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11. 8. 11. 09:30

지난 주말 리투아니아 현지인 에스페란토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다녀왔다. 한 친구는 초등학생 4학년생인 아들을 데리고 왔다. 그는 누가 보기에도 장난기가 심했다. 모임 내내 아버지로부터 "이제 그만해!"는 구두 경고를 여러 차례 받았다.

여행 마지막일 아버지의 참을성은 한계를 넘어섰다. 곧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는 데 아들이 신발에 모래를 가득 넣으면서 놀고 있었다. 이때 숲에서 산딸기잎을 따모우던 아버지가 돌았다. 그는 아들의 모습을 보자 못마땅했다. 그러더니 엉덩이를 향해 화냄의 발길질을 한 차례 했다. 이는 주변 리투아니아 사람들에게서는 정말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

주변 사람들 중 아무리 화나더라도 상대방을 손이나 발로 때리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또한 화난다고 해서 옆에 있는 물건, 예를 들면 방석, 의자, 주걱 등을 가지고 때리는 경우는 더더욱 본 적이 없다. 대부분 대화하는 형태로 자신의 화를 표현한다.

우리 집의 경우 화난 목소리를 크게 내면 "아빠(당신), 목소리가 너무 커. 조용히 화낼 수 없어?"라는 반응이 온다. 이럴 때에는 화내고 싶어도 화낼 수 없게 된다. 그냥 그 상황을 피해 다른 방으로 가눈 수밖에. 정말로 어쩔 수 없이 때림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하면 혁대로 엉덩이를 때린다. 손으로 상대방의 뺨이나 머리를 때린다는 것은 상상하기가 어렵다. 

근래에  인터넷으로 한국 드라마를 즐겨본다. 요즘 매일 보는 드라마가 "불굴의 며느리"이다. 이 드라마에는 순간적으로 치밀어오는 화를 표현하는 방법으로 손바닥으로 상대방 뺨 때리기, 방석으로 상대방 머리 연속 때리기, 발로 상대방 다리 밟기 등이 등장한다. 이런 장면을 볼 때마다 눈살이 찌푸려진다.

"한국 사람들은 화나면 뺨을 때리는구나", 
"한국 사람들은 화나면 뺨을 때려야 한다",
"잘못하면 뺨을 맞는구나",
"잘못하면 뺨을 맞아야 한다"
등과 같은 공식을 가르치는 듯해서 초등학생 딸아이와 함께 이런 장면을 함께 보기가 무척 주저된다.  
 
* 사진: 방송화면 캡쳐

이 드라마를 보면서 바라는 것 중 하나이다. 이제 한국 사회도 뺨 때리기, 물건 집어 때리기, 물건 집어 던지기 등 무조건반사적인 화풀이법이 차츰차츰 사라졌으면 좋겠다. 물론 이는 한국인들의 한 문화적 요소이지만 이런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충격으로 여겨질 것이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