보면 붉은색 계통이다. 

 

 

 

 

한참 동안 붉은젖버섯을 채취하니 내 손가락과 손바닥은 붉은색이 아니라 당근색으로 변했다.  

 

 

한편 주름살이 상처를 입으니 점점 녹색으로 변했다. 집으로 와서 다시 붉은젖버섯을 꼼꼼히 손질을 했다. 

 

 

갓 채취한 버섯을 요리했다. 붉은젖버섯은 날 것으로도 먹을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장모님은 아무리 좋은 식용버섯이라도 무조건 두 차례 끓인다고 한다. 리투아니아인들이 즐겨 해먹는 붉은젖버섯 요리법을 소개한다. 

 

1. 버섯을 두 차례 끓인다

2. 돼지비계와 양파를 잘게 썰어 팬에 굽는다

3. 밀가루를 넣는다

4. 크림을 넣는다 

5. 소금을 넣는다  

6. 끓인 버섯을 두 차례 물로 씻어낸다

7. 버섯을 소스에 넣고 잘 섞는다

 

이렇게 삶은 햇감자 함께 붉은젖버섯 요리가 접시에 담겼다. 간단한 요리법이라 크게 기대하지 않았지만 맛이 아주 좋아서 두 접시를 말끔히 비웠다. "붉은젖버섯이 그물버섯만큼이나 맛있다"고 말하는 리투아니아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는 점심이었다. 

 

 

붉은젖버섯을 손질하고 요리하는 모습을 영상에 담아봤다. 다음해부터는 숲 속에서 그물버섯만 찾지 말고 이 붉은젖버섯도 찾아야겠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