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13. 9. 2. 07:34

벌써 9월이다. 발트 3국에서 관광안내사(가이드)로 일하느라 지난 6월부터 8월말까지 집에 머무른 날은 손가락으로 쉽게 헤아릴 수 있을 정도였다. 

교사인 아내와 초등학생 딸아이는 3개월 동안 여름 방학을 맞았다. 셋 식구가 함께 한 가족 나들이는 딱 한 차례였다. 지인의 초대로 호텔 수영장에서 한인들과 같이 한나절을 보냈다. 

이번 여름철 가장 큰 변화는 마침내 나도 똑똑전화(스마트폰)를 가지게 된 것이다[관련글: 지령 쪽지로 스마트폰 선물하는 딸의 별난 방법]. 여러 해 동안 2G(2세대)폰을 잘 사용했다. 우선 축전지(배터리) 소모가 적어 좋았다. 한 번 충전하면 4-5일은 걱정이 없었다. 하지만 인터넷을 사용할 수가 없는 것이 제일 아쉬운 점이었다.

똑똑전화가 있으니 어디서나 쉽게 인터넷에 접속해 관광지, 날씨, 위치 등에 관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가 있었다. 따로 카메라나 노트북을 휴대하지 않아도 되었다. 이렇게 편리한 똑똑전화를 왜 진작에 마련하지 않았을까라면서 아주 만족스럽게 사용하고 있다. 11월 5일 딸아이 생일 선물로 똑똑전화를 사줘야겠다고 결심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일전에 라트비아 리가에 출장 중에 있던 나에게 아내가 유튜브 영상 하나를 소개해주었다. 똑똑전화와 관련된 영상이다. 잠자리에서도, 운동 중에도, 식사 중에도, 입맞춤 중에도, 그네 타기에도, 술 마시는 중에도, 공연 관람 중에도, 생일 축하 노래 중에도 똑똑전화질이다. 

실상을 즐기는 것보다 똑똑전화에 그 실상을 담는 것을 더 즐기는 현대인의 삶을 잘 표현해주고 있다. 나도 이런 삶에 점점 익숙해가고 있다. 이 영상을 보면서 똑똑전화질에 너무 집착하지 말라는 아내의 경계문을 읽는 듯 했다.  



8월 30일 관광안내사 출장을 마치고 밤에 집으로 돌아왔다. 잠을 자기 위해 아내와 나란히 누웠다. 그런데 아무런 대화 없이 둘 다 똑똑전화질을 하고 있었다. 


"우리 지금 뭐하는 짓이지?"라고 아내가 문득 물었다.
"그러게 말이야. 출장해서 돌아와 피곤한 데 곧 바로 잠에 떨어져야지......"

"불 꺼고 자자!"가 아니라 우리 부부는 이제 "똑똑전화질 그만하고 자자!"로 변했다. 이러다가 2G폰으로 다시 돌아가야 할 지 모르겠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