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15. 2. 11. 06:33

리투아니아 학교는 시도 때도 없이 시험이 있다. 중간고사나 기말고사가 따로 없다. 과목 선생님이 원하는 시간에 시험을 치른다.

좋은 점은 있다. 벼락치기 공부가 없다는 것이다. 그때그때 배운 바를 확인한다. 시험범위가 좁으니 아이들에게 부담이 덜하다. 부담없는(?) 시험이 학교 생활의 일상인 셈이다.       

학업에 대한 평가에는 크게 상대평가와 절대평가가 있다. 상대평가는 학생의 학업성취도를 그가 속한 반(집단)의 결과에 비추어 상대적으로 평가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면 1개 학급에서 수 10%, 우 20%, 미 40%, 양 20%, 가 10%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이에 반해 절대평가는 집단의 결과는 달리 학생 개개인이 설정한 목표에 어느 정도를 달성했는 지를 평가하는 방법이다. 이에 따르면 학생 모두가 '수'를 받을 수 있다. 

리투아니아 학교는 상대평가제를 취하고 있다. 자녀의 학업성적 확인은 인터넷을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7학년생(중학교 1학년생)인 딸아이의 학급의 1학기 종합성적을 살펴보자.


'수'에 해당하는 전과목 평균 9점 이상 학생수는 29명 중 13명이다. '우'에 해당하는 8점 이상 학생수는 8명이다. 이 둘을 합치면 21명이다. 2/3가 학업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다. 


2월부터는 2학기이다. 지금껏 종합성적에서 9점 이상 학생수는 10명이다.     
   


1학기보다 성적이 다섯 단계나 뛰어올랐다. 부모로서 기분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내일은 시험이 없나?"
"물리 시험이 있어."
"너는 물리가 좀 약하잖아."
"하지만 이번에는 모든 것이 쉽게 이해돼."
"만점 받으면 아빠가 돈을 줄게."
"싫어."
"왜?"
"내가 돈이 아니라 나를 위해서 공부하잖아. 내가 잘 알기 위해서 공부하는 것이니까."
"아빠가 어렸을 때 100점 맞은 시험지를 보여주면 할아버지가 과자 사먹으라고 돈을 주었지. 돈 받는 재미가 솔솔했지. ㅎㅎㅎ"
"난 돈 필요 없어."
"그래 너 말이 맞다. 돈 받으러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너를 위해 지식을 얻는 것이니까 열심히 해라. 약한 물리에서 만점을 받아 네 평균점수가 올라가면 참 좋겠다. 이대로 쭉 가면 최고로 좋은 고등학교에서도 갈 수 있겠다."
"싫어."
"왜?"
"그긴 경쟁이 너무 심해."
"그래도 가면 좋지 않을까? 좋은 대학교에 갈 가능성이 높잖아."
"알았어. 재미있게 공부해볼게."

잠들기 전 딸아이는 인사하면서 덧붙였다.
"오늘 아빠와 얘기를 많이 해서 참 좋았다."

Posted by 초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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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다크

    도덕교과서에 나올법한 부녀간의 대화네요 ㅎㅎ
    놀랍습니다
    많은 걸 생각하게 하네요
    좋은 글 잘봤습니다.^^

    2015.02.12 16:54 [ ADDR : EDIT/ DEL : REPLY ]
  2. 캬..착하네요.,

    2015.02.12 22:5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지나가다

    ㅎ 애가 부모님보다 낫네요.
    부럽습니다. 우리딸도 좀더 크면 저런 대사를 할수 있을까 싶네요. ^^

    2015.02.13 15:17 [ ADDR : EDIT/ DEL : REPLY ]
  4. 초유스님 따님이 유난히 생각이 바른걸까요, 한국 사회가 그렇게 만들어 가는 걸까요? 공부=경쟁=의무 로 생각하고 배워가는 우리네 학생들이 좀더 깊게 사고하고 행동하면 좋으련만...
    제동생에게도 저에게 싫은 일은 대가성을 바라고 행하는 모습이 씁쓸하더라구요^^

    2015.03.07 02:3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경쟁하지 않는 공부... 인생살이에 도움 되는 공부... 자발적인 공부...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것이죠...

      2015.03.07 17:28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