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10.12.30 08:30

A4 종이 여러 장을 스카치 테잎으로 초등학교 3학년생 딸아이가 의자 뒤에서 붙이고 있었다. 얼마 후 붙이는 일이 마음대로 되지 않자 종이를 구겨버렸다. 그리고 내 책상으로 가져왔다.

"종이를 구기면 어떻게 하니? 종이가 아프잖아."
"내가 화가 나서 구겼어."

"내가 화나면 너를 때려도 돼?"
"난 종이를 때리지 않고 구겼어."

"종이를 구기는 것은 때리는 것과 같아. 아무리 화나도 종이를 구기면 안 되잖아."
"괜찮아."

"종이 한 장을 만들기 위해 살아 있는 나무가 죽잖아."
"아빠, 그 말을 벌써 백 번도 더 들었어."

"아무리 말해도 네가 실행하지 못하니까 또 말하잖아."
"아빠, 나도 알아. 우리 이제 그만하면 안 될까?"

 이후 얼마 동안 딸아이와 대화 단절이 이어진다. 그리고 딸아이의 필요에 따라 대화는 쉽게 속개된다.

"아빠, 아까 잘못했어. 미안해."
"무엇을 잘못했는데?"

"종이를 구겼어."
"종이한테 미안하다고 해."

"종이가 사람이 아니잖아."
"사람이든 물건이든 우리가 존중해야 돼."
"알았어. 종이야, 미안해."

종종 있는 딸아이와의 언쟁은 보통 위와 같다. 마음 한 구석에는 큰 소리로 윽박지르듯이 딸아이를 더 혼내주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지만 꾹 참는다. "어른에게 따지지 말고 대꾸하지마!"라고 가르치는 것보다는 어린 딸아이도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도록 놓아둔다.

가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말할 때, "아빠, 목소리 낮추고 화내지 말고 이야기할 수 없어?"라고 딸아이가 묻는다. 한편 버릇없이 키우는 것 같아 고민스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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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위 사진은 딸아이가 종이로 만든 눈결정체이다(관련글: 종이로 눈결정체 만드는 8살 딸아이).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