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모음2008. 9. 10. 15:13

이곳 유럽에서 살다보면 외국인이라 가끔 재미있는 일이 생긴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몽고반점에 얽인 일이다.

언젠가 바르샤바 인근에 사는 폴란드 친구의 부인이 사내아이를 낳았다. 마침 그를 방문할 때 그의 부인이 이제 한 달 된 아기를 씻고 있었다. 

그 아기의 엉덩이 골에 있는 푸른 반점을 보자 다소 의아스러웠다. 다 알다시피 이 푸른 반점은 몽고족 어린이에게 흔히 나타나는 신체적인 특징이다. 부부가 폴란드인인데 어떻게 몽고반점이 있을까, 그럴 리야 없지만 밤낮으로 울어서 벌써 부모가 체벌을 가한 것일까...... 

이때 친구는 나를 쳐다보며 "이 아기 아버지는 내가 아니라 동양인임에 틀림없을 것이다"라고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10개월 전 그 당시 폴란드에 없었다고 하면 옆에 있는 친구 라덱을 바라보면서 “아빠 아님“을 강력히 선언했다. 라덱은 모친이 한국인이고, 부친이 폴란드인이다.

그 순간 우리들의 대화를 엿듣고 있던 아기의 엄마는 이곳 유럽 아이들 중에도 더러는 몽고반점을 갖고 태어난다고 하면서 우리 둘의 무죄항변에 동조했다.

물론 혹자는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유럽으로 진출한 흉노나 칭기즈칸이 남긴 부정할 수 없는 유산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이처럼 몽고반점은 유일하게 몽고족에게만 있다고 하는 믿음은 이 사실이 아님이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