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13. 6. 29. 07:12

지방 통역 출장을 떠났다. 그 다음날 아내와 작은 딸은 큰 딸이 사는 영국으로 떠났다. 그렇게 우리 집은 하루 밤 동안 빈 집으로 남게 되었다. 통역은 3일 하고, 상황에 따라 2일 더 연장할 수도 있다고 했다. 

"더 하는 것이 좋겠어요? 아니면 집중적으로 3일만 하고 돌아갈려요?"
"아내가 없는 집이지만 ,그래도 빨리 돌아가고 싶어요. 통역말고도 할 일이 많아요."
"우리(리투아니아 남편들)은 아내가 없으면 집에 가지 않고 술 마시고 노는데...... ㅎㅎㅎ"

더 하면 더 벌 수 있겠지만, 그래도 웬지 일찍 집에 돌아가고 싶었다. 집에는 나외에도 또 다른 동물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작은 딸이 키우는 애완동물 햄스터다. 딸아이는 친척 집에 맡겨놓고 영국으로 떠나려고 했지만, 마지막에 마음을 바꿨다. 혼자 놓아두는 시간이 하루라서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집으로 돌아와 먼저 부엌에 놓아둔 햄스터 집으로 가보았다. 27일 새벽 5시에 아내가 떠났고, 내가 돌아온 시간은 28일 저녁 9시였다. 햄스터가 혼자 있은 시간은 총 40시간이었다. 평소에 누군가 가까이 오면 반기는 듯 행동을 하는데 힘이 전혀 없어 보였다.

* 40시간이 지나도 해바리기 씨앗은 그대로

먹이통을 보니 해바라기 씨앗이 그대로 있었다. 그렇다면 40시간 동안 아무 것도 먹지 않았을까? 보통 해바라기 씨앗을 손으로 입 가까이에 주면 얼른 받아 까먹거나 통채로 입 먹이주머니에 넣는다. 그런데 집 밖으로 나왔지만, 먹이에 대한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곧 야자수 열매 속으로 들어가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 기운이 쭉 빠진 듯한 햄스터 

돌봐주던 주인이 집을 비운 것을 알고서 올 때까지 단식하면서 기다리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니 정말 집에 빨리 돌아오길 잘 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애완동물 기르기에 익숙하지 않지만 딸을 대신에 무엇인가를 해야 했다. 우선 햄스터에게 주인은 아니지만 내가 집 안에 함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못 부르는 노래도 하면서 일단 햄스터의 기분을 전환해주기로 했다. 부엌에 혼자 있게 하지 말고 내 방에 햄스터 집을 옮겨 놓았다. 컴퓨터 자판기 두드리는 소리를 들으면서 혼자가 아니라 누군가 함께 있다는 것을 느끼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다보면 생기를 되찾아 쳇바퀴 놀이를 할 것 같았다. 아내가 없다고 집에 가지 않고 노는 것 대신 슬픔에 빠져 있는 듯한 햄스터를 돌보게 되었다. 이 공덕으로 아내와 작은 딸이 영국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가 돌아오길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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