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12. 11. 19. 10:31

초등학교 5학년생인 딸아이는 잠들기 전 종종 묻는다. 특히 주말이면 더 잦다.
 
"아빠, 나 오늘 엄마하고 자도 돼?"
"엄마한테 물어봐."

"엄마, 나 오늘 엄마하고 자도 돼?"
"아빠한테 물어봐."

"아빠, 엄마가 말했는데 아빠가 결정하래."
"왜 엄마하고 자야 돼?"
"앞으로 내가 엄마하고 자는 날이 아빠가 엄마하고 자는 날보다 적으니까."
"어떻게?"
"나도 언니처럼 외국에 가서 공부하고, 또 결혼하면 엄마하고 자는 날이 없잖아."

"아빠보다 엄마하고 자는 날이 적다"라는 말에 그만 양보했다.

"그래 오늘만 엄마하고 자."
"알았어."

말이 오늘만이지......  그런 날이 손가락으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일반적으로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자녀를 아기침대에서 재운다. 아기침대는 부모 침대 바로 옆에 둔다. 여유로운 방이 있을 경우 유치원에 다닐 때부터는 다른 방에 재운다.

물론 엄격한 부모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아이를 자기 방에서 혼자 자게 하고, 밤중에 깨어 울 때도 혼자 울다가 다시 잠들게 한다. 이는 아이의 자율과 독립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우리 집의 경우 위와는 다르다. 아이가 자기 방에서 혼자 울고 다시 잠들게 할 정도로 부모 둘 다 강심장을 가지고 있지 않다. 적어도 어렸을 때에는 부모와 함께 자면서 그 정을 느끼게 하는 것이 따로 재워 독립심을 키워주는 것보다 더 좋겠다라고 생각한다.

출산해서 얼마 동안에는 아기침대에 재웠다. 어느 정도 성장한 다음에는 엄마와 아빠 사이에 재웠다. 유치원에 다닐 때에는 따로 방을 주지 않고 부모 침대 옆에 어린이용 침대를 놓았다. 

* 만 다섯 살에 다른 방에서 혼자 자기 시도, 실패

물론 몇 차례 혼자 자고 싶다고 해서 다른 방에서 재우기를 시도해보았다. 만 다섯 살 무렵 어느 날 혼자 자겠다고 선언했다. 그래서 혹시나 자다가 침대에 떨어질까 걱정되어 온갖 조치를 취한 후 재웠다. 그런데 밤중에 일어나 울면서 부모 침대로 돌아왔다. 

* 일곱 살 무렵 온돌방에서 혼자 자기 시도, 실패

일곱 살 무렵 한국 여행을 하면서 혼자 온돌방에 자겠다고 우겼다. 결과는 뻔했다. 자다가 무서워서 더 이상 혼자 잘 수 없다고 해서 언니와 같은 방을 사용했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부터는 혼자 방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어린 시절이 그리워서 그런 지 지금도 부모 침대에서 자겠다고 한다. 이제는 세 사람이 자기에는 침대가 좁으니 아빠가 양보할 수밖에...... 

그렇다면 리투아니아 부모들은 부모하고 자겠다고 떼쓰는 아이를 어떻게 설득할까? 며칠 전에야 아내가 이야기 했다. [관련글: 쥐가 줄 돈에 유치빼기 아픔을 잊는다]

'부모하고 같이 자면 네 이빨이 다 빠져! 이빨 빠지면 보기가 흉하지? 어서 네 방에 가서 자!'

"당신 이 이야기를 왜 이제 와서 해? 딸아이가 유치원 다닐 때 했어야지."
"맞다."
"지금 이빨 다 빠진다고 이야기하면 안 믿지. 부모하고 안 자도 이빨은 다 빠지잖아."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