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모음2011.01.28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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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을 리투아니아에 살면서 아직도 서투른 일 중 하나가 횡단보도 건너기다. 어린 아이도 아닌데 의아할 사람도 있을 듯하다. 물론 교통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를 말한다.

횡단보도를 거널 땐 여전히 머뭇머뭇거린다. 조금 멀리서 다가오는 차가 있더라도 그 차가 횡단보도를 지나갈 때까지 건너지 않고 기다리는 습관이 있다. 그런데 그 차는 지나가지 않고 횡단보도 앞에서 멈춘다. 운전자에게 지나가라고 손짓하면 오히려 먼저 지나가라고 손짓으로 응답한다. 겁쟁이 토끼 같은 사람이거나 서툴은 이방인으로 비쳐질 법하다.

리투아니아 거리에서 차를 타고 가다보면 좌우 측면에서 차가 오는 지도 확인하지 않은 채 불쑥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이럴 때에는 리투아니아 사람들의 안전 불감증을 불평하곤 한다. 대부분 사람들은 긴 차량 물결이 와도 신경쓰지 않고 횡단보도를 건넌다. 하지만 리투아니아의 사정을 안다면 이런 모습을 이해할 수 있다.

리투아니아 횡단보도에서는 보행자가 자동차보다 절대적으로 우선하기 때문이다. 반대 차선에서 보행자가 횡단보도로 한 발짝 발을 내딛는 순간일지라도 자동차를 정지시키고 그 사람이 건널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러므로 횡단보도가 텅비었더라도 다가오는 보행자가 있는 지를 항상 운전자는 주의해야 한다.
 
90년대 리투아니아 친구가 들러준 일화이다.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의 반대 차선에서 한 청소년이 막 횡단보도를 들어선 것을 보고 안전하다고 생각하면서 차를 몰고 지나갔다. 그런데 앞에서 경찰이 잡았다. 한참 지난 후 다시 그 거리를 지나가는 데 동일한 청소년이 횡단보도를 지나갔다. 주변에서 살펴보니는 그 청손년은 횡단보도 건너기를 반복했다. 친구는 경찰의 연출이라고 믿었다. 이날 학습효과로 친구는 횡단보도 앞에서 일단 멈추기를 철저히 익히게 되었다고 한다.  

아래 동영상은 최근 폴란드 횡단보도 동영상이다. 반대 차선에서 버스가 오자 사람들이 급히 횡단보도를 건넌다. 물론 교통신호등이 있는 횡단보도이지만 아찔한 순간이다.


"왜 리투아니아에서는 횡단보도에서 보행자가 절대적으로 우선하냐?"고 아내에게 물었다.
"이미 횡단보도에 들어선 사람이 다가오는 차를 피하려고 빠른 걸음으로 가고, 또한 차도 보행인을 피하기 위해 빠른 속도로 간다면 결국은 보행인과 차가 부딛힐 확률이 높지. 그러므로 어느 한 쪽이 양보를 해야 하는데, 리투아니아에서는 무조건 차가 양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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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