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11. 11. 25. 06:16

다문화 가정의 아이로 태어난 딸아이(만 10살)는 누가 언제 묻더라도 대답은 동일하다. "나는 한국인 사람이자 리투아니아 사람이다." 생활 근거지가 리투아니아라 한국을 접할 수 있는 주된 창구는 아빠이다. 딸아이를 지켜보니 한국에 관해서 아빠가 싫어하거나 좋아하지 않을 것 같은 내용은 가급적 언급하지 않으려고 한다.

일전에 아빠와 둘이서 한국을 방문하면서 느낀 첫 소감을 엄마에게 말한 것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엄마, 내가 아빠에게 정말 솔직하게 한국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라고 말했어."

지하철이나 거리나 사람들이 북적대서 불편함을 느낀 딸아이의 인상이었다. 아빠에게 "한국에는 사람이 너무 많다."라고 말하는 것이 조심스러웠던 것이다. 그래서 딸아이는 "정말 솔직하게"라는 표현을 붙었다.

어제 아침 학교에 가기 전 부엌에서 두 모녀가 아침을 먹으면서 이런 대화를 했다고 아내가 전해주었다.

"엄마, 내가 크면 한국 여자들처럼 살고 싶어."
"어떤 점이 좋아서 그렇게 생각하는 데?"

"한국 여자들은 일하러 가지 않고 집에 있잖아."
"그럼 죽을 때까지 누가 먹어살리나?"

"남편이지."
"남편이 먼저 돌아가면 어떻하지?"

"그러게."
"남편이 아내보다 더 늦게 돌아가도록 신(神)과 계약할 필요가 있겠다."

"엄마, 신과 어떻게 그런 계약을 할 수 있어? 더 좋은 방법이 없을까?"
"평생 일하지 않아도 먹고살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남자를 남편으로 맞이하는 것이지."

"그럴려면 어떻게 해야지?"
"지금부터 열심히 공부하고 바르게 살다보면 그런 남자를 만날 수 있지."

"그래도 어려울 것 같은데. 그냥 나도 크면 엄마처럼 일하고 살아야겠다."
"그래. 그게 정답이야!"
 
이 대화를 전한 아내에게 말했다.
"일하는 한국 여자들도 많이 있다고 당신이 딸아이의 생각을 고쳐주었어야지."
"아마 주변 한국 여자들과 한국에서 만난 여자들이 집에 있는 것을 보고 그런 인상을 받은 것 같아."

▲ 얼마 전 덕숭궁에 찍은 사진. 꿈을 그리는 모습이라면서 딸아이가 아주 좋아하는 사진이다.
 

초등학교 담임 선생님도 여자, 엄마를 비롯해 음악학교 선생님들도 모두 여자인 환경 속에서 딸아이가 배우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일하지 않고 사는 것으로 딸에게 비친 한국 여자들이 부러움으로 다가온 것 같다. 하지만 일생을 일하지 않고 편하게 살고 싶어하는 딸의 이런 꿈은 신(神)과의 계약, 부자 남자 만나기 등의 엄마 주장에 부서지고 말았다.

딸아, 부모 의지, 남편 의지 그리고 자녀 의지에 벗어나 꼭 자립하는 여자로 살기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