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20. 5. 15. 17:42

며칠 전 리투아니아 빌뉴스 개디미나스 대로를 지나는데 우연히 행인들의 대화를 듣게 되었다. 한 가족이 거리에서 지인과 마주춰서 인사를 나눴다. 이들이 만난 곳은 은행 앞에 있는 횡단보도 부근 자전거로였다.    

"너, 은행 앞에서 왜 마스크를 쓰고 있어?"
"너도 알면서..."


물론 농담이지만 이 대화에서 마스크에 대한 유럽 사람들의 일반적인 관념을 엿볼 수 있다. 마스크는 유럽 사람들에게 무엇보다도 먼저 은행강도나 테러범들이 자신의 얼굴을 감추기 위해 쓰는 복면을 떠올리게 한다.

이런 까닭에 대체로 유럽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고 있는 사람을 위협적인 사람으로 간주한다. 실제로 유럽 여러 국가는 공공장소에서 얼굴을 가리는 복장을 한 사람에게 벌금을 부과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겨울철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는 날도 있어서 방한용 마스크는 식구별로 하나쯤 집에 있을 법한데 그렇지가 않다. 지금껏 유럽에 30여년을 살면서 방한용 마스크를 한 유럽 사람을 만난 기억이 없다. 목도리가 있어서 그럴 수 있겠지만 이 또한 마스크에 대한 부정적인 관념이 만들어낸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또한 마스크는 전염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도구라기보다는 전염병 환자가 자신의 병을 타인에게 옮기지 않기 위해서 착용해야 하는 도구로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초기에 유럽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활보함으로써 더 큰 문제를 야기했다. 


마스크 착용이 전염병 확산을 막는 데에 효과가 있음을 뒤늦게 깨닫게 된 유럽 국가들은 특히 공공장소에서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이를 어길 경우 벌금을 부과하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하자 아래 동영상에서 보듯이 영상 20도 날씨에 사람의 왕래가 적은 거리에서도 빌뉴스 사람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닌다.  


리투아니아는 마스크 대란이 일어나지 않았다. 구입할 수 없게 되자 직접 마스크를 만들어서 쓰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지인들 대부분은 집에 재봉틀을 가지고 있다.           


이제 국가비상사태 격리조치가 조금씩 완화되고 있다. 리투아니아 경우는 5월 14일부터 먼저 야외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즉시 예전처럼 마스크를 쓰지 않고 거리를 다닐까? 아니면 코로나19가 종식될 때까지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다닐까? 한번 지켜봐야겠다.         


한국을 비롯한 동북 아시아 사람들은 평소 미세먼지와 황사 때문에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지만 유럽 사람들은 마스크 착용에 젼혀 익숙하지가 않다.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는 유럽 사람들에게 마스크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한 계기가 되고 있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유럽 도시를 여행하는 아시아 사람들에 대한 유럽 사람들의 흘겨보기와 편견이 이참에 꼭 사라지길 바란다.

한편 위 사진에서 보듯이 적지 않은 유럽 사람들이 검은색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 저녁을 먹으면서 리투아니아인 아내에게 한번 물어봤다.

"마스크를 쓰고 다니니 불편하지 않아?"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아 불편했지만 자꾸 쓰고 다니니까 이제 적응이 됐어."
"그런데 왜 유럽 사람들은 검은색 마스크를 많이 쓸까?"
"일반적으로 하얀색 마스크는 환자를 떠올리게 하고 파란색 마스크는 의료인을 떠올리게 하는 반면에 검은색 마스크는 하나의 패션으로 여기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생각해."
"이유가 그럴 듯하네. 앞으로 유럽에 올 때는 검은색 마스크를 챙겨야겠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