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20. 5. 8. 18:54

유럽 도심 공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새는 참새, 비둘기, 찌르레기, 까마귀, 박새 등이다. 도시를 벗어나 지방도로를 따라 가다보면 민가 뜰이나 가까이에 커다란 둥지가 드물지 않게 눈에 띈다. 초원이나 들판이 많아 환경이 청정한 지역에는 훨씬 자주 눈에 띈다. 

이 둥지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황새이다. 홍부리황새, 흰황새 또는 유럽황새라 불린다. 부리와 다리는 붉은색. 깃털은 하얀색 그리고 날개 부분은 검은색을 띠고 있다. 주로 동유럽과 발트 3국 등에서 살다가 늦은 여름 무리 지어 아프리카로 떠난다. 사하라 이남부터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겨울을 보낸다. 장거리를 이동하는 철새다.   


발트 3국은 보통 3월 춘분을 기점으로 해서 황새들이 돌아온다. 2월 초순에 돌아오는 황새들도 있는데 이들은 꽃샘추위를 감수해야 한다.     


황새는 부부가 나무줄기를 차곡차곡 쌓아서 커다란 둥지를 만든다. 이 둥지를 여러 해 동안 사용한다. 보통 알 4개를 낳는다. 부부가 번갈아 33일 동안 알을 품어 부화시킨다. 

황새는 유럽인들에게 길조다. 풍작, 다산, 재산축적 등을 상징하는 황새는 화재나 벼락 등 온갖 재난으로부터 보호해 준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기 집 뜰 나무나 지붕 위에 황새가 둥지를 틀길 바란다. 뜰에 있는 고목의 윗부분을 자르거나 기둥을 높이 세워서 황새가 쉽게 둥지를 틀 수 있도록 배려한다.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민가 주변 전봇대 꼭대기에 있는 둥지도 흔히 만난다. 자칫하면 감전사를 당할 수 있으므로 전봇대 꼭대기에 철막대기를 세워 놓는다. 인간과 자연의 상생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한다.


올해 새로운 둥지를 만들고 있는 황새가 카메라 찰칵찰칵 소리에 자세를 취해 주고 있다.  


참새, 비둘기, 방울새가 카메라 찰칵찰칵 소리에 훨 날아가는데 황새는 땅으로 숙인 머리만 위로 세운다. 황새는 몸집이 크다. 부리끝에서 꼬리끝까지 길이는 보통 100-115cm이고 날개 길이는 155-215cm이다. 이런 이유로 유럽 아이들이 쉽게 믿는 이야기가 있다.

"엄마 나 어떻게 태어났어?"
"저기 있는 황새가 물어다 주었지." 


황새는 특히 막 갈고 있는 밭에서 먹이찾기를 좋아한다. 땅속에 있는 벌레들이 자연스럽게 노출되어 쉽게 먹이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 이제 황새로 어떻게 점을 칠까?
올해 처음으로 목격한 황새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느냐에 따라 올해 운세가 점쳐진다.


황새가 날아가고 있으면
일년 내내 좋을 것이다. 성공할 것이다. 일거리가 많을 것이다.
처녀면 시집을 갈 것이고 총각이면 장가를 갈 것이다.
학생이면 다음 학년으로 진급할 것이다.
누구든 집을 떠나 어디론가 여행할 것이다. 


황새가 서 있거나 앉아 있으면
올해 별다른 변화 없이 살아갈 것이다. 
처녀면 시집을 안 가고 부모 곁에 여전히 살 것이다.
학생이면 진급하지 못하고 유급할 것이다.   
누구든 올해는 그냥 집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   


각자의 처한 상황에 따라 처음으로 목격한 황새에 따라 올해의 운세를 예견해볼 수 있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이런 믿음에 충실하다. 올해 처음 본 황새가 서 있는 황새라 리투아니아인 아내가 단념하듯이 말한다.

"올해 해외여행 꿈은 이제 접고 그냥 집에나 있어야겠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