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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월, 수, 목 오후 1시에 직장으로 가서 오후 7시에 돌아온다. 나는 화요일과 목요일 대학교 한국어 강의를 빼고는 대부분 집에 있다. 학교에서 돌아온 딸아이 점심을 챙기고 음악학교로 보내는 일은 내 몫이다. 그래서 우리 집은 아무리 다른 일로 바쁘더라도 주말에는 식탁에 앉아서 같이 밥을 먹기로 했다.
이번 일요일 식탁에 앉았는데 딸아이가 갑자기 질문을 던졌다.
"아빠, 왜 내가 한국 사람인 줄 알아?"
"당연하지. 아빠가 한국 사람이니까."
"그거 말고. 다른 것?"
"뭘까?"
"한번 봐. 내가 어떻게 앉아있는 지."
딸아이는 학교에서도 유일하게 이렇게 앉는다고 말했다. 이 앉는 자세가 바로 자신을 다른 사람들과 구별시켜주고 한국 사람임을 느끼게 해준다고 말했다. 두 다리를 의자에 놓고 한 쪽 다리를 올려서 앉는 것이다. 그 다리의 무릎에 팔꿈치를 얹는 자세이다.
"왜 그 자세가 한국 사람 것이라고 생각해?"
"한국에 있을 때 많이 봤어. 여기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 않아."
"그러면 네가 한국 사람이라는 것을 또 증명해봐."
"난 김치도 먹고, 라면도 정말 좋아하고, 미역국, 김밥. 불고기, 배, 대추, 감, 석류 등을 잘 먹잖아."
"그건 한국 사람이 아니라도 잘 먹을 수 있잖아."
"아니야, 내 친구들은 못 먹어."
"네가 스스로 한국 사람이다는 것을 느끼는 것 자체가 좋아.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한국말을 할 수 있잖아. 앞으로는 말뿐만 아니라 글도 알아야 돼. 오늘은 반드시 한국어 책을 베껴쓴다. 알았지?"
"예, 아버님. 사랑해요."
비록 한국에 살지 않고 또한 반쪽이지만, 일상 생활에서 이렇게 자신이 왜 한국 사람인 점을 스스로 찾아내고 확인해보는 딸아이가 너무 고맙고 기특하다.
아래는 리투아니아 빌뉴스 옛시청 건물에서 딸아이가 한국의 가을 노래 - 노을을 부르고 있다. 리투아니아는 벌써 단풍잎이 다 떨어지고, 이제 첫눈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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