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11. 9. 20. 06:03

지난 여름 어느 날 리투아니아 빌뉴스에 중심가에 있는 종합진료소를 다녀왔다. 당뇨증세가 있어 진료를 받기 위해서였다. 혈액검사를 마치고 담당 전문의 진료실을 찾았다. 진료실 앞 대기석에는 할머니 두 분이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 리투아니아 빌뉴스 중앙 종합진료소
 

"어느 분이 마지막인가요?"라고 물었다.
"간호사가 호명하는 대로 들어가요."라고 안경 쓴 사람이 답했다.

그 분 옆에 앉았다. 영어로 된 잡지를 읽고 있었다.

"어제 오후에 진료를 받았는데 오늘은 검사결과만 전해주기만 하면 되어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조금 후에 그 분이 말을 걸어왔다.

"어떻게 리투아니아어를 잘 해요?"
"아니요. 아주 조금밖에 못해요."
"리투아니아에 온지 얼마나 되어요?"
"10년."
"리투아니아에 50-60년 산 사람들도 리투아니아어 한 마디도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리투아니아어 정말 어려워요. 격변화도 많고, 강조음도 불규칙적이고......"
"살고 있는 나라의 언어를 배우는 것이 좋아요."

옆에 있던 다른 사람도 칭찬했다. 몇마디 현지어를 한 것을 가지고 칭찬을 받으니 괜히 쑥쓰러웠다.  잠시 후 안경 쓴 할머니가 다시 말을 걸었다.

"어디서 왔어요?"
"한국에서 왔어요."
"남이요? 북이요?"
"남이요."
"한국은 여름에 안 더워요?"
"덥죠"
"습하지는 않아요?"
"리투아니아는 건조하지만 한국은 정말 습해요. 여름은 리투아니아가 정말 좋아요."

"나는 미국 뉴욕 맨하턴에서 16년 살았어요."
"그럼, 이제 완전히 리투아니아로 되돌아온 것인가요?"
"그래요. 뉴욕은 너무 복잡해요. 도시내 이동에 하루가 다가요. 여긴 모든 것이 가까이에 있어요."
"맞아요. 서울도 마찬가지요."
"북한 사람들이 먹을 것도 없는 것이 참 안타까워요."
"그래요."
"통일은 언제 될까요?"
"그렇게 바라지만 딱 언제 된다고 말할 수가 없네요." 

낯모르는 현지인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대부분 마지막 대화 사항은 이렇게 북한과 통일로 흘러간다. 
 
Posted by 초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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