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모음2008. 10. 8. 10:52

조은미님의 글 [진중권 "전여옥 역겹다, 최진실법 걸리나?"]를 읽으면서 한 구절이 순간적으로 마음에 걸렸다.

인용글:
- 한나라당이 이번 국회에서 '최진실법'뿐만 아니라 인터넷 실명제도 추진할 거란다. 포털뿐만 아니라 하루 10만 명 이상 방문하는 사이트에도 실명제를 확대해서, 결국 주민등록번호를 쳐야만 댓글을 달 수 있게 한다는데?
 
"주민등록번호도 우리나라에만 있는 거다. 그걸 등록한다는 건 북한 오호담당제보다 더한 거다. 가장 중요한 건 '인터넷 본질이 뭐냐?'다. 그건 바로 개방성, 익명성이다. 최근 국회입법조사처도 인터넷 실명제 효과에 대해 부정적인 조사 결과를 내놨다. 그런데 그걸 왜 하려 드나?......"

바로 위 질문을 도외시한 상태에서 "주민등록번호도 우리나라에만 있는 거다"라는 구절을 읽는다면 "한국에만 주민등록번호가 있다"라는 말로 이해할 수 있다. 리투아니아에도 우리나라의 주민등록번호에 해당하는 개인번호가 있다. 그러니 한국에만 있다는 말은 틀린 말이 된다. 유럽연합에 가입한 직후로 이 번호가 없으면 은행계좌을 개설할 수가 없다. 우체국에서 소포를 받을 때에도 이 번호를 기재해야 한다. 공적인 문서를 작성할 때도 이 번호를 기재해야 한다.

하지만 질문과 답을 숙지하면 내용은 이렇다. 방문하는 사이트에 주민등록번호를 등록하는 것은 한국 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말일까? 궁금했다. 그래서 한국 신문 사이트인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회원가입을 시도해보았다. 정말이다. 바로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기재하라고 한다. 그리고 밑에는 3년 이하의 징역과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는 무서운 경고 글귀가 있다.

그럼, 리투아니아 신문 사이트 회원 가입은 어떨까? "Respublika"(공화국)과 "Kauno diena"(카우나스 하루) 두 신문 사이트에 회원등록을 시도해보았다. 둘 다 리투아니아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지 않는다. 요구하는 것은 이름, 거주도시, 전자우편 주소, 그리고 비밀번호와 재확인이 전부이다. 한국 사이트에 가입하려면 반드시 우편번호 확인을 통한 주소 등 기재해야 할 칸이 너무 많다. 그래서 어떤 경우엔 하고 싶어도 중도에 포기해버린다.

요즈음 한국 정부는 개방성이 최고의 장점인 인터넷을 점점 폐쇄적으로 몰아가고 있다. 댓글에까지 주민등록번호를 기재하도록 하겠다는 것은 참으로 조롱거리밖에 되지 않는다. 강물처럼 나쁜 댓글과 좋은 댓글이 서로 얽혀 스스로 정화되는 것이 이치 아닌가? 비 오는 날 흙탕물이 생기기 마련인데 그 흙탕물이 맑은 강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억지로 막을 수는 없지 않는가? 한나라당은 꼭 이 흙탕물을 막을 궁리만 하는 것 같아 측은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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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일보: 주민등록번호 실명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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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앙일보 주민등록번호 실명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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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투아니아 신문 "Kauno diena" 주민등록번호 없이 이름, 전자우편 주소, 비밀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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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투아니아 신문 "Respublika" 주민등록번호 없이 이름, 거주도시, 전자우편 주소 기재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