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20. 1. 15. 15:39

얼마 전 리투아니아 현지인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텃밭 정리를 하면서 수확한 "토피남바스(topinambas)"를 주고 싶은데 먹을 것인냐가 물었다. 리투아니아어 단어 "topinambas"가 금시초문이라 대답하기 전에 먼저 아내에게 물었다. 

"토피남바스가 뭐야?"
"지난 여름 그 친구 텃밭에 갔을 때 온실 밖에서 자라고 있는 노란색꽃 식물을 기억해?"
"아니."  
"꽃이 작은 해바라기꽃를 닮았고 뿌리가 감자를 닮았어. 당뇨에 좋다고들 말해."
"그렇다면 빨리 가져오라고 해야겠다."

토피남바스가 과연 한국어로 무엇일까?
친구가 가져오는 동안 인터넷 검색을 해봤다. 여러 언어로 된 이 식물 이름이 참 흥미롭다. 

학명은 헬리안투스 투베로수스(Helianthus tuberosus)다. 
헬리안투스(영어 발음은 힐리엔써스)는 해바라기(영어 sunflower)다. 어원적으로 고대 그리스어 helios(태양 sun) 와 anthos(꽃, flower)에서 나온 말이다. Tuberosus는 tuber(혹, 툭 솟아 오른 곳, 둥근 돌기, hump)와 -osus는 명사의 형사형이다.


친구가 봉지 한 가득 가져온 토피남바스다. 


위에 있는 사진처럼 꽃의 색이나 모양을 보면 영락없이 해바라기꽃을 연상시킨다. 그리고 뿌리를 보면 여기저기 돌기된 혹이 나 있다. 몸통과 색깔은 감자를 속 빼 닮았다. 


리투아니아어로 또 다른 이름은 감자해바라기(bulvinė_saulėgrąža)다. 폴란드어로도 감자해바라기(słonecznik bulwiasty)다. 이는 학명인 헬리안투스 투베로수스와 관련이 있다. 

영어로는 예루살렘 아티초크(Jerusalem artichoke), 해뿌리(sunroot) 또는 땅사과(earth apple)다. 국제어 에스페란토로는 땅배(terpiro)다. 독일어와 러시아어로는 토피남부르(topinambur)다. 이는 브라질 연안 부족의 이름에서 유래된 것이다.

감자해바라기, 해뿌리, 땅사과, 땅배는 한국어로는 흔히 돼지감자로 알려져 있다. 이는 뚱딴지, 뚝감자를 말한다. 국화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식물이다. 원사지는 아메리카다,
  

이렇게 깨끗하게 씻어서 난생 처음 돼지감자를 먹어본다. 
맛이 참 오묘하다.
생감자 맛같기도 하고 
사근사근 씹히는 배 맛같기도 하고
싱싱한 찰진 과육의 사과 맛같기도 하다. 


아, 이래서 여러 언어로 이 식물을 땅사과, 땅배, 돼지감자로 불리는구나... "가난한 사람들의 감자"로 불리는 돼지감자는 이눌린 성분이 많아서 당뇨에 좋은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현지인 친구 덕분에 요즘 아침 식사 때 혹은 저녁 간식으로 돼지감자 하나씩 생으로 먹고 있다.
Posted by 초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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