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기85년(2000년) 4월12일 처음 원무 사령장을 받았다. 현재 유럽 리투아니아에서 살면서 국제어 에스페란토를 통한 해외교화와 정역사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앞에는 넓은 들과 푸른 동해, 뒤에는 높은 산, 옆에는 맑은 강이 그림처럼 어울려진 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초등학교 5년 대구로 전학한 후 대한불교 진각종 종립학교인 중학교에 들어갔다. 일주일에 한 번 열리는 '심학' 수업에 교리를 배우고 선을 하는 데 참 재미있고 즐거웠다. 

고등학교에 진학하자 스스로 신앙처를 찾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종종 주말에 진각종 심인당이나 천도교 교당을 찾아가곤 했지만 갈 때마다 문이 닫혀 있었다. 문을 두드리고 들어가 관심이 있어서 왔다고 말하기엔 용기가 부족했다. 잠시 문 앞에서 서성거리다 돌아오곤 했다. 기회는 전혀 기대하지 않은 곳에서 나타났다. 

고등학교 2학년 때인 원기64년(1979) 5월 중간고사가 끝나는 날이었다. 같은 교실에서 본 마지막 시험이 끝나자 3학년 선배 몇 명이 2학년생들에게 원불교에 한번 같이 가볼 것을 권했다. 서성로교당이었다. 시험이 끝나 홀가분했고 한국인이 세운 종교라는 짧은 설명에 흔쾌히 따라 갔다. 이렇게 처음 접한 원불교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낯설지가 않았다. 특히 하얀 벽에 걸린 검은 일원상이 그 어떤 신앙 대상의 형상보다 성스럽게 다가왔다. 

그해 7월 대구교구 대법회 시 대산종법사가 서성로교당에 들렀다. 막 입교한 학생 교도로 멀리서나마 종법사님을 뵐 수 있는 것은 큰 행운이었다. 학생회 법회가 열리는 토요일이 몹시 기다려졌다. 학교 시험이 끝나면 한동안 책 읽기를 즐겨했다. 이제는 그 책이 위인전이나 문학소설에서 교전, 교서, 선진열전 등 원불교 서적으로 바꿔졌다. 학교 친구들에게 누구나 쉽게 공감하는 〈대종경〉 내용들을 전해준 기억도 새록새록 난다. 고등학교 3학년생이 되면 보통 대학 입시 준비로 법회에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시기일수록 더욱 법회에 나가 힘을 얻는 것이 필요하다고 굳게 믿었다. 학생회를 이끌어가는 후배들에게 눈치가 보였지만 열성적으로 토요일 법회에 나갔다. 학력고사에서 예상보다 좀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고3임에도 열심히 법회에 나간 덕분이 아닐까. 점수는 전국 명문 대학들의 웬만한 학과는 다 갈 수 있을 정도였다.

*1986년 에스페란토 원불교안내서 발행 기념

이맘때인 1981년 2월 16일자 〈원불교 신문〉(당시 원불교신보)에 교리를 에스페란토로 번역해 해외교화에 기여하고 있다는 종로교당 청년회의 활동 기사를 읽었다. 무슨 마력에 끌린 듯 '에스페란토'와 '종로교당'이 뇌리에 각인되었다. 서울에 가면 종로교당을 다녀 에스페란토를 배워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결국 이 기사는 장차 고등고시에 합격해 국가와 사회에 기여해보겠다는 큰 꿈을 안고 서울로 향한 지방 청년을 전혀 엉뚱한 인생길로 안내하고 말았다. 종로교당에 다니자마자 에스페란토에 입문했다. 고시 공부에 치우친 단조로운 대학 생활에 에스페란토 학습과 청년회 활동은 좋은 활력소가 되었다. 세상 사람들을 분열시키는 원인이 언어와 종교라는 인식의 토대 하에 공통 언어로 그 분열과 분쟁을 없애고 인류가 한 가족임을 확신시키고 나아가 모든 민족 간 상호이해와 세계평화를 이루기 위해 에스페란토를 세상에 내놓은 자멘호프 박사의 숭고한 뜻에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이러한 언어로 새 시대 주세성자인 소태산 대종사의 가르침을 세계만방에 널리 전하는 데 기여해야겠다는 뜻을 세웠다. 고시를 준비하는 가운데에서도 거의 모든 에스페란토 합숙에 참가해 언어능력을 향상시켰고 또한 외국인들과의 서신교환을 통해 에스페란토와 호흡을 같이 해왔다. 신앙생활에도 추호도 갈등이 없었다. 종로교당 청년회를 다니면서 김이현·이광정·김법종·이혜정 교무님을 맞이했다.

* 출처: 원불교신문 http://www.wo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8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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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