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13. 1. 2. 07:28

지난 연말 미국 오리건주 한인 관광버스가 전복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눈길에 미끄러지면서 수십미터 언덕 아래로 굴러 뒤집혀졌다. 9명이 사망했고, 안전벨트를 착용한 사람은 운전사뿐으로 알려졌다. 

여름철 관광안내사 일을 하면서 관광버스가 먼거리로 이동할 때는 항상 안전벨트를 착용할 것을 부탁한다. 그런데 종종 오래된 관광버스는 안전벨트가 없다. 이런 경우 친절한 부탁이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되어서 민망하고 아쉽다. 유럽 관광버스는 제한속도가 시속 100키로미터 이하이다. 가속기를 아무리 밟아도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대부분 운전사들은 시속 80-95킬로미터 정도 달린다. 

* 9명이 함께 이동한 독일인 친구 

운전사만 안전벨트를 착용한 소식을 접하니 일전에 겪은 일이 떠올랐다. 빌뉴스에 살고 있는 현지인 친구들과 함께 모두 9명이 9인승 차를 타고 카우나스 도시로 가게 되었다. 차 주인과 운전사는 독일인이었다. 리투아니아 사람 같으면 그냥 아무런 말없이 시동을 걸고 출발했을 것이다.

* 모두가 안전벨트 착용하기 전에 시동을 걸지 않은 독일인 친구(사진 속 오른쪽)

"자, 모두 안전벨트 착용!"

제일 뒷좌석에 앉은 사람이 아직 착용을 하지 않고 머뭇거리고 있었다.

"빨리, 착용해!"

그는 모든 사람이 안전벨트를 착용한 것을 확인한 후에야 시동을 걸었다. 이를 지켜본 리투아니아 현지인인들은 수근대었다.

"역시 독일인이라서 달라"

리투아니아에서는 버스와는 달리 승용차는 뒷좌석도 안전벨트를 착용해야 한다. 두 딸은 초기에 안전벨트 착용을 몹시 싫어했다. 우리 차는 앞좌석에 앉은 사람이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고 있으면 경고음이 계속 울린다. 그래서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은 것처럼 했다. 

"봐, (뒷좌석) 너희들이 안전벨트 안 하고 있으니 소리가 나잖아."

지금에야 이것이 속임수라는 것을 두 딸도 잘 알고 있다. 이제는 잔소리를 하지 않아도 차를 타면 당연히 안전벨트를 착용한다.

최근 택시를 탔다. 뒷좌석에 탄 딸아이가 습관적으로 안전벨트를 착용했다. 아직 안전벨트를 할 생각을 못하고 있던 아빠에게 한마디했다.

"아빠, 안전벨트 해야잖아!"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