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모음2008. 10. 16. 05:59

가을이 되면 늘 생각나는 과일이 하나 있다. 바로 감홍시이다. 어린 시절 시골 뒷밭에 감나무 여러 그루 자랐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얼른 뒷밭 감나무로 가서 나뭇잎 사이로 홍시를 찾아 따먹곤 했다.

언젠가 집에 돌아오니 부모님은 들에 일을 가고 혼자 집에 남았다. 뒷밭 감나무에 홍시를 발견하고 따기 위해 감나무를 올라갔다. 나무 오르기를 원숭이처럼 한다는 소문이 날 정도로 나무 타기에 익숙했던 나이지만 이날은 실패했다.

키보다 높은 곳에서 감나무 기둥이 큰 가지로 두 개 나눠져 있었다. 이 큰 가지 두 개 사이로 그만 넓적다리가 끼기게 되었다. 아무리 다리를 뺄려고 해도 뺄 수가 없었다. 지금이야 주머니 속에서 휴대폰을 꺼내 긴급구조를 요청할 수 있겠지만, 그때야 들에 간 부모님이 빨기 돌아오기만을 고대할 수 밖에 없었다.

눈 앞에 아른거리는 감홍시를 포기하면서 마냥 기다렸다. 시간이 한 참 흐른 뒤 저 멀리 길에서 우리집으로 오는 사람이 있었다. 큰집에 살고 계시던 할머니가 오셨다. 할머니 도움으로 겨우 다리를 빼낼 수 있었다. 후덜후덜 거리는 다리로 그날은 감홍시를 따먹지 못했다.
 
그래서 가을이 되면 홍시와 할머니가 늘 생각난다. 리투아니아에선 주로 스페인에서 수입한 단감을 살 수 있다. 어찌 이 단감으로 한국에서 먹던 그 달콤한 홍시에 대한 그리움을 달랠 수 있으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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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의 홍시에 반한 리투아니아인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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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 한 시골에서 파는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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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 한 시골에서 곶감을 만들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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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투아니아 가게에서 팔고 있는 스페인 감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