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여행2019. 11. 19. 15:45

10월 하순 지중해 몰타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몰타에서 10일 동안 체류하면서 세 번 다녀온 곳이 있다. 바로 황금빛 모래사장으로 유명한 골든만(골든베이 Golden Bay) 일대다. 이곳에 처음으로 간 날은 여행 5일째다. 그런데 아침부터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진다. 여행 중 그것도 해외여행 중 만나는 폭우는 늘 반갑지가 않다.


첫 번째 방문 - 황금색 모래사장 골든만 Golden Bay
다행히 11시경 우리 숙소가 있는 세인트폴만 쪽은 날씨가 개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골든만 쪽은 여전히 구름이 잔뜩 끼어 있다. 해가 반짝이는 쪽이 뒤로 점점 멀어지니 앞에는 푸른 채소밭 시골 모습이 나타난다. 곧 이어 골든만에 도착한다. 눈앞에 펼쳐친 해변은 밝은 진흙색 멜리하 해변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몰타에서는 아주 폭이 넓은 황금빛 모래사장이다. 아, 왜 여기를 골든만이라고 부르는 지를 단번에 알게 된다.   


이렇게 흐린 날에도 바다에서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햇빛이 비치는 저 모래사장과 바닷물은 얼마나 아름다울 지 머리 속에 쉽게 그려진다. 


해수욕을 하고자 하는 일행을 모래사장에 남겨 두고 작은딸 요가일래와 둘이서 절벽 너머의 풍경이 궁굼해서 올라가보기로 한다. 도중에 서로 사진을 찍어 준다.


이 척박한 절벽에 향신료로 사용되는 고수를 만나니 신기하다.


골든만 왼쪽 언덕 위에 우뚝 솟아 있는 망루다. 1637년 세워진 아인투피하(아이 투피에하 Għajn Tuffieħa Tower 발음 ayn too-fee-ha)이다. 아인투피하는 몰타어로 '사과눈'이라는 뜻이다. 망루를 기점으로 오른쪽은 골든만(골든 베이)이고 왼쪽은 아인투피하만(아이 투피에하 베이 Għajn Tuffieħa Bay)이다. 


이 망루에서 왼쪽으로 내려다 보면 탄성을 자아내는 절경이 모습을 드러낸다. 바로 아인투피하만이다. 물이 얕은 해변이 길쭉하게 쭉 뻗어 있다.


뻥 뚫린 바위 사이로 파도 한 줄 없는 바다가 보인다. 깊이에 따라 달라지는 바닷물의 색깔이 매혹적이다. 당장이라도 내려가 유유자적(悠悠自適 ) 수영하고 싶다.    



그런데 우려했듯이 비가 방울방울 떨어지기 시작한다. 일행이 있는 골든만 해수욕장으로 돌아온다. 저쪽에서 먹구름이 다가오는 속도처럼 해수욕장에 모인 사람들도 돌아간다. 우리 가족은 골든만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 식당에서 자리를 잡는다.     


식구가 여럿이니 뭘 먹을 지를 놓고 늘 신경전이다. 두 명이 피자 하나를 시킨다. 종업원이 가져 오는 피자를 보니 혼자서도 다 먹을 수 있을 듯하다. 하지만 막상 둘이서 먹어도 남는다.


술은 그다지 먹지도 않고 좋아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이번 몰타 여행에서 맛본 몰타 맥주 시스크(Cisk)는 내 입맛에 딱 맞다. 알콜이 4.2%인 시스크 큰 잔 하나가 2.5유로다.  


다른 식구들은 몰타산 포도주를 주문한다. 포도 품종 쉬라즈(shiraz, 프랑스에서는 시라)로 만든 포도주다. Pjazza Regina Valletta 750ml 한 병이 11유로다. 쉬라즈 포도주는 단내가 나면서 색깔과 향이 진하다.


