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13. 3. 22. 07:03

21일 학교에서 돌아온 초등학생 딸아이는 부엌에 있는 켬퓨터로 페이스북 소식을 확인했다. 그리고 아빠 방으로 와서 물었다.

"아빠 페이스북에 왜 생일 축하 쪽지 하나도 없어?"

21일이 생일이다. 페이스북 친구가 현재 1191명이다. 이 정도 숫자라면 생일날 페이스북은 생일 축하 쪽지나 카드로 도배될 수 있다(2월 16일 실제 그랬다). 이에 딸아이는 아빠 페이스북에 생일 축하 쪽지 하나도 없는 것이 이상해 질문을 했던 것이다.

"아빠는 벌써 2월 16일에 엄청 많이 받았어."
"그래도 오늘이 진짜 아빠 생일이잖아."

딸아이는 부엌으로 돌아갔다. 얼마 후 내 페이스북에 딸아이의 쪽지가 보였다. 어디서 찾았는지 태극기가 배경인 생일 축하 카드가 함께 있었다. 정확히 맞는 설명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이유까지 설명했다. 


어렸을 때 딸아이는 늘 그림을 그려서 아빠의 생일을 축하했지만, 이젠 이렇게 페이스북의 쪽지로 축하한다. 아래는 4년전 딸아이가 해준 생일 축하 그림이다. 


언젠가 한 해에 세 번이나 생일 축하을 받은 적이 있다. 태어난 음력일이 적힌 여권상 생일날, 음력 생일날, 그리고 태어난 해의 양력 생일날였다. 몇 해전 가족들이 혼란스러우니 셋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압박했다. 결론은 양력 생일날인 3월 21일이다. 

"저녁에 어디 가서 식구끼리 외식하자!"라고 아내가 제안했다.
"대학교에서 한국어 강의 마치고 돌아오면 피곤할 거야. 그냥 평일처럼 생일을 보내자. 더욱이 어제 끓인 미역국을 오늘 낮에 먹었으니 충분하지 뭐."라고 답했다.

강의 후 집으로 돌아와 내 책상에 와보니 깜짝 선물이 놓여있었다. 우리 가족 모두가 좋아하는 케익에서 딸기냄새가 퍼져나왔다. 그래도 가장(家長) 생일이니 그냥 넘어갈 수 없어서 아내와 딸이 몰래 구입해서 올려놓았다. 


잠시 후 현관문에서 누군가 우리 집 비밀 코드를 누르는 소리가 났다. 극소수 친척만 알고 있다. 가깝게 지내는 친척 가족이 찾아왔다. 조용히 보내고자 한 생일이 이렇게 뜻하지 않게 손님까지 맞이하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페친 천명에 생일 쪽지 하나 받지 못한 불쌍한(?) 아빠에게 태극기 생일 쪽지를 재빨리 보낸 딸아이의 이날 반응이 돋보였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