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13. 9. 16. 07:30

아이를 키우는 집이라면 어딘가에 연필로 키를 잰 자국이 있을 법하다. 우리 집도 예외는 아니다. 딸아이 방문 입구에 있는 기둥에는 기회있을 때마다 잰 딸아이의 키 크기가 표시되어 있다.


언젠가 학부모 모임이 있어 딸아이 학급을 찾았다. 그런데 딸아이 책상이 첫 줄에 있었다. 이유는 뻔하다. 키가 작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 키 순서로 책상 위치를 지정받을 때 나는 항상 제일 첫 줄이었다. 딸아이를 바라보면서 괜히 미안했다. 키 작은 아빠의 유전자를 받아서 딸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키는 정말 아빠 닮지 말아라'라고 속으로 기도해보았다. 

학교 다닐 때 친구들이 키가 작다고 하면 늘 내가 농담으로 하던 답이 있다.

"땅에서 위로 키를 재면 너가 더 크지만, 하늘에서 머리까지 키를 재면 내가 더 크다. ㅎㅎㅎ"


어제 아침 웬지 딸아이가 훌쩍 커진 것 같았다. 그래서 키를 한번 재보자고 했다. 결과는 짐작이 맞았다. 3주만에 딸아이가 무려 2.5cm나 자랐기 때문이다.


"우와~ 조금 있으면 아빠보다 더 크겠다. 어떻게 그렇게 커졌니?"
"봐! 내가 우유와 치즈를 많이 먹으니까."
"그래 앞으로도 쭉~ 많이 먹어라. 우리 집에서 제일 키가 큰 사람이 되어라."

조금씩 자라다가 이렇게 한 순간에 커지는 경우가 어디 딸아이의 키에만 국한될까...... 이날 딸아이의 키를 잼으로써 갑자기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조바심을 갖지 말고 꾸준히 하다보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이 더욱 실감나게 다가왔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