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10. 11. 16. 06:11

초등학교 3학년에 다리는 딸아이는 동네 친구가 없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비슷한 또래 여자아이가 있지만, 거의 밖에서 볼 수가 없다. 가끔은 아내와 함께 "비슷한 나이대의 언니나 동생이 있었으면 참 좋겠다."라는 생각을 해본다.

주말이면 자주 만나는 학교 반 여자 친구가 있다. 날씨가 좋으면 둘이는 우리 집 근처 놀이터에서 만난다. 놀이터에서만 놀겠다고 하고 나가지만 늘 그 친구는 우리 집으로 온다. 여러 가지 놀이로 즐겁게 시간을 보낸다. 흔히 저녁 늦게까지 있다가 그 친구 부모가 데리려오든가, 우리가 그 집까지 바래다준다.

어제는 학교의 반 남자 친구가 숙제 때문에 우리 집을 방문했다. 이 친구는 우리 집을 처음 방문했다. 문을 열어주자마자 이 친구는 주저하지 않고 속사포로 딸아이게 말했다.

"너희 집 아파트는 단층이네. 우리 집은 3층이야. 우리 집은 화장실이 두 개야. 1층에는 거실과 화장실, 2층에는 부엌과 방, 3층에는 내 방......"

이 말을 듣자 딸아이는 순간적으로 의기소침해졌다. 아무리 아이들이 천진난만하다고 하지만 처음 온 집에서 자기 집 자랑을 늘어놓는 것은 좋아보이지 않았다.

"우리 집은 단층이지만, 아마 3층인 네 친구 집보다 더 넓을 수도 있을 거야."라고 딸아이의 기운을 북돋우주라고 했다.

잠시 후 딸아이는 친구 말을 잊어버리고 함께 부엌에서 숙제를 했다. 딸아이는 반 남자 친구에게 우유과 초콜릿을 대접해주었다. 숙제를 다 마친 후 그 친구가 우리 집을 나가면서 또 다시 딸아이의 심기를 건드렸다.

"우리 집이 더 고급스러워. 우리는 외국에도 아파트가 있어."

들어올 때도 우리 집과 자기 집을 비교하더니 나갈 때도 비교했다. 영 기분 잡친 딸아이에게 우리 집 거실을 보여주면서 엄마가 한 마디 했다.

"그 친구는 부엌과 입구만 보고 우리 집을 평가했다. 그렇지? 그리고 너는 친구 집에 가면 우리 집과 비교해서 어떻다고 절대로 말하지 마. 알았지? 사람들은 자기 형편대로 살아가니까 마음에 상처주는 말을 하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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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련 시대 때 지어진 조립식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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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빌뉴스 중심가 현대식 아파트

종종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말한다. 사회주의 때는 부모가 의사인 친구 집, 부모가 교사인 친구 집, 부모가 단순 노동자인 친구 집을 가도 모두 사는 데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자본주의가 도입된 지 20년이 지난 지금은 9살 아이들이 쉽게 비교할 만큼 현저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아빠 딸, 우리는 물건 부자보다 마음 부자가 되자. 마음이 부자야 진짜 부자다!"라고 말했지만, 속으로는 미안한 마음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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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