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12. 10. 16. 07:32



음악학교에서도 새로운 학년이 시작된 딸아이가 선생님이 또 한국 노래를 부탁했다고 동요를 선곡해달라고 했다. 지난번에는 "노을"을 선택했는데, 이번에는 무슨 노래를 추천할까 고민되었다.

그러던 중 한국의 한 에스페란티스토가 준 노래책이 생각났다. 이 책은 한국인들이 즐겨부르는 한국의 가요, 가곡, 동요 등을 담고 있다. 동요편에서 세 곡을 뽑았다.

과수원길
반달
섬집아기

이 세 곡을 학교에 가져간 딸아이는 선생님이 반달을 선택했다고 했다.

푸른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 
돛대도 아니달고 샃대도 없이 
가기도 잘도 간다 서쪽나라로 
은하수를 건너서 구름 나라로 
구름 나라 지나선 어디로 가나 
멀리서 반짝반짝 비치이는건 
샛별이 등대란다 길을 찾아라

그런데 갑자기 딸아이가 물었다.
"아빠, 반달은 지는 반달이야? 아니면 뜨는 반달이야?"
"글쎄다. 생각을 해봐야겠다."
"리투아니아어로는 지는 반달이 있고, 뜨는 반달이 있어. 이름이 서로 달라."
"뭔데? 지는 반달은 delčia(델챠)이고, 뜨는 반달은 priešpilnis(프리에쉬필니스)야."
"한국어에도 하현달이 있고, 상현달이 있어. 그런데 이 노래 속 반달이 하현달인지 상현달인지는 아빠도 공부해봐야겠다."

명쾌한 즉답을 하지 못해 부끄러웠지만 공부해보겠다라는 말로 순간을 모면했다. 반달 노래를 수없이 부르고 들었지만, 한반도 이 반달이 상현달인지 하현달인지 물음을 던져본 적이 없었다.

반달은 음력으로 대략 7-8일이나 22-23일쯤 달에 지구의 그림자가 드리워져서 지구에서 달이 반만 보이는 때의 달 이름이다. 그렇다면 동요 반달 속 반달은 상현달일까, 하현달일까? 고민이로다.

쪽배라.
뒤집힌 배로는 탈 수가 없다.
그런데 상현달이든 하현달이든 어느 시각에 보느냐에 따라 쪽배의 똑바름과 뒤집힘이 달라질 수 있다. 상현달일 경우 정오에는 쪽배가 뒤집혀있지만, 자정에는 쪽배가 똑바로 있다. 하현달은 반대이다. 
은하수라.
해질녘에 별이 뜬다.
이 무렵이면 상현달의 뒤집힌 쪽배는 서서히 똑바로 세워진다.
서쪽나라라
점점 똑바로 세워지는 상현달의 쪽배가 서쪽으로 잘도 가고 있다. 

조만간 반달 노래를 배우러 음악학교에 갈 딸에게 이렇게 말해야겠다.

* 2010년 12월 11일 오후 10시 23분에 초유스가 촬영한 상현달

"아빠 생각으로는 반달은 상현달이다. 선생님에게 리투아니아어로 priešpilnis라고 말해줘."

이렇게 해놓고도 동요 속 반달이 100% 상현달일까라고 고민된다. 물구나무서서 하현달을 보면 상현달로 보이겠지...... 같은 값이면 보름달을 향해 뜨는 반달이 그믐달을 향해 지는 반달보다 아이들의 밝은 정서에 더 맞을 것 같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