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 7대 교서 에스페란토 번역과 에스페란토에서 여러 언어로의 번역을 진행하는 것 외에 에스페란토 국제선방과 세계에스페란토대회 원불교 분과모임에서 원무로서 역할을 해왔다. 에스페란토 국제선방은 2006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으며 보통 국내외 참가자가 30-70명이다. 서울에서 열리는 102차 세계에스페란토대회를 계기로 올 여름 13차 국제선방에는 세계 20여 개국에서 120여 명이 참가했다. 국제선방에 필요한 50-60쪽 책자를 처음부터 지금까지 편집해오고 있으며 또한 기회 있을 때마다 참가해 원불교 교리 등을 알렸다. 

세계에스페란토대회는 매년 60여개국에서 에스페란토 사용자 2000여명이 참가하는 국제행사다. 원불교 에스페란토회는 내가 살고 있는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2005년 열린 세계대회에서 처음으로 분과모임을 가졌다. 지금껏 11년째 꾸준히 이 모임을 해옴으로써 세계 에스페란토계에 원불교를 널리 알리고 있다. 행사에 필요한 안내지와 홍보 동영상 등을 편집하는 것이 내 몫이고 때로는 사회를 보거나 교리강연을 한다. 

* 1988년 교서 번역 당시의 작업 모습
* 2016년 교서 번역 당시의 작업 모습

그 동안 수십 편의 종법사 법문을 에스페란토로 번역했고 〈원불교신문〉 교리로 배우는 외국어 에스페란토란을 2009년부터 9년째 해오고 있다. 교서 번역 등으로 미뤄왔던 좌산상사의 〈정전 좌선의 방법 해설〉 책을 에스페란토로 완역해서 현재 컴퓨터 편집 중이다. 앞으로 에스페란토 국제선방에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우선 내년 상반기까지 〈대산종사법어〉를 에스페란토로 완역하는 일이다. 오래전에 여러 언어로 번역이 완료되었지만 아직 책으로 발간되지 못한 〈정전〉을편집해 세상에 내놓은 일도 중요하다. 이 일을 다 끝내면 정리해오고 있는 원불교 용어 에스페란토 단어집을 만들어 앞으로 글을 쓰거나 번역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한다. 좀 더 욕심을 낸다면 좌산상사의 〈마음수업〉 책도 번역하고 싶다. 

지난 30여 년의 교서 번역을 되돌아보면 번역이 내 신앙이요 수행이었다. 즐겁고 보람찬 세월이었다. 단어 하나, 문장 하나를 두고 서너 시간 혹은 하루 내내 기쁘게 고민한 적도 있었다. 인터넷 시대가 와서 보다 더 쉽게 검색하고 연마할 수 있었다. 언어적으로 뛰어난 사람들에게 번역을 부탁했는데 "어떤 종교도 세상에 확산되는 것에 관여하고 싶지 않다"고 단번에 거절하는 사람도 몇몇 있었다. 직접 번역하고 컴퓨터 책 편집까지 하니 일처리가 빠르고 수월했다. 이제 눈도 침침해지고 건강도 예전 같지 않다. 50대 중반 나이에 7대 교서 번역을 끝낸 것이 무척 다행스럽다. 

교서를 번역할 때마다 의문되는 사항 하나하나 자상히 답해주신 좌산상사님의 지도와 보살핌에 이 자리를 빌어서 거듭 감사를 드린다. 번역 작업에 힘들거나 지칠 때 꿈에 나타나서 격려해주시면 새로운 힘을 얻어 나아갈 수 있었다. 2012년 여름 10일간 좌산상사님과 함께 에스페란토의 발생지인 바르샤바와 비아위스토크를 둘러보고 리투아니아 빌뉴스 우리 집에 모시게 된 것은 우리 가족에겐 큰 기쁨이었다. 2015년 4월 상사님으로부터 붕산(鵬山)이라는 법호를 받았다.

7대 교서 번역은 고정적인 직업이 없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직장에 매여 있으면 아무래도 번역에 필요한 많은 시간을 낼 수 없었을 것이다. 이상하리만큼 생계를 꾸리는데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았다. 적은 것에 만족한 탓일까 아니면 천록이 나오는 탓일까. 때로는 해외통신원으로, 자유기고가로, 비디오저널리스트로 생계를 해결했다. 여러 해 전부터 여름엔 관광안내사로 일하고, 겨울엔 빌뉴스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발트 3국을 여행하는 원불교 교도들을 종종 만날 때도 있다. 이제 생활 속에서 적공을 쌓고 틈나는 대로 세상을 돌아다니면서 원불교를 알리려고 한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