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초유스 그란카나리아 가족여행기 9편입니다. 초유스 그란카나리아 가족여행기 1편 | 2편 | 3편 | 4편 | 5편 | 6편 | 7편 | 8편 | 9편 | 10편 
그란카나리아 여행을 다녀온 지 곧 한 달이 된다. 여기 살지 않는 사람은 믿을 수가 없겠지만, 그동안 해가 쨍쨍 뜬 날이 없었다. 온통 구름낀 하늘, 우중충 내리는 비, 오후 4시에 찾아오는 밤...... 겨울철 이런 날씨 속에 살다보니 더 더욱 쾌청한 남쪽 나라로 여행하고 싶어한다. 여름철이 되면 홀라당 옷을 벗고 일광욕에 빠지는 유럽 사람들이 쉽게 이해된다.
그란카나리아를 가족여행지로 정한 결정적인 이유는 거의 1년 내내 맑은 날이 지속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다고 8일 동안 비가 3일 왔다. 미국 동부가 샌디로 피해를 보던 바로 그 시점이었다. 대서양 반대편인 그란카나리아에도 보기 드물게 태풍과 폭우가 쏟아졌다. 현지 지인은 "1년에 있을 비 내리는 날이 이번에 다 왔다."라고 말했다.


먼 나라에 짧은 기간 동안 여행와서 하루 종일 비 때문에 숙소에 머문다는 것은 안타깝지만, 가뭄에 시달리는 현지인에게는 비를 몰아온 사람으로 환영받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숙소에서 머무는데 천장에서 빗방울이 떨어졌다. 잠깐 비가 그치는 동안 관리인이 지붕으로 올라가 수리를 하는 듯했다.


폭우와 폭풍은 오후 늦게 잠잠해졌다. 비온 후의 해변과 사막 산책도 좋을 것 같아 딸 둘은 숙소에서 카드 놀이를 하고, 우리 부부는 해변으로 갔다. 산책만 하고자 했는데 해수욕까지 하게 되었다. 텅텅 빈 해변이 오히려 더 인상적이었다. 비에 굳은 모래가 바람에 날리지 않아 좋았다.


사막 모래를 밟고 숙소로 돌아오는 데 언덕에서 뜻밖의 일을 알게 되었다. 위로 올라가던 아내가 힘겨워 했다. 굳은 모래라면 흙을 밟고 올라가는 듯해야 하는데 어느 순간 굳은 모래가 와르르 조각나버렸다.


일반적으로 모래는 흙보다 비가 잘 스며들고 빠진다. 그런데 이날 그렇게 많은 비가 쏟아졌는데도 모래에 스며든 비의 양이 이 정도뿐이다는 것에 깜짝 놀랐다.

 


서너 센티미터의 굳어진 모래 밑에는 언제 비가 왔느냐라고 모래가 오히려 묻고 있는 듯했다. 땅에 닿은 비는 높은 데서 낮은 데로 흐르지, 위에서 밑으로 쑥 빠지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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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