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모음2014. 11. 10. 09:24

10월 23일과 24일 가족과 함께 바로셀로나를 방문했다. 바로셀로나는 스페인 카탈루냐주의 수도이다. 마드리드에 이어 스페인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이다. 피카소, 가우디 등 많은 예술가를 배출한 도시로 유명하고, 지중해와 연해 있고, 연중 내내 관광객들이 찾아온다. 

이날 카탈루냐 광장을 시작으로 고딕 건물이 즐비한 좁은 골목길을 따라 1888년 바르셀로나 세계박람회 출입문 개선문, 1882년 착공해 아직도 짓고 있는 사그라다 파밀리아(성가족 성당), 여전히 해수욕과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로 붐비는 해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를 기리는 60미터 높이의 기념탑 등을 구경하면서 아침부터 오후 늦게까지 시내 중심가를 도보로 걸어다녔다.

이번 방문에서 무엇보다도 인상 깊게 다가온 것은 바로 건물 외벽에 수없이 걸려있는 카탈루냐 깃발이었다. 곧 있을 스페인으로부터 독립을 묻는 주민투표를 향한 이들의 열기를 쉽게 느낄 수 있었다. 


이 체감의 절정은 카탈루냐주 해군 사령부(Sector Naval de Cataluna) 건물에서 일어났다. 사령부 건물 옥상에는 스페인 국기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한 관광객이 이 건물을 사진 찍는 모습이 시선을 끌었다.

'혹시 저 사람이 마지막 역사적 장면을 찍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정말 카탈루냐가 독립한다면 옥상에는 지금의 스페인 국기 대신에 카탈루냐 국기가 달릴 것이기 때문이다.



어제 11월 9일 스페인 중앙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카탈루냐주는 비공식 분리독립에 대한 주민투표를 실시했다. 카탈루냐는 1714년 스페인에 병합되었지만, 역사, 문화, 언어가 스페인과 달라서 줄곧 독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져왔다.

주민투표의 질문은 두 가지였다. 
1. 카탈루냐가 국가가 되기를 원하는가?
2. 그 국가가 독립적이길 원하는가?
총 2,043,226명이 투표에 참가해 1,649,239(80.7%)명이 두 질문에 "예"라고 답했다. 단지 4.5%만이 질문 두 가지에 "아니오"라고 답했다. 

위와 같이 절대적으로 카탈루냐는 독립국이 되고자 하지만, 스페인 중앙정부의 반대가 워낙 확고하고, 또한 이해관계로 스페인 중앙정부를 지지하는 외국과 국제기구들로 인해 과연 카탈루냐가 진정한 독립국가를 이루어낼 지는 미지수이다.


신대륙을 가르키는 콜럼버스의 저 손가락 언어가 "카탈루냐는 스페인에 계속 남아있어야 돼!" 혹은 "그래, 카탈루냐는 독립해야 돼" 중 어느 것으로 최종 해석될 지 궁금하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