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12. 5. 15. 05:25

지난 주말 1박 2일로 모처럼 빌뉴스를 떠나 시골에서 보냈다. 인구 천명의 작은 도시 아욱쉬타드바리스(Aukštadvaris)이다. 행사는 리투아니아 에스페란티스토 기자협회 모임이었다. 30명이 참가했다. 잘 정리되고 깨끗한 된 민박집에서 행사가 이루어졌다. 민박집이 바로 호수와 접해 있었다.

* 1박2일 행사가 열린 민박집 전경

행사장으로 가는 길에 비가 내렸다. 하지만 행사장에 도착한 후 오후부터 맑아졌다. 모임에서 느낀 몇 가지 단상을 적어서 유럽인들의 모임 분위기를 전하고자 한다. 

1. 부담스럽지가 않았다  
단체 모임이니 당연히 정해진 진행표가 있었다. 참가수가 적다고 프로그램 시작을 늦추지 않았다. 누가 나서서 참가 독려도 하지 않았다. 있는 그대로 프그램이 시작되고 진행되었다.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았고, 또한 전혀 부담스러움을 느끼지도 못했다. 모두가 사람들의 자유 의사에 맡겼다. 느슨해보였지만 진행표대로 다 이루어졌다.   

2. 식사 준비에 뺀질이가 없었다
이런 야외 모임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숯불 꼬치구이이다. 야외 화로에서 불을 피우고 숯을 만들어 고기를 굽는 일은 남자 몫이다. 채소 무침을 만들고 식탁을 준비하는 일은 여자 몫이다. 누가 나서서 일을 시키는 사람도 없는데 참가자 대부분이 열심히 일을 거들었다.

3. '애들은 빠져!'가 없었다
배구를 하는 데 8살 아이도 참가했다. 어른들끼리 하면 더 신나게 놀 수 있었을 것이다. 아이들도 노니 배구공이 제대로 하늘 위로 날 지를 못했다. 시간 소비가 엄첨 많았다. 하지만 '우리끼리 배구할테니 애들은 그네를 타!"라고 말하는 어른이 하나도 없었다. 

4. 곤드레 만드레가 없었다
밤을 지새우면서 하는 행사라 편하게 술자리가 펼쳐졌다. 그런데 곤드레 만드레 술취한 사람이 없었다. 이유가 무엇일까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술을 강제로 권하는 사람도 없고, 자기 잔을 자기가 채우는 사람도 없었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대체로 다른 사람이 자기 잔을 채워줄 때까지 기다린다. 행사에는 돌아가면서 축사를 하는데 축사를 마친 사람이 건배를 제안한다. 물론 잔을 다 비울 필요는 없고, 자신의 양만큼 홀짝 혹은 꿀꺽 마신다. 혼자 술을 마시기보다는 주위 사람들과 함께 보조를 맞춘다.

5. 노래시키기가 없었다
여흥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노래다. 우리나라 여흥에는 노래시키기나 장기자랑이 흔하다. 청소년 시절 노래를 못 불러서 여흥을 동반한 모임에 나가기가 겁이 났다. "노래를 못 하면 장가를 못 가요~~~ 아, 미운 사람"을 떠올리면서 노래방도 없던 시절 혼자 열심히 연습해보았지만, 남들 앞에 서면 음정 박자가 틀리기 일쑤였다. 그런데 유럽 사람들 사이에 20여년을 살면서 지금까지 노래시킴을 당한 적이 없다. 종종 한국 노래를 불러달라는 권유를 받지만 이는 강제성이 전혀 없다. 이번 모임에도 밤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 노래가 이어졌다. 독창은 없고 모두가 기타 반주에 따라 함께 노래를 불렀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꼬치구이도 먹고, 사우나도 하고, 배구도 하고, 호수에서 배도 타고, 노래도 부르고, 퀴즈에서 상도 타고, 토론도 하고...... 그야말로 자연 속에서 휴식을 마음껏 즐기고 집으로 돌아왔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