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11.12.19 07:45

연말이다. 한국에서는 망년 모임으로 바쁘게 보낼 것 같다. 주변 리투아니아 사람들에게는 그런 분위기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음악학교 교사인 아내와 음악학교에서 다니는 딸아이 요가일래 때문에 우리 가족은 일년 중 12월이 제일 바쁘다. 연주회와 공연이 많기 때문이다.

지난 금요일 음악학교 1년 행사 중 가장 큰 규모의 음악회가 열렸다. 전공별로 엄선해서 악기 연주와 노래 공연이 있었다. 개인과 단체 모두 26개 팀이 참가했다. 요가일래는 합창단, 앙상블, 개인으로 세 차례나 출연했다. 출연마다 의상이 달랐다. 합창단과 앙상블은 단체이니 문제가 되지 않았다.

▲ Itsy Bitsy Teenie Weenie Yellow Polka Dot Bikini 

이번 음악회 주제는 크리스마스를 기해 각국의 노래나 연주곡으로 떠나보는 세계 여행이었다. 출연자는 그 나라 음악에 맞는 의상을 입었다. 요가일래는 말할 필요없이 한국을 맡았다. 노래는 동요 "노을"이었고, 특히 이번 반주는 피아노가 아니라 리투아니아 전통 악기 캉클레스가 맡기로 했다.

한국 노래에 리투아니아 악기 반주라 사람들이 벌써부터 관심을 보였다. 문제는 의상이다. 분위기상 한복이 적격이다. 그런데 딱 맞는 한복이 없다. 지난 5월 개량 한복을 입고 "노을"을 부른 적이 있었다[관련글: 유럽 중앙에 울려퍼진 한국 동요 - 노을]. 그때도 옷이 작아서 입힐까 말까 크게 고민했다. 다행히 소매 길이는 아직 그런대로 봐줄만 했다.

이번에는 일단 이 개량 한복을 제외시켰다. 지인의 딸이 입었던 한복이 떠올랐다. 하지만 커버린 요가일래에게 소매도 짧고, 치마도 짧았다. 이 옷을 입은 요가일래의 모습을 촬영해 유튜브에 올릴 경우 악성댓글이 나올 것 같아 염려스러웠다.

▲ 리투아니아 전통악기 캉클레스 반주에 따라 한국 노래 "노을"을 부르는 요가일래 

"이번엔 한복 말고 다른 옷을 입히는 것이 좋겠다."
"안돼. 반주가 리투아니아 전통 악기라 사람들이 한국적인 옷을 훨씬 더 기대할 거야."
"그런데 옷이 작으니 어떻게 할 수가 없잖아!"
"소매를 길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야지."


옷 수선에 약간의 소질이 있는 아내가 어떻게 하더라도 한복을 입히고자 했다. 그런데 아내도 다른 연주회를 준비하느라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공연 전날 아내는 좋은 생각이라면서 소매 끝자락을 뜯었다. 그렇더니 소매가 더 길어졌다.

"어때?"
"길어졌지만 소매 밖에 그려진 꽃무늬가 소매 안으로 들어가버렸잖아. 안 예뻐!"
"사람들이 멀리서 보는 데 알아채지 못할 거야. 괜찮아."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야!"
"소매가 짧다고 해서 소매를 길게 했는데 이제 와서 아니라고 하나?"
라며 아내가 언성을 높였다.

옆에 있던 딸 마르티나가 의견을 말했다.
"한국 사람들한테는 확실하게 소매도 짧고, 치마도 짧게 보이지만 한복을 처음 보는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이것이 오히려 더 세련되고 멋있어 보일 거야. 무엇보다도 한복이니 시선을 잡을 거야. 있는 그대로 입히는 것이 지금은 최선이다."

이 의견에 우리 가족 모두는 수긍했고, 아내는 뜯어낸 소매를 다시 원위치로 깁어야 했다.
"다음에 한국 가면 반드시 한복 한 벌 사!""
"금새 커버리는 데 소용이 있을까......"


옷을 세 차례나 갈아입는 수고를 했지만 이날 요가일래 한국 노래 공연은 많은 박수 갈채를 받았다. 우리 부부는 기꺼이 딸아이를 좋아하는 피자집으로 데려갔다.


아내 왈: "요가일래 선생님이 다음에는 한국 민요을 부탁했어. 각 민족 노래 시합이 있을 거야."


Posted by 초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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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노래 잘 들었습니다
    지난 번에 부를때보다 키도 훨씬 자랐고 얼굴도 이제 꼬마 아가씨티가 납니다
    이렇게 어렵게 한복을 입으려고 애쓴 사정도 모른채 악플다는사람들은 과연 누군지

    2011.12.20 08:18 [ ADDR : EDIT/ DEL : REPLY ]
  2. RandyLee

    요가일래가 어릴땐 남상미를 닮았다 했더니..점점 크면서 문블러드굿을 닮아가네요. 문블러드가 한국계임을 아주 자랑스럽게 여긴다던데...요가일래도 마찬가지일거라고 생각됩니다. 자라면서 느낄수 있는 정체성에 대한 혼란함을 한국어머니에 대한 사랑으로 극복할수 있었다고 자주 말하곤 합니다. 저도 폴란드여자와 결혼해서 전혀 남의 일 같지 않습니다.방황하고 힘들어 할때 문블러드 얘길 해줬습니다. 요가일래도 분명 사춘기가 오고 힘들어하는 시기가 올겁니다.

    * 저도 대구가 고향입니다.

    2011.12.20 12:33 [ ADDR : EDIT/ DEL : REPLY ]
  3. 11

    너무 예뻐요!
    건강하게 잘자랐으면 좋겠네요ㅎㅎ

    2011.12.21 17:11 [ ADDR : EDIT/ DEL : REPLY ]
  4. 김성진

    아주 예쁘게 그리고 또 노래도 잘하면서 잘 자라고 있는것 같아 보기 좋네요.
    라트비아 꼭 한 번 가보고 싶네요. 총각인 저로서는..... ㅎㅎㅎ

    2011.12.30 17:04 [ ADDR : EDIT/ DEL : REPLY ]
  5. 곱단이

    따님이 노래를 너무 잘해요! 그런데 그 앞에서 연주하는 악기는 무었입니까? 리투아니아 전통 악기인가요?

    2012.01.02 04:59 [ ADDR : EDIT/ DEL : REPLY ]
    • 감사합니다. 악기 이름은 리투아니아 전통악기인 "캉클레스"입니다.

      2012.01.02 07:10 신고 [ ADDR : EDIT/ DEL ]
  6. 요가일래 홧튕

    너~~~~~~무 노래를 잘불러요 요가일래 노래부르는 모습보니 옜날 어렸을적 초딩시절이 아른거려요
    내딸도 저렇게 이쁘고 똘망똘망하게 자라길 바래요... 아휴~~~ 정말 부러워요~~

    2012.03.29 01:56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