점심 식사 중 비가 그친다. 망루 너머에 또 다른 아름다운 해변이 있다고 말하자 아내와 큰딸이 꼭 가보자고 한다. 저만치 있는 먹구름이 곧 닥쳐올 비를 예보하는데도 말이다. 


비구름이 몰려오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풍화되고 있는 황토색 바위 위에 앉아서 사진 놀이를 한다. 뒷배경이 어떠하기에....


뒷배경은 아인투피하만(Għajn Tuffieħa Bay) 해수욕장이다. 리비라 해수욕장(리비에라 Riviera Beach)이라 불리기도 한다. 접근성으로 인해 골든만 해수욕장에 비해 사람들의 발길이 상대적으로 뜸하다. 아래 사진 오른쪽 산등성이 너머에 살짝 보이는 바다도 궁금하다.    


예상은 했지만 한순간에 바다 쪽에서 강풍을 동반한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걸음아 나 살려라 식으로 골든만에 있는 버스 정류장을 향해 달린다. 굵은 비가 주럭주럭 쏟아지는 정류장에서 30여분을 기다려도 버스가 오지 않는다[관련글: 몰타에서 버스타기 이야기]. 공유택시를 부르려고 하는 찰나에 버스가 온다. 숙소까지 오는 데 20여분이 걸린다. 그 사이에 구름이 걷히고 있다.  


붉게 타오르는 저녁 노을이다. 저 노을을 골든만 황금색 모래사장에서 봤어야 했는데... 아쉽고 아쉽다. 날씨가 얄밉고 얄밉구나... ㅎㅎㅎ


두 번째 방문 - 비취색 아인투피하만과 즈네이나만 Għajn Tuffieħa Bay & Ġnejna Bay
다음날 아침부터 해가 쨍쨍하다. 골든만 맞은편에 있는 아인투피하만 해수욕장에 가보고자 9시에 숙소를 나선다. 버스에서 내려 해수욕장으로 향한다. 오른쪽은 햇빛이 쨍쨍 비추고 왼쪽 하늘 저쪽은 먹구름이 진을 치고 있다. 아쉽게도 반짝이는 해는 곧 먹구름에게 잡아먹히고 만다.


아인투피하 해수욕장에 닿기 위해서는 계단 200개를 밟고 내려가야 한다. 초록색 산 경사, 평평한 바윗덩어리, 황금색 모래사장과 비취색 바다가 신비감을 자아내는 절경을 이루고 있다.   



저쪽 바위산 끝자락은 호랑이띠 내 눈에는 호랑이로 보인다. 고개를 들고 누워 있는 호랑이 형상이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 ㅎㅎㅎ 


해수욕장 옆에 있는 커피숍 싱기타(Singita)의 환영안내판 문구들이 발길을 멈추게 한다. 
당신은 지금 손대지 않은 자연이 있는 순수하고 천연적인 땅으로 들어가고 있어요. 
바다가 당신을 자유롭게 하게 하세요.
행복을 호흡하세요. 
자유를 호흡하세요.
당신 마음 외에 아무것도 여기에 남겨 두지 마세요. 


아직 비가 오지 않는다. 우리 일행은 다 함께 바닷속으로 들어간다. 10월 하순 하늘이 흐려도 수영하기엔 바닷물이 차지가 않다. 바닷물은 짜다. 하지만 해수욕 후 수건으로 몸만 닦고 옷을 입어도 짠내를 느끼지 못 한다.


비가 방울방울 떨어지기 시작한다. 커피숍으로 이동해 비를 피해 본다. 히지만 지붕은 대나무로 차양막은 줄로 듬성듬성 엮어져 있다. 빗방울이 틈새로 떨어지고 바람에 날려 들어온다. 

     
비가 조금 그치자 나는 홀로 저 언덕 너머에 있는 세 번째 만인 즈네이나만(Ġnejna [dʒˈnɛjna] Bay)을 구경하기 위해 해변을 따라간다. 그런데 여긴 점토가 해변 절벽을 이룬다. 마른 날이면 기어 올라가 지름길로 갈 수 있을텐데 말이다. 


해변따라 이어지는 점토 절벽이다.  


찰흙이 달라붙은 신발이 무거워 힘겹게 언덕 위로 올라간다. 왼쪽에 골든만 호텔과 아인투피하만이 보인다. 


아래가 바로 즈네이나만을 이루는 점토 절벽이다. 이 만은 온통 점토로 둘러싸여 있다.


바취색 바다에 조금씩 퍼져가는 하얀색의 정체는 무엇일까?  


바로 비가 골을 만들어 점토를 쓸고 가서 만들어내는 색깔이다. 얼핏보면 하얀 구름이 바닷물에 투영된 듯하다. 바람이 억세게 분다. 사방천지에 혼자다. 저 가파른 찰흙 미끄럼틀로 발을 헛딛을까해서 공포감이 나를 사로잡는다. 



이제 신발은 천근만근이 되어 발걸음을 옮기기조차 힘들다. 미끄러져 손을 땅바닥에 대자 마치 페이트통 안으로 손을 닿은 듯하다. 손에도 찰흙이 듬뿍 묻는다. 


아인투피하 해수욕장으로 내려오니 굵은 비가 쏟아진다. 모래사장에 놀던 아이들도 비를 피해 어디론가 벌써 떠났다.


굵은 비에 커피숍 지붕은 속수무책이다.


결국 우리 가족은 이날 변화무쌍하는 날씨의 피해자가 된다. 숙소로 돌아오는 공유택시에서 덜덜 떨면서 그래도 아름다운 아인투피하만에서 해수욕을 한 것에 모두들 즐겨워한다. 200계단 문구가 기억에 남는다. "계단 전체를 볼 필요가 없다. 그냥 첫 발을 내딛어라."  


세 번째 방문 - 황금빛 일몰 골든만 / 골든 베이 
몰타섬에 와서 골든만 일몰을 보지 않으면 참으로 아쉬울 듯하다. 기회가 왔다. 몰타 여행 마지막 전날 하루 종일 맑은 날이다. 오전에는 코미노섬을 다녀오고 해질 무렵 골든만을 다시 찾는다. 조금 쌀쌀한 날씨인데도 일광욕과 해수욕을 번갈아 즐기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다. 


일몰 직전이다. 황금빛 모래사장이 일몰 햇빛을 받아 더 진한 황금빛을 발하고 있다.


골든만 저쪽으로 해가 떨어진다. 황금빛 모래사장에서 바라본 일몰은 다음날 므디나에서 맞이한 일출과 더불어 몰타 가족여행의 백미 중 하나다.  



일몰과 작별하자 하늘에는 어느새 달이 밤길을 밝혀 준다. 달 아래 있는 작은 별이 궁금하다. 페이스북 친구이자 천문학자에 의하면 이 별은 이날 달에 아주 가까이에 위치한 목성이다.


이렇게 세 번 방문을 통해 몰타에서 경관이 아주 빼어난 곳을 둘러 보았다. 골든만, 아인투피하만 그리고 즈네이나만은 한 묶음이다. 3욕 즉 해수욕과 일광욕 그리고 도보욕(하이킹 또는 트레킹)을 한꺼번에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꼭 가볼만한 곳이다. 



먼저 도보욕을 즐기고자 하는 사람은 리비라 버스정류장(Riviera Stop 구글지도 위치)에서 내린다. 앞으로 쭉 가서 계단으로 내려가지 말고 먼저 산길을 따라 즈네이나만으로 간다. 이곳에서 점토 절벽과 해변을 구경한 후 아인투피하 해수욕장으로 온다. 이어서 절벽 위 길을 따라 골드만 해수욕장을 구경한다. 가기 전에 꼭 담력을 키우기 바란다. 절벽이 그야말로 아찔하다.

이상은 초유스 몰타 가족여행기 9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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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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