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트3국 여행2013. 7. 12. 06:33

일전에 유럽 관광지에서 무리를 지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은 십중팔구 한국인이라는 글을 썼다[관련글: 유럽에서 한국인 관광객 구별되는 법 - 스마트폰]. 그렇다면 또 다른 구별법은 무엇일까?

이제는 거리에서가 아니라 식당이다. 식당에서 반찬(김, 고추장, 고추, 멸치 등)을 가지고 와서 먹는 사람은 한국인이다. 자기 음식을 가져와서 먹는 중국인이나 일본인 단체 여행객을 아직 본 적이 없다. 유독히 한국인들은 잠시 동안의 해외여행 중에서도 평소 먹는 한국 음식을 잊을 수가 없는 듯하다.

유럽 발트3국에서 관광안내사 일을 하다보면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이번 식당에는 반찬이나 컵라면을 가져가 먹을 수 있을까요?이다. 명쾌하게 대답하기가 참 곤란하다. 특히 처음 가보는 식당이라면 더 더욱 답하기가 어렵다. 외부 음식에 대한 태도가 유럽 식당마다, 사람마다 극명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 발트 3국 식당에서 나오는 음식들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르듯이 유럽에서는 유럽 음식을 먹어야지요.' 
'여행왔으면 현지 음식을 먹어야지요. 그래야 현지 사람들이 어떻게 먹는 지도 알 수 있지요.' 
'여행 기간 중 완전히 한국 음식을 잊어버리고 유럽 사람들처럼 먹어보세요.'

'유럽 음식은 도저히 입에 맞지 않아요. 느끼해서 꼭 고추장이나 김이 있어야 돼요. 그냥 뜨거운 물만 좀 달라고 하세요. 누렁지나 컵라면으로 해결할게요.'

특히 걷는 시간이 많은 날은 뭐든지 먹어야 한다. 식성이 까다로워 유럽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힘들어 하는 한국인 여행객들을 보면 측은지심이 일어난다. 종업원에 다가가 조용히 물어본다.

"우리 여행객 중 유럽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서 고생하고 있어요. 한국에서 가져온 간단한 즉석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습니다. 뜨거운 물을 좀 줄 수 있을가요? 필요하면 뜨거운 물 값은 드릴 수 있습니다. 가능할까요?"
"아, 그래요? 물론이지요."

한국인 관광객들이 자주 가는 한 에스토니아 식당을 최근 가봤다. 지난 해와는 다른 모습을 하나 보게 되었다. 바로 식당 안에 탁자가 있었고, 그 위에 커다란 보온 물병이 마련되어 있었다. 종업원에게 뜨거운 물을 따로 부탁하지 않아도 되었다. 이해심 많은 식당으로 여겨졌다.

다른 어느 호텔 식당은 한국인 여행객이 반찬을 꺼내려고 하는 순간 식당 종업원이 다가와 "우리 식당에서는 우리 음식만 먹어야 합니다. 한국 음식을 정 먹고 싶으면 방에서 드셔야 합니다. 절대 외부 음식을 여기서 먹을 수 없습니다."라고 말한다. 

"이 식당에서는 가지고 온 한국 음식을 먹을 수 있나요?"라는 질문에 "일단 가져가서 식당이나 종업원의 상황을 살펴본 후 결정하면 됩니다."라고 답한다. 여행은 먹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현지 음식이든 한국음식이든 잘 먹어야 한다. 맛이 별로인 현지 음식도 고추장이나 김이 첨가되면 더 맛있을 것이다. 

* 한국인들이 유럽 여행에 즐겨 가지고 오는 밑반찬들

* 어느 여행객들은 풋고추와 깻잎도 한국에서 가져왔다.

지금까지 경험에 의하면 아주 고급 식당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일반 식당은 종업원이 컵라면이나 누렁지를 위해 뜨거운 물을 가져다 주거나 한국에서 가져온 반찬을 먹는 것을 저지하지 않는다.

현지 식당도 외국인 여행객에게 무조건 반입 반찬을 금지할 것이 아니라 이해를 해주면 좋겠다. 어차피 음식 값은 지불되기 때문에 손해볼 것은 없다. 이는 '아, 한국인은 이런 반찬을 먹구나!'라고 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한편 유럽 식당에서 한국 반찬이나 컵라면을 먹는 사람들은 종업원이 이를 위해 따로 수고를 하지 않도록 먹고 난 후 청소나 정리를 잘 해주면 좋겠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