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모음2011. 3. 30. 08:14

오늘은 유럽 연합에 속해 있는 리투아니아 초등학교 3학년 영어 시험지를 공개한다(사진을 누리면 더 크게 볼수 있음). 유럽 초등학교 영어 시험은 어떤 수준에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에 궁금증을 가진 사람들에겐 도움이 될 듯해서 우리 가족의 동의를 얻어 공개한다.

먼저 리투아니아 초등학교는 일반적으로 2학년부터 제1 외국어로 영어를 배운다. 딸아이 말에 의하면 그 동안 학습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1쪽짜리 시험을 종종 치렀지만, 이렇게 2쪽에 걸친 시험은 처음이다  

시험은 모두 9개 항목으로 이루어져 있다.
          1항: 자기 소개
          2항: 부정관사 a, an 용법
          3항: 같은 표현의 축약형 찾기
          4항: is와 are 용법
          5항: 인칭대명사
          6항: 뒤섞인 문장 단어로 올바른 문장 만들기
          7항: 축약형 (딸아이는 리투아니아로 번역하기로 알고 다 번역해버렸다. 다행히 잘못을 발견)
          8항: 그림 보고 문장 만들기
          9항: 영어로 번역하기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위 시험지에서 보듯이 점수 매기는 방법이 눈길을 끈다. 맞는 점수 더하기가 아니라 틀린 점수 빼기로 최종 점수를 %로 매긴다.

모국어 리투아니아어가 영어 공부에 방해가 되고 있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면 quick이다. 리투아니아어 발음 'ㅋ'은 k이다. 그래서 딸아이는 quick의 'c'를 빼먹고 'k'만 썼다. 또한 9.9에서 voras는 거미이다. 리투아니아어 거미는 남성형 명사이다. 이를 대신하기 위해 딸아이는 'He'를 썼다. 하지만 영어는 앞에 나온 일반 명사를 대신하는 단어는 단수일 경우 중성인 it이다.

점수를 매긴 시험지를 받으면 반드시 부모 중 한 사람이 확인하고 서명한다. 이렇게 서명한 시험지를 다시 선생님에게 제출한다. 딸아이는 엄마가 하는 서명보다 아빠가 하는 한글이나 한자 서명을 선호한다. 선생님에게 제출할 때 뭔가 좀 달라보여서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시험지를 확인하면서 과거 중학교 1학년 때 처음 배운 영어 시험 공부가 떠올랐다. 그때 영어 단어 외우는 법은 연습지에 한 단어를 수십 번 이상 빽빽하게 적어내려가는 것이었다. 사실 머리가 외운 것이 아니라 손이 외운 것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방법을 식구들에게 해주었더니 금시초문이라고 한다. 딸아이에게 궁금해서 물어보았다.

"그러면, quick이라는 단어를 어떻게 외우지?"
"그냥 눈으로 여러 번 반복해 보면 알아."
"이잉~ 그렇게 쉽게?! 아빠도 옛날 이 방법을 썼더라면 종이와 볼펜을 엄청 절약했을텐데......"

* 최근글: 폴란드 장애인용 주차장 존중하기 이색 캠페인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