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13. 10. 14. 07:15

가을이다. 주말 날씨가 영상 12도라 가족과 함께 어딘가로 가고자 했다. 마침 빌뉴스 교외 단독주택에 살고 있는 친척으로부터 초대 전화가 왔다. 나가려고 하는 찰나라서 반갑게 초대에 응했다.

친척집에 도착해서 먼저 인사하고 정원을 둘러보았다. 잔디밭에 사과가 왕창 떨어져 있었다. 혹시 버린 것이 아닐까라는 의구심마저 들었다. 아까운 사과를 땅에 떨어지게 하다니......


북동유럽 리투아니아 가을 과일의 대명사는 단연 사과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먹어본 사과는 그렇게 맛이 없었다. 여기서 사과를 먹을 때에는 한국에서 먹던 부사(후지) 사과의 맛이 떠오른다. 그 달콤한 맛과 입안에서 씹으면서 들리는 바삭바삭한 소리를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떨어진 과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바람에 못 이겨서 떨어질 수도 있겠지만, 벌레가 먹어서 일찍 떨어진 듯해서이다. 또한 떨어질 때 다친 상처 부위가 썩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친척집 떨어진 사과를 살펴보니 잔디 덕분에 상처가 나 있지 않았다. 혹시 어떤 맛일까 궁금해서 떨어진 사과 두 개를 주워서 거실로 가져왔다.

한 입 꺼물어보니 맛이 장난이 아니였다. 아내와 딸에게도 맛을 보도록 하니 자꾸 달라고 했다. 특히 딸아이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사과"라면서 감탄했다. 정작 내가 먹을 양이 부족했다. 

'먹을 것이라면 진작 나무에서 친척이 따 먹었을 거야'라고 내 행위를 합리화하면서 염치 불구하고 다시 정원으로 나가 사과를 주워왔다.

한 마디로 이 사과 맛은 한국 부사 맛이다. 
리투아니아에도 이렇게 맛있는 사과가 있다니!!!  


그 동안 한국 손님들에게 리투아니아 사과는 한국 사람들에게는 맛이 없다고 말하곤 했는데 이제 이 주장을 수정해야 할 판이다. 


이 사과의 품종을 물어보니 답은 챔피언(champion)이다[한 독자는 생김새가 사과 품종 양광 같다고 한다]. 언젠가 텃밭이나 주택이 있으면 이 사과 품종을 꼭 심어야겠다.

Posted by 초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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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나가다

    예전에 서양의 사과는 향기를 증요시하고 한국과 일본은 맛을 중요시 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을 했었는데.... 편견이었나 보네요...

    사진만 봤을 때는 한국에서 근래에 유행하고 있는 중생종인 홍로와 흡사해 보입니다. 부사의 달짝지근한 맛에 홍옥의 상큼한 맛이 살짝 가미된 듯한 맛이죠... 육질은 부사보다 좀더 단단하구요...

    예전에는 부사가 대세이었는데 추석대목을 맞추려고 요즈음은 홍로가 대거 재배되는 것 같더군요. 부사는 로열티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도 들은 것 같구요(확인 해 보니 부사(후지)는 품종 보호기간이 지나서 로열티를 일본에 지불 할 필요가 없다는 군요.)

    암튼 글 잘 보고 있습니다.

    2013.10.14 10:21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