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리투아니아의 여행명소 중 하나가 트라카이 호수에 있는 성(城)이다. 국내외 관광객들로 성수기에는 늘 북적이는 곳이다. 아쉽게도 올해는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유럽 국가들을 제외하고는 입국이 금지되어 있어서 주로 내국인 여행객들이 찾아온다. 최근 이 트라카이 성에서 5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곳에 위치한 천사언덕이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천사언덕은 2009년 리투아니아 국가 1000주년과 트라카이 성당 600주년을 기념하기 조성되어서 2010년 공개되었다. 수십 개의 참나무 천사 조각상이 여기저기 세워져 있다. 개인이나 단체의 기증으로 세워진 것이다. 처음 계획은 각각 100년을 의미하는 10개의 천사 조각상 건립이었으나 사람들의 관심과 후원이 지대하여 이 예상 숫자를 헐씬 넘어섰다. 지금은 40여 개의 조각상이 다양한 천사의 모습을 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5월에 찍은 사진이다. 이때는 노란 민들레꽃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천사언덕 주변에는 라이밀이 자라고 있다, 라이밀은 라이보리(호밀)와 밀을 교배해 잡종 곡식이다. 라이밀은 춥고 메마른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곡류다.  

점점 곡식알이 익어가는 연노란색 라이밀밭에 붉은색이 시선을 끈다. 저 붉은색의 정체는 무엇일까? 라이밀을 헤치고 들어가 확인하거나 배경을 삼아 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이 일어난다.

바로 아래 꽃이다. 양귀비꽃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유럽 들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한해살이풀 개양귀비 또는 꽃양귀비다. 붉은색, 주황색 또는 흰색 꽃을 피운다. 개양귀비는 줄기와 잎 전체에 털이 촘촘히 있다. 라이밀밭에 피고 있는 이 개양귀비는 재배가 아니라 자생이다.  

유럽 사람들에게 개양귀비는 풍년을 상징하는 꽃이다. 씨는 빵에 넣어서 먹거나 기름을 짜는 데 쓴다. 줄기는 채소로, 빨깐 꽃잎은 시럽이나 술을 담는 데 쓴다. 풀밭이나 곡식밭 속 개양귀비의 붉은색은 단연 압권이다.   

그런데 출입금지를 알리는 푯말이 눈에 들어온다. "사유지 - 돌아다니는 것은 엄격히 금지." 왜 푯말이 세워졌는지는 곡식밭에 난 길이  말해 준다.

붉은색 개양귀비꽃이 유혹하자 사람들이 무분별하게 사유지 밭에 들어가서 곡식을 망쳐 놓기 때문이다. 밭주인이 트랙터에 앉아서 하루 종일 지켜보고 있다. 아름다움에 매혹되더라도 라이밀밭이 농부의 생계임을 잊어서는 안 되겠다.

라이밀밭에는 들어가지 못하도록 줄을 쳐놓았다.

개양귀비꽃이 피는 6월 이를 구경하려는 인파가 천사언덕 주변에 모여든다.   

뭐가 주고 뭐가 종인지 분간하기가 힘들 정도로 붉은색 개양귀비꽃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6월 중하순경 트라카이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이곳 천사언덕까지 방문해보길 권한다. 

6월 23일 하지에 이곳을 찾아서 개양귀꽃을 4K 동영상에도 담아봤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