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11. 7. 22. 06:56

7월 21일 오후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는 난데없이 폭풍이 몰아쳤다. 피곤해 낮잠을 자려고 하는데 딸아이가 외쳤다. 

"아빠, 빨리 카메라 가지고 와! 큰일 났어!"
"무슨 일인데?"
"창밖을 한번 봐!"

창밖 거리에는 커다란 단풍나무 가지 하나가 쓰러져 도로를 막고 있었다. 재빨리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한 사람이 벌써 휴대전화로 현장을 찍고 있었다.

 
"저 회색 차가 바로 내 차요."
"축하합니다. 각도가 조금만 달라도 차를 덮칠 수도 있었겠네요. 다행입니다."


외출한 아내로부터 전화가 왔다.

"당신 어디야?"
"지금 집으로 가고 있어."
"집으로 오지 말고 나무가 없는 넓은 주차장이 있는 대형마트에 가서 잠시 있다가 와."
"벌써 집 가까이야."
"우리 집 도로는 양쪽에 나무가 쓰려져 막다른 골목길이 되었어."

우회해서 돌아온 아내는 쓰러진 전나무를 보더니 눈물을 글썽거렸다.

우리 집 앞 전나무는 곧고 잎이 무성하다. 특히 겨울철 이 푸른 전나무를 보면서 봄철의 새 생명을 고대한다. 8년전 이사왔을 때부터 우리 집의 살아있는 크리스마스나무 역할을 한 이 나무가 그만 어제 폭풍에 쓰러지고 말았다. 아내의 눈물글썽임을 십분 이해할 수 있었다.


도로를 막은 나무는 밤 10시가 넘어서야 치워졌다. 전나무 꼭대기로부터 새들의 지저귐도 자주 들렸는데 이젠 더 이상 들을 수 없게 되었다. 현장 모습을 영상에 담아보았다. 



어둠, 폭우, 천둥, 번개에도 불구하고 도로 복구를 위해 애쓰는 사람들에게 감사한다. 아내는 못내 아쉬운 듯 전나무 방울을 주워서 가자고 말했다. 이렇게 전나무 방울 7개가 우리 집 화분 흙 위에 올려져 있다.

Posted by 초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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