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19. 5. 7. 04:35

모처럼 아내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음악학교에서 피아노를 가르치고 있는 아내가 자기에 딱 맞는 빌뉴스 도심 안내 여행 (가이드 투어) 광고를 지난 토요일 봤다. 안내 여행의 주제는 바로 스타니스와프 몬뉴슈코(Stanisław_Moniuszko)였다. 그는 벨라루스, 러시아, 폴란드와 깊은 관련이 있는 작곡가이자 지휘자다. 탄생 200주년을 맞이한 문화 행사가 빌뉴스에서 열렸다. 유료 안내 여행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올까 궁금했다. 생각보다 많이 와서 단체 둘로 나눴다. 스타니스와프 몬뉴슈코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쓰고자 한다. 


2시간에 걸친 도보 안내 여행을 마치고 도미니코나이 거리를 따라 리투아니아, 벨라루스, 폴란드 합창단의 몬뉴슈코 음악 공연이 열리는 빌뉴스대학교 요한 성당으로 향했다.



길을 가다가 리투아니아인 아내가 말했다.

"여보 저기 봐!"

"뭐가 있는데?"

"바로 한글이 있어!!!!"



한국인 나보다 한글에 눈이 더 밝은 아내...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라는 것이 그냥 생긴 말이 아니구나.... ㅎㅎㅎ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정말로 진열창에 아주 선명하고 큼직한 한글이 적혀져 있었다.



가게 간판에서 한국어나 한글 표기가 영어나 로마자로 대체되는 시대에서 이렇게 유럽의 변방이라고 할 수 있는 빌뉴스 거리에서 선명한 한글 표기를 진열창에서 보게 되다니 잔잔한 감동이 마음 속에 일어났다. 

 


내 머릿속에는 비현실적 과장 글귀가 냄돌았다 - "한글은 한국이 아니라 외국이 지킨다". 다음 학기빌뉴스대학교 한국어 강의 첫 수업은 이렇게 시작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분이 한국어를 배우면 대학교 오는 길에 있는 도미니코나이 거리 가게 진열장에 써진 이상한 문자를 읽을 수가 있어요." 그런데 이 문자가 다 영어 단어의 한글 표기다. "영어를 한글로 씁시다"라는 주장하는 사람도 있거나 나올 수도 있겠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