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10. 12. 25. 09:28

며칠 전 초등학교 3학년 딸아이 요가일래는 잠들기 전 웃으면서 말했다.
"크리스마스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축제다!"
"왜?"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을 가져다 주기 때문에."
"선물은 생일이나 어린이날에도 받잖아."
"맞아. 하지만 산타 할아버지는 내가 꼭 가지고 싶은 선물을 가져다 주기 때문이야."  

어제 크리스마스 전야 저녁 식사를 마치고 음식을 치웠다. 그런데 딸아이는 아파트내 복도에 세워진 크리스마스 트리에 작은 의자를 놓았다. 그 의자 위에는 우유, 쿠츄카이(양귀비씨 건빵), 빵을 놓았다.

"왜 음식을 크리스마스 트리 옆에 놓았니?"
"산타 할아버지가 먼길을 오니까 배가 고플 거야. 그리고 진짜 오는 지도 확인하고 싶어. 지금 우유가 이 잔의 여기까지야."

하얀 종이에 'Senele, prasau jus paraso!!! Prasau!!! (할아버지, 서명을 부탁해요!!! 부탁해요!!!)"라는 문장을 썼고, 볼펜도 놓았다.

"왜 산타 할아버지에게 서명을 부탁하니?"
"기념으로 서명을 받아놓으면 좋잖아. 그런데 우리 집에는 아파트라 굴뚝이 없으니 어떻게 들어오지?"
"찬 바람이 들어오는 창문 틈으로 들어올 수도 있지."라고 엄마가 답했다.

딸아이는 잠들기 전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 부탁 편지를 잘 볼 수 있도록 크리스마스 트리 가지에 가지런히 놓았다. 지금 딸아이가 고히 잠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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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타 할아버지가 잘 볼 수 있도록 편지를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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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타 할아버지에게 쓴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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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고프실 산타 할아버지를 위해 우유, 빵, 건빵을 의자 위에 차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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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타 할아버지, 여기 서명해주세요.

"산타 할아버지는 흔적 없이 와서 선물만 놓고 흔적 없이 간다."
라고 말은 했지만, 산타 할아버지가 존재한다는 것을 딸아이가 더 확신하도록 우유도 마시고, 건빵도 먹고, 서명도 해야 할지 고민 중이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