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18. 12. 10. 08:01

해외에서 생활하는 한국인들의 생활 필수품 하나가 밥솥이다. 우리 집도 2011년에 구입한 압력밥솥을 사용하고 있다. 아내가 현지인지만 우리 가족은 감자보다 밥을 더 자주 해먹는다. 우리 집의 영향으로 가까운 친척들도 거의 다 압력밥솥이 있다. 

지난 11월 중순 한국에 잠시 머물고 있는데 아내가 부탁을 하나 했다. 장모님이 사용하고 있는 압력밥솥의 고무 패킹이 다 닳은 듯하니 한국에서 구할 수 있으면 구해 오라고 했다. 압력밥솥을 수년간 사용하고 있지만 고무 패킹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역시 살림에는 문외한이다. 옆에 있는 한국 친척에게 물었다.


"오래 된 압력밥솥 고무 패킹을 구할 수 있을까?"
"대리점이나 상점에 가면 쉽게 사. 모델명을 알아야 돼."
"정말 쉽게 구할 수 있단 말이지."
"물론이지. 고무 패킹은 자주 교체해야 하는 소모품이야."
"2011년에 구입한 후 지금껏 한 번도 교체하지 않았어. 고무 패킹이 교체하는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못 해봤어."
"한국에서는 보통 6개월이나 1년만에 교체해."

장모님 집과 우리 집 압력밥솥 모델명을 알려 주니 친척이 그 다음날 바로 구입해 주었다. 빌뉴스 집으로 돌아온 후 곧장 고무 패킹을 확인해 보았다. 7년을 사용했으니 고무 패킹이 닳기도 했고 색깔까지 변했다. 이걸 모르고 살았다니 참으로 한심했구나. 그리고 보니 그 동안 밥을 해도 밥맛이 예전같지가 않았고 특히 보온으로 보관한 밥이 말라서 마치 고두밥을 먹는 듯했다. 이는 결국 고무 패킹 때문이었구나. 


교체 하기가 어려울 듯했지만 기존 고무 패킹을 잡아 당기니 쉽게 빠져 나왔고 패인 부분에 맞춰 새 고무 패킹을 손가락으로 눌러 끼워 넣으니 쉽게 쏙 들어갔다.


궁금해서 교체하자마자 밥을 지어 봤다. 역시 예상한 대로 밥맛이 정말 달랐다. 쌀은 스페인산이었다. 전보다 훨씬 윤기가 나고 찰지고 맛있었다. 이번에 한국에서 가져온 김치에 이 밥 한 공기만으로도 충분했다. 보온한 밥도 별다른 차이 없이 다음 날도 먹을만 했다.   


이럴 줄 알았지만 다음을 위해 여러 개를 더 사가지고 올 것을 또한 친척들이 가지고 있는 압력밥솥 모델을 다 물어보고 사가지고 올 것을 후회가 되었다. 한편 다음에 한국에 갈 때 구입할 좋은 선물 품목을 알게 된 것에 일단 만족해야겠다. 나처럼 살림에 문외한 해외생활자는 한국에 가면 고무 패킹을 구입해 교체해 보길 권한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