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모음2011. 5. 23. 06:12

요즘 주된 간식물은 호두와 땅콩이다. 호두는 리투아니아에 자라지만 흔하지 않고, 땅콩은 아예 자라지 않는다. 땅콩을 볼 때마다 한국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시냇가 모래가 주된 밭에 땅콩을 재배하는 사람이 있었다. 시냇가에서 목욕을 하면서 주인인 없는 틈을 타서 슬쩍 동네친구들과 한 두 포기 서리를 한 적이 있었다. 비린내가 났지만 맛있게 먹었다. 

100호가 사는 우리 마을에는 호두나무가 없었다. 어린 시절 외가 뒷밭에 자라는 호두나무를 처음 보았다. 겨울방학 때 외가를 방문할 때 호두를 즐겨 먹었다. 유럽에 20년 살면서 여러 나라에서 호두나무를 만났다. 하지만 한번도 호두나무 꽃을 구경한 적이 없었다.    

어제 일요일 짚 근처에 있는 빙기수 공원 깊숙한 곳에 있는 식물원을 우연찮게 다녀왔다. 호두나무의 잎이 파릇파릇 자라고 있었다. 그런데 사이사이에 오그라들거나 축 늘어져있는 것이 보였다. 조금 떨어져서 보니 마치 긴 벌레처럼 생겼다. 무엇일까 궁금해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아, 이것이 호두나무 꽃일까?"

의문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와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보았다. 결과는 호두나무 수꽃이다. 열려있는 호두는 보았지만 이렇게 수꽃이든 암꽃이든 호두나무 꽃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서로 이웃 나라에 살지만 폴란드 사람들은 이 호두나무를 이탈리아 열매나무라 부르고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그리스 열매나무라 부른다.

* 관련글: 4년만에 캐낸 호두나무, 인삼을 빼닮았